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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이문숙 Oct 21. 2024

오늘도 *잘란잘란

-발만 살짝 움직이는

채송화길 걷는다 해당화로 지난다 의류수거함 버려진 이불  위에서 비둘기 더러운 깃털 부풀린다 싫다는 다른 비둘기에게 사랑이라는 루머를 골골댄다 저공으로 날아 지나는 아이들을 위협한다


사랑은 교미와 무엇이 다를까 나에겐 언제나 좋은 걸 끌어내려는 습성 더러운 거미줄에서 이슬방울을 찾아서 무얼 하려는 걸까


모란도 해당화도 아닌 구름 신종 바이러스처럼 번진다 가로등 잠깐 결막의 붉은 눈 감는다 무단투기 적발시 고발 조치함 경고문처럼 폭우 쏟아진다 이불 솜 젖기 전 예보된 오늘 비 보류되길 더러운 깃털을 꽂고 바랬지만


100% 자연산 속초 물곰치 수족관에서 튀어나온다 이불 위 수 놓인 파도 속으로 풍덩한다 민속음식점 앞 지게 작대기 내려논다 지고 있던 장작 무한정 젖는다


폭우 그치고 해 난다 하루가 비속하여 해당화길 걷는다 채송화들 뛰어간다 어디서 온 이국인일까 새벽부터 보도블록 깐다 폐시멘트 가루 쉬는 시간 젖은 이불 개의치 않고 눕는다 잠 속으로 악몽 흩어진다 행복중개소 앞 화단 채송화 씨 터진다 금지령처럼 발포된다


행복은 무엇과 교미하고 싶을까 폐업한 카페 꼭미남 앞 붙어있는 고지문 그 아래 절망보다 아주 큰 글씨 임대문의 행복중개소 전화번호 빈 테라스에 여행객처럼 남은 플라스틱 야자수 트리 풍성한 가짜 야자열매 주렁댄다 바퀴 달린 여행 가방들 굴러간다 바다로 위장한 테라스 나무 바닥 때리고 부서지며 철썩댄다


버려진 솜이불 문양 속 암수 꿩 부리 맞부빈다 폭염 재난 경보보다 더 크게 울리는 경적 소리 배달오토바이 배기통에 축포가 터지면 찬란한 색종이가 흘러나오면


뭐든지 좋게 보려는 이 습성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더러운 거미줄에서 이슬방울을 보고 보석 같지 않아 기꺼이 말하고 만다 모란처럼 해당화처럼 버려진 비단금침처럼


사랑이라는 외마디 질병을 명랑을 발에 쇠고리로 걸고 걷는다 해당화처럼 걷는다 채송화처럼 뛴다


코를 골며 잠든 타국 사람 볕에 그을린 새까만 팔다리 그와 상반되게 하얀 얼굴 끝끝내 태워버리고 말겠다는 태양처럼


(당신은 나를 고용하셨습니까)


걷고 또 걷던 여행지 갑자기 폭발한 화산 거기서 흘러나오는 용암처럼 화산재처럼 그걸 구경하겠다고 몰려온 각양각국의 사람들처럼


(사랑은 당신을)

(명랑은)


명랑이라는 진통제를 치사량만큼 삼킨 사람처럼 여행지 원주민 울긋불긋한 복장 그 아래 발만 살짝살짝 움직이는 민속무용 이게 어떻게 춤일까요 물으면서 해당화처럼 채송화같이


발만 살짝살짝 움직이는 춤 고작 이걸 보겠다고 이 구석까지 날아왔단 말인가 제 뺨을 후려치는 관광객처럼 화산재 한 숟갈을 기념품으로 챙기며


*인도네시아어로 산책, 어슬렁어슬렁


#오래된 일기#세렌디피티#공책보물#청년폐업#이주노동#긍정의횡행#위선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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