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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ONN 에콘 May 15. 2024

사람은 언제 죽는가.



언제 죽는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때.

By 인디언








홀로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들쑥날쑥했던 안부전화가 아이들 다 등교시킨 8시 40분쯤으로 고정된 건, 늙어 아침잠이 없어진 혼자 사는 엄마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날 위한 일이기도 했다.




두 아이들이 짜증으로 등교하고 나면 우선 큰 숨이 나온다. 큰 숨이 나온 날은 아이의 짜증에 반응하지 않고 ‘그랬구나’ 법칙으로 등교를 시켰단 반증이다.

큰 숨을 깊게 내뱉고 나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고, 그게 늘 희한하게 친정엄마이다.





근심을 가득 담은 내 목소리에 걱정을 쏟으시다가도 항상 끊을 땐, “고맙다”란 말로 끊으시는데..

친정엄마의 “고맙다. “ 말을 들을 때 몰랐다.

오히려, 화를 냈다. 당연한 안부전화에 왜 자꾸 ”고맙다. ”하시냐고.




며칠 과중된 베이커리 일과 갱년기 불면으로 힘들게 집안일을 하고, 남편의 부재와 여러 상황들로 오랜 시간 말할 사람이 없던 내게 딸이 3개월 정도만에 “괜찮아? ”라 물었다.




“괜찮아.” 대신 “고마워. “란 말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왔다.



아직 10대 딸은 자신의 걱정에 대한 답에 “고맙다.” 한 것에 화를 내진 않았지만, 내 속이 요동쳤다.



‘뭐지? 상상하지도 못한 고맙단 내 반응은?’


인디언 고언 중에 “사람은 언제 죽느냐? “하는 물음에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때. “란 말이 있다.



엄마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춘기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내가 사라진 것만 같아 죽음 같은 시간이었다.

말을 붙일 수도, 말을 붙이면 더 멀어지는 관계 속에 생기를 잃었다.



미친 듯이 서로를 향한 궁금함에 목말랐던 아이들과의 관계가 단수되듯 뚝 끊겼었는데, 물꼬가 트인 느낌이었다.



“괜찮아?”란 물음에 사춘기가 한창인 아이에게 그래도 아직은 나와의 추억이 살아있었나보다 전율한다.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건 “미안하다, 고맙다.”같은 사랑의 다른 언어 아니었을까.



친정엄마가 내 안부전화에 고맙다 말하는 그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



자식의 가슴속에 잊히지 않고 살게 해 줘 사랑을 고마움으로 표현했다는 것. 그리고 엄마들을 죽지 않고 살아내게 하는 것은 그들의 추억만큼이나 견고한 자식들의 추억이라는 것을..



잊히지 않고 싶다.

그래서 엄마로 올곧게 살아내고 싶다.

내일도 아이들에게 “고맙다.”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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