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에 꽂히는 순간

가슴에 꽃이 피다

by 오마이줄리안

음악을 듣다가 노래 가사가 마음에 걸려 움찔, 할 때가 있다. 어떤 가사와 어떤 멜로디가 만날 때, 그 아로마가 한 개인의 감정에 찌릿 화학작용을 하는 순간,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음악을 찾아 듣는다.



엄마를 부르면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첫 가사. 남자를 죽였다고 고백하는 첫 문장.

그러고는 "내 인생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내가 그걸 차버렸어" 부분에서 느껴지는 좌절과 자책.

"엄마를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엄마가 우네. 미안해.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너무 늦었어. 그 순간은 이미 와 버렸거든". 후회되지만, 후회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지.

"다들 잘 있어 나 가야해."

근데 엄마...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나는, 가끔,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아... "

<Queen-Bohemian Rhapsody>

사람을 살해한 용의자가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오르고,

포박당한 범죄자는 자신이 한 짓을 돌아보고 삶을 자책하면서도 후회하면서도 또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슬프고도 처절한 장면.


내 인생 이제 막 시작했는데,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냥 태어나지 말걸.


삶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후회와 좌절과 자책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삶을 살게 될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까? 이제 막 제대로 시작된 인생을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할 선택이 있다면, 그 선택을 할까.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태어난 죄로, 지금은 죽고 싶지 않은, 삶의 욕구와 아이러니. 그 깊은 눈물의 의미를 우리는 아는가. 나를 낳은 엄마를 원망하지만, 그런 엄마를 눈물짓게 해 미안한 마음과, 모든 것을 잃을 줄 알면서도 한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후회한다는 고백. 어찌해야한다는 말인가.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더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으며, 이제 곧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을 두 문단의 문장으로 담아내면서, 처절하게 슬픈 멜로디와, 피아노 선율과, 기타의 흐느낌으로 엮어낸, 퀸의 역작, "보헤미안 랩소디" 첫구절.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그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게.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인파 속에 널 지나칠 때,

단 한번 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볼 수 있어, 단 한 순간에,

그래서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거야. cause here I stand for you.

<넥스트-Here I Stand for You>


누군가를 어딘가에서 예고없이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으레 설렘일지 모르지만, 이 노래에서는 설렘보다 지겹고 반복되는 일상의 고독이 지배적이다. 언제 어디에서 그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한번 나타나기만 하면 그곳이 어디든 나는 당신을 알아볼 수 있다는 믿음. 그러니 제발 나타나기만 하라는 간절함.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만이 느끼는 기다림의 고독. 의지할 곳이라고는 운명밖에 없는 허무함. 내가 기다리는 대상은 사람일까, 사랑일까, 희망일까, 운명일까. 그 대상은 처음부터 없었던 무엇일까,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내곁에서 사라진 누군가일까. 이 노래의 마지막은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라고 나지막히 읊조리는 신해철의 내레이션으로 끝이 난다.


처음에는 천천히, 또박또박, 단어 한마디 한마디 노래하는 신해철의 목소리와, 없는듯 울려퍼지는 기타 소리. 숨이 길어질 때쯤 한번씩 숨통을 터주는 드럼 소리. 그러다가 클라이맥스가 되면 베이스와 기타, 드럼이 중저음의 보컬을 압도하며 내리치는, Cause Here I Stand for You. 첫 구절에서 울지 말 것.




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네요
하루가 왜 이리도 빠르죠
나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어색하죠
정말 몰라보게 변했네요
한때는 달콤한 꿈을꿨죠 가슴도 설레였죠
괜시리 하얀 밤을 지새곤 했죠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

<이문세- 알수없는인생>


조금은 빠른 박자와 경쾌한 리듬이, 가사 속에 비친 허무한 심정과는 대비되는 곡이다. 어쩌면, 인생을 알 수 없다는 한탄이 우울과 염려 속에서만 노래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발랄한 멜로디 속에서, 인생이 왜 알 수 없는가를 노래하고 그것이 더 깊은 고민과 우울의 늪으로 빠지기 전에 그만 생각하게 만드니까. 인생은, 알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주니까.


우리 각자 인생의 전성기는 늘 과거에 있다. 20년 전 열심히 공부하던 때, 10여년 전 열심히 사랑하던 때, 5여년 전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일하던 나의 전성기들. 매 시기마다 과거의 눈부시던 젊음을 떠올리며 현재를 한탄했지만, 미래의 내가 보기에 그 순간은 바로 지금 현재의 당신임을, 우리는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인생은 알 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쩌면 꼭 알 필요가 없는 것도 같다. 시간을 늦출 수 있다면?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답은 똑같다. 지금 사는 삶이, 내 전성기임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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