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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Aug 17. 2021

손으로 기억하는 엄마 얼굴

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16. 얼굴

병원에 있을 때 손으로 엄마 얼굴을 많이 만졌다. 손을 만지고, 어깨를 만지고, 머리칼을 만지고. 머리로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촉감도 엄마를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그때는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죽음'이 가까워온다고 생각해 그랬다기보다는 가만히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자니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을 감으면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엄마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데 여성스러운 느낌보다는 다소 거칠었다. 유전인 것 같은데, 광대도 크게 솟아 있다. 눈은 크고, 속눈썹이 길다. 눈썹은 숱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문신을 한 거라 사실상 숱이 많은 편은 아니다. 작은 얼굴은 아닌데 입술은 또 작다. 얇은 느낌이다. 엄마의 얼굴에서 눈에 띄는 건 코다. 코가 참 이쁘다. 콧대가 높아서 옆에서 보면 참 이뻤다.


어렸을 때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아빠를 닮았다고 했는데 크면 클수록 엄마 판박이란 소리를 더 듣는다. 없었던 광대도 생기는 기분이다. 나도 가끔 엄마 사진을 보다가 내 얼굴을 보면 비슷하다고 느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엄마의 딸은 딸인가 보다. 


연예인으로 엄마랑 비슷한 사람을 찾자면 '김혜숙' 배우님이다. 특히 눈이랑 콧대 입술 모양이 참 닮았다. 엄마한테도 이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랑 진짜 비슷한 느낌이라 왠지 정감 간다고. 때로는 무서우면서도, 기분 좋을 때 짓는 세상 따뜻한 미소까지. 친구들도 인정한다. 


사실 요즘엔 점점 엄마의 얼굴을 느끼던 손의 감각이 사라져 간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된다. 점차 지워져가는 기억을 겨우 붙잡아 두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때 엄마 얼굴을 만져주고 손에 남기려 했던 것은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가끔 엄마가 그리울 때 그 느낌을 떠올리면 옆에 엄마가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러고 보니 엄마를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 참 여러 가지구나. 그것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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