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미 Sep 08. 2021

난 내가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29. 컴플렉스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진 건 우리 가족이 불행하다고 느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생 때에는 전공수업도 아닌데 사회복지학과의 '가정 심리' 수업을 신청해서 듣기도 했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 가족이 왜 불행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이 이것뿐인지 아쉽기도 했지만.돌이켜보면, 어쩌면, 나는 나의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내 무의식 속에서 '나는 행복할 수 없다'고 내 감정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늘상 불안하다.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끝나면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자연스럽게 불행이 따라오는 것만 같다. 행복과 불행은 하나의 연결고리라 믿는다. 아마 행복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그랬다. 그때 회사도 잘 다니고 있었고, 동생은 결혼해서 예쁜 조카를 안겨주었고, 엄마의 가게는 점점 매출이 올라서 빚을 빠르게 청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켠으로는 계속 불안했다. 지금 너무 행복한데, 이게 끝나버리면 어쩌나. 그러다 엄마의 암 선고를 받은 후에는 '역시...'라고 했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나는 행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냥 매일이 평범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얼마 전 '내 마음 보고서'라는 심리분석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는 최소한의 감정을 반복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너무도 많은데 나는 그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제한적이라고 말이다. 그 분석의 글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가슴 속 저 깊은 곳의 내면을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행복이란 어쩌면 내가 들키고 싶지 않으려고 씌우는 가면은 아닐까 싶다. 수 많은 경험들이 쌓여 행복을 두려워하는 내가 된 것일테지.


오늘도 나는 내 나름의 기준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일을 평범하게, 또 아무렇지 않게 살기 위해.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부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