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15. 새벽
엄마의 새벽은 늘 치열하고 분주했다. 내가 10대 때는 택시기사를 하던 아빠가 허기질까 출근하는 밥상을 차려주거나, 퇴근하는 아빠를 위해 야식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서울우유 대리점을 하게 되면서 새벽에 탑차로 실려오는 우유를 받기 위해 잠을 못 잤다. 20대 때는 가족이 하고 있는 마트에 좋은 야채들을 납품하기 위해 직접 새벽시장으로 달려가 물건을 봤다. 30대는 가게를 운영하느라 늦게 퇴근하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다. 엄마를 믿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멸치와 새우를 말려 천연 조미료까지 만들면서.
나는 새벽에 잠이 별로 없는 타입이라 가끔 밤을 새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엄마를 따라 한 번씩 새벽 시장에도 가보고, 우유 받으러도 가보고 했는데 난 절대 그렇게 못 살 것 같았다. 계절과 상관없이 새벽부터 구슬땀 흘려가며 살아가던 엄마를 보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있는 것이 습관이 됐는지 그 시간에 잠을 잘 못 잤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서 금방 깨버렸다. 놀다가 혹은 야근하다가 늦게 들어왔을 때 엄마가 잠에 들어 있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여행을 가서도 엄마는 새벽에 잠이 안 온다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암 선고를 받고 투병을 하던 때에는 새벽에 아플까 봐 잠을 못 잤다. 이상하게 아픔은 꼭 깊은 밤이 되면 시작했다. 병원에 있을 때도 2~3시 정도 되면 나도 모르게 엄마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새벽은 평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네.
그렇게 새벽에는 늘 동동 거리던 엄마는 새벽 동이 틀 무렵 눈을 감았다.
엄마의 마지막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