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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Nov 17. 2021

엄마와의 마지막 날

컨셉진스쿨-8월에세이 프로젝트 #24. 인사

엄마가 떠난 그날은 참 이상했다. 원래 요양원으로 옮기려고 하다가 갑자기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취소를 하고, 평소 1인실이 잘 나지 않던 층이었는데 그날따라 1인실 자리가 있어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부터 엄마가 동생을 찾아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동생이 병실에 도착했다. 또 3일 만에 엄마가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땐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그렇게 엄마와 나, 그리고 남동생 셋이 모였다. 엄마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한마디를 던졌다. "오랜만에 이렇게 셋이 있으니 너무 좋네"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사실 엄마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태풍이 북상하던 주말, 올케가 갑자기 조카와 함께 서울에 온다고 연락이 왔다. 태풍 오니까 집에 있으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고모, 저 말 안 듣는 거 알죠?" 하면서 말이다. 조카가 두 돌이 되기 전이라 오래 있지도 못하는데 그 잠깐 동안 엄마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차피 곧 요양원으로 옮기면 대전에서 계속 볼 텐데 뭐하러 올라왔냐고 하니 그냥 오고 싶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엄마는 손주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엄마가 사랑하는, 그리고 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다 엄마와 마지막에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단출하지만 엄마가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증상에 대해 알려 줬던 지인이 있어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의사보다 내가 먼저 알았다. 바로 연락해 엄마의 임종을 가족 모두가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엄마의 끝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돌아가신 분의 청력은 짧은 시간이지만 가장 늦게까지 살아 있다고 동생 친구가 이야기해줘서 마지막까지 좋은 말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세상이 엄마와의 인사를 위해 도와줬다. 엄마의 복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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