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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미 Dec 07. 2021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이유

어쩌면,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

맥북으로 글을 쓰고,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요즘 나는 디지털을 멀리하는 과정에 있다. 처음에는 옛스러움의 정서가 그리웠었고, 지금은 점차 그 시간들이 익숙해져서랄까. 여하튼, 지금 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 딱 중간에 서있다. 


가끔 커뮤니티에 쓰여있는 글이나 혹은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허세', '유난스럽다'는 꼬리표를 붙일 때가 있다. 근데 뭐 그러라지.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설득시킬 생각은 없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좋을 뿐이고, 그럼 그만이니까.


책장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내 보물들


그렇다고 무조건 디지털을 배척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이용하는 중이다. OTT를 구독하지만 DVD를 사고, 음악 구독 서비스 대신에 CD/LP/TAPE로 된 앨범을 사서 듣는다. 잠자기 전에는 항상 유튜브를 보지만, 하루의 마무리는 무조건 일기다. 성정 자체가 '모 아니면 도'라서 힘들 것 같은데, 은근 플렉서블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유연함을 무기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노트를 한 권 샀다. 영감 노트다. 생각나는 것들을 항상 핸드폰 메모장에 손가락 두드리며 작성했는데, 이제는 펜을 들고 직접 글로 쓰려고 한다. 핸드폰으로 딴짓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둔해지는 필기 근육을 깨우려는 것도 있다. 매일 타자를 쳐 버릇하니 언제부턴가 글씨 쓰는 게 영 어색하고 힘들어지는 것이 이대로 근육이 퇴화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오싹해서 이기도.


그리고 오늘부터는 SNS 끊기에 돌입했다. 지인들과 소식을 나누는 방법이 '좋아요'로 귀결되는 게 싫었고,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알고 있으니 묘하게 가까운 듯 멀어지는 것도 싫었다. 궁금하고 관심 갖는 행위가 SNS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익숙해져 가는 상황도 문득 슬펐다. 중독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억누르고 그 시간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체해보려고 한다.  


아마도 디지털의 편함에 익숙해져 다시 아날로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난 아날로그 방식이 더 좋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태엽 소리나 종이에 쓱쓱 써 내려가는 연필 소리, 그리고 특유의 둔탁한 느낌까지.


어쩌면, 아날로그로 돌아가기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게 맞을지도. 


사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나는 싸이월드가 모바일 서비스를 완전히 접을 때까지 매일 접속하며 일기를 쓰고 업데이트를 했었다. 물론 today 0을 기록하는 것이 매일이었지만. 지금은 브런치가 대신하고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감성글을 끄적이는데 싸이월드만 한 게 없었던 것 같다(모바일화 되면서 스티커와 포도알은 사라졌었다ㅜㅜ). 요즘 싸이월드가 다시 부활한다고 하고, MBC '놀면 뭐하니'에서 도토리 갬성 충만한 콘서트까지 준비한다고 하고 있어서 기대 중이다. 

다만 싸이월드 아바타가 메타버스화 되는 것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의 비즈니스 영역까지 내가 얘기할 순 없겠지만 원래 모습대로 복원을 한 후에 점차 변화해 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아무쪼록 싸이월드가 다시 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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