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미 Jun 16. 2022

부러운 '용기(勇氣)'를 보았다.

오늘 우연히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토스 이승건 대표의 PO강연 중 'Carrying Capacity(서비스가 도달할 최종적인 유저 수)'에 대한 정의를 반박하는 글이었다. 


(원문 : 이승건 대표님의 Carrying Capacity 강의, 이의 있어요!)




한국의 성공한 창업가로 불리는 토스 이승건 대표의 강의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토스의 성공 공식을 외부에 공유하며 여전히 생소한 PO라는 직군에 접근 장벽을 낮추는 것도(아마도 최근 업계 불문 PO 전환을 희망하는 경력자 모집을 위해 풀게 된 영상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 토스가 프로덕트를 성장시켜나가는 방법을 관전하는 포인트도 흥미로웠다. 관련 직군의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우 유익한 영상이었다(물론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런데 오늘, 이 강의를 전면 반박하는 글을 발견했다. 제목부터 과감하게 '이승건 대표님의 강의에 이의 있어요!'였다. 글의 서두에서 글쓴이는 해당 글이 이승건 대표 개인이 아니라 그가 말한 정의에 대한 반박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글을 써 내려감에 있어서 거침없었지만 의견을 전하는 것에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예상해 보건대, 한 줄 한 줄 신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글을 요약해보면, 해당 강의에서 전제한 Carrying Capacity에는 시장의 크기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설들을 '참'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서비스 도달 유저 수가 최대치에 머물러 있을 경우 광고/마케팅을 진행해서 그 수를 늘려봤자, 광고/마케팅을 중단하면 결국 다시 원래의 최대치로 돌아온다는 언급에서 '왜 광고/마케팅을 중단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해석이나 이해가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원문을 읽어보세요! 

(원문 : 이승건 대표님의 Carrying Capacity 강의, 이의 있어요!)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나 역시 같은 영상을 보았다. 하지만 '이미 성공한 사람이 정의한 공식'이라는 전제로 영상 속 내용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공식을 토대로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분석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고, 반박했다. 이유도 분명했다. 확고하고 명확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PO업무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그리고 치열하게 프로덕트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글쓴이의 글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또 같은 이유로 이승건 대표의 강의의 내용들이 실제 업무에서 교과서 같은 이론이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동일한 것을 보고 다르게 해석하는 당당함이, 그리고 정답이라 여길 수 있는 결론에 질문을 던지는 기백에 감동해서다. 


그리하여 싱겁게 내려 보는 나의 결론은, 무엇이든 누군가 만들어 놓은 가설과 증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습관을 멈추자는 것. 항상 사고하면서 나만의 것을 정의해보고, 때로는 정성스럽게 반론해볼 수 있는 용력을 길러 볼 것.




덧 붙이자면, 본인의 의견을 소신껏 풀어내는 사람들의 내공이 탐난다. 


이승건 대표처럼 쌓아온 노하우를 전파시키는 용기가 부럽다. 이견이 있을 수 있음에도 굳건히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확신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산전수전 겪고 올라간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고 싶다'라고 느껴지게 하는 강의의 톤 앤 매너도 좋았다. 지나온 수많은 시간 속 경험에서 오는 여유. 성공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어른의 젠틀함. 그 긴 강의를 시청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뛴다' 말하는 것도, 공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본 글의 글쓴이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성공 방정식'에 반박하는 용기 또한 부럽다. 다수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 'NO'를 외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대세를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대가는 날카로운 시선과 연민, 혹은 무시와 같은 차가운 것들이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는 더할 나위 없이 부럽다. 그것도 근거를 토대로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이 굳건하기에 가능한 발언일 것이다. 


(별 거 아닌 이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누군가가 이 글에 대해 '평가'할까 겁이 나고, 혼자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나에게는 지금 수련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분노조절장애'라며 화를 낸 정신과 의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