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히로시마] 시모세 미술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by Art Around

히로시마는 그 이름이 익숙한 것에 비하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닙니다. 관광으로도, 산업으로도 크게 인상 깊은 도시는 아니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방문하기에 편리한 위치는 아니죠. 하지만 나오시마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지중해라고 불리는 세토내해를 끼고 있으며 일본에서 생산되는 굴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일본의 유명한 굴 산지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곳에 미술관이 생겼습니다. 정확하게는 히로시마현에 위치한 오타케 시입니다. 이곳에는 프랑스의 몽생미셸처럼 밀물이면 물에 잠기는 신사가 있는 미야지마라는 섬이 있는데, 그 섬과 세토내해를 바라보는 해변에 생긴 시모세 미술관입니다.


시모세 미술관은 2023년 3월에 개관한, 생긴 지 얼마 안 된 미술관입니다. 히로시마에 위치한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마루이산업주식회사의 대표 시모세 유미코가 부모님 때부터 수집해 온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여 설립했으며, 설계는 반 시게루가 맡았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각기 다른 색깔의 8개의 반투명한 전시실은 미술관 컬렉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아르데코 예술가 에밀 갈레(Emile Galle)의 작품의 색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히로시마의 조선 기술이 적용되어 부력을 이용하여 물 위에 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의 목적에 따라 전시실의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함께 있습니다. 시모세 아트 가든 빌라(Simose Art Garden Villa)는 단 10개의 독립적인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부는 반 시게루의 과거의 프로젝트들을 재현한 것이며 일부는 시모세 미술관을 위하여 새롭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각각의 객실에서는 세토내해와 미야지마, 혹은 역시 에밀 갈레(Emile Galle)에게서 영감을 받은 정원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들을 이용한 프렌치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데, 음식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술관과 정원, 세토내해의 바다를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시간 동안 숙박객만이 오롯이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별한 점인 것 같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8개의 전시실은 밤에는 불이 들어와 마치 커다란 조명처럼 밤의 미술관의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낮과 밤, 아침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내는데 배경으로 보이는 미야지마의 능선이 차분하게 어우러집니다.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시모세 미술관에서는 독특하게도 건축에 유리와 거울, 그리고 물과 조명(작품을 비추기 위한 것이 아닌)을 적절하게 사용했습니다. 회화보다는 아르데코와 도자기에 집중한 컬렉션의 느낌을 적용한 듯도 하고, 일반적인 회화를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미술관 건축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시모세 미술관은 2024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한 기업가의 의지와 훌륭한 건축가, 그리고 기술이 함께 협력한 훌륭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에 만들어진 시모세 미술관 정원의 나무들은 아직 어립니다. 세월이 지나며 나무가 자라면서 어우러질 정원의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

시모세 미술관 입구
미술관의 메인 홀은 카페와 아트샵, 리셉션이 물리적인 구분없이 트인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밤의 미술관 전경 1
밤의 미술관 전경 2
객실은 욕실과 객실, 테라스를 통채로 열 수 있는 형태로 되어있는데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담기지 않네요. 앞에 보이는 섬이 미야지마입니다.
객실과 미술관 곳곳은 반 시게루의 시그니처인 종이 원통을 사용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객실 앞에는 인공적인 수로가 있습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세토내해와 연결되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호텔 리셉션입니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도 여기에서 먼저 열쇠를 받아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바라본 시모세 미술관
저녁에 바라본 시모세 미술관.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레스토랑입니다.
밤에 바라본 시모세 미술관 1
밤에 바라본 시모세 미술관 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마나시] 야마나시 현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