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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ug 19. 2024

아이패드 10세대를 샀다

지난해부터 욕을 처먹고 있는 아이패드 10세대(256GB)를 샀다. 지난달에 큰 맘 먹고 지른 것. 영롱한 실버빛 애플 마크가 찍힌 아이패드가 우리집에 배송오면서 비로소 '아이패드병'을 어느정도 치유할 수 있게 됐다. 애플팬슬병, 스마트키보드병이 오뉴월 코로나처럼 걸쳐 있긴 하지만. 



◇아이패드 10세대가 욕을 먹는 이유 


먼저 아이패드 10세대가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나아진 게 없는데 가격만 올렸다'라는 데 있다. 성능 면에서 9세대와 크게 다를 게 없는데, 그전 아이패드의 상징과 같았던 홈버튼이 사라졌다. 애플펜슬 1세대를 변함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애플 애호가들의 불만을 샀다. 애플펜슬 1세대가 무엇인고 하니, 지난 2015년 출시된 '약간은 구식'에 가까운 아이패드 펜슬이다. 이제는 퇴물이 된 라이트닝 충전기에 꽂아서 충전을 해야 한다. 충전에 있어 불편함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패드 10세대는 USB-C를 지원한다. 애플펜슬 1세대가 '계륵'이 된 것이다. 라이트닝과 USB-C를 연결할 수 있는 젠더를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만도 하다. 



펜슬을 아이패드 본체에 붙여서 무선 충전하는 10세대 모델보다 수십만원은 더 주고 사야하는 아이패드에어에만 지원한다는 점도 주요 짜증 유발점이다. 마치 '귀찮고 억울하면 돈 더주고 에어 사'라고 하는 메시지를 애플이 내놓는 것 같다. 


또다른 포인트로는 애플팬슬 1세대 재고 처리를 위해 아이패드10세대를 내놓은 것 같기도 하다. 대세가 USB-C 타입이다보니 달기는 하는데, 2세대 펜슬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1세대 펜슬을 구매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제품군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돈을 더 받아 처먹으려고 하는 애플의 몰염치함에 여럿 유저들이 혀를 찼다. 


애플펜슬 1세대 


이런 맥락이 있는지 모르고 나는 애플 10세대를 질렀다. 더 싼 가격에 펜슬까지 지원하는 갤럭시탭9S FE  모델을 놓고 고심 끝에 골랐다. 갤럭시탭도 그 자체로 괜찮은 기기이고 강의 필기용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고는 하지만, 그놈의 '아이패드병'이 문제였다. 


◇한달 써보니...중고로 사도 괜찮았을 듯 


어찌됐든 아이패드를 질렀고 한달여 동안 잘 쓰고 있다. 일단 한달 사용의 소감을 좀 밝히자면, 강의 필기나 PDF 리더기 용도로 쓴다면 아이패드 9세대나 8세대를 사도 괜찮다라는 생각이다. 아니면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나온 아이패드에어 등을 사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일이 PC나 맥북과 비교해 많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화면이 작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영상이나 문서를 간편하게 바로 보기에는 편리하지만 이를 편집하거나 새로 만들기에는 화면이 작다. 당장 2분할로 나눠 교재를 보면서 필기를 해도 '작다'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패드프로 등의 모델이 큰 화면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도 필기를 하거나 펜슬로 그림을 직접 그리기에 편리한 정도다. 그렇다고 일반 직장인이 150만원 넘는 돈을 들여 아이패드프로를 사는 것도 '다소 오바'에 가깝다. 그 돈이면 더 좋은 노트북이나 PC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 편집 작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맥북 에어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그래도 아이패드 10세대로 산 이유는 가성비 면에서 다른 아이패드 제품군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을 한 데 있다. 용도가 주로 강의 시 필기, PDF 논문 보기 정도에 가끔 영상 시청 정도인데, 이 정도는 유달리 특별한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 애플 최신 기종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 


애플 기기 리뷰 유튜버들도 입문용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단 자기 용도에 맞춰 써보면서 필요 시에 추가로 사라는 얘기다. 애플 제품은 중고로 팔아도 '가격 방어'가 잘되니, 쓰다가 상위 기종이 필요하면 갈아타면 된다. 


펜슬도 처음부터 비싼 애플제품 정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구매력이 뒷받침 되어서 14~15만원 정도 그런 액세서리에 지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것도 쓰면서 업그레이드 하면서 가면 된다. USB-C 타입 충전을 지원하는 애플펜슬이 좀 싸게 나왔다고 하지만 그것도 1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반면 '짭플'펜슬이라고 불리는 제품군은 2만~3만원이면 살 수 있다. 쓰고 그리고 줄치고 하는 기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섬세한 작업을 해야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PDF 파일 필기가 필요한 정도라면 이 정도 펜슬에도 만족할 수 있다. 


'그래도 난 애플 정품을 사련다'라고 하면 이번에도 당근마켓을 추천한다. 의외로 당근마켓에는 애플 아이패드나 액세서리가 많이 올라온다. 큰 마음 먹고 샀지만, 막상 사용 용처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래도 10세대를 지른 이유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쓸 것이라는 생각에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PDF에 필기를 할 것이라는 1차적인 사용을 최소 2026년까지는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반 아이패드 중에서는 그래도 최신형이고 가격도 떨어졌으니 말이다. 


◇아이패드, 어떤 용처로 쓸까? 


한 2주 동안은 아이패드를 10~20분 정도 썼다. 기능 익히려고 이것저것 만져본 시간을 고려하면 거의 쓸 일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 영상 시청 용도로 쓰기에도 애매했던 게, 화면은 PC모니터나 TV보다 작으면서 스마트폰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이동 중에 유튜브를 본다면 당연히 스마트폰이요, 누워서 편하게 본다면 TV가 더 나아 보인다. 


그렇다면 아이패드류의 태블릿PC의 강점은 어디서 나올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노트북보다 휴대가 간편하고 가벼우면서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e북이나 필기용이다. 여기에 펜슬까지 더해지면 아이패드가 갖는 효용성이 더 커진다. (이 부분은 갤럭시탭도 마찬가지다.) 

PDF파일을 아이패드에 띄워놓고 컴퓨터로 엑셀 작업하기. 요새 거의 대부분의 PDF의 변환이 편하고 간편하게 되지만, 일일이 대조해야할 정도로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아이패드는 문서를 보는데 특화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A4용지나 노트 크기에 준할 정도의 화면 사이즈를 갖는 아이패드는 논문 보기가 괜찮다. 전자책도서관 같은 데서 온라인으로 대출을 받아 책을 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또 필기나 무언가를 써서 입력할 때도 아이패드는 꽤 편리하다. 스마트폰이 기존 전화기를 디지털화했다면, 아이패드는 우리가 과거에 쓰던 다이어리를 디지털화했다고 보면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다이어리 용도로 국한시킨다면 아이패드 미니가 더 나을 수 있다.) 


백팩을 평소 메고 다니는 본인 입장에서는 아이패드가 이런 맥락에서 편리하다. 특히 누군가와 얘기를 하면서 메모를 하거나, 강의 필기를 할 때 좋다. 적어놓은 것은 또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니 찾아보기 편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노트나 다이어리보다 편리하다. 


실제 누군가의 설명을 노트로 쓰면서 들었던 것. 


실제 대학원생을 비롯해 교수 등 책과 논문을 많이 봐야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 태블릿PC를 들고 아닌다. 특히 논문을 보는 데 있어서, 일일이 출력하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 


게다가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아이패드로 수업을 듣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할 수 있다. 이중 하나가 수업과 강의에 대한 복기다. 복습할 때 쏠쏠하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플렉슬이나 삼성노트처럼 필기와 메모, PDF리더 기능이 합쳐진 앱에서는 '녹음' 기능을 지원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하는데, 같이 녹음도 하는 것이다. 이후 수업이 끝난 다음에 이를 처음부터 복기할 수 있다. 강의 음성 진행에 따라 했던 필기나 기록을 쫓아가면서 볼 수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이런 공부 방식은 서울대 다니는 학생들도 응용해 하곤 한다.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을 자기만의 필기로 기록하고 복습할 때 풀어 기억하는 방식이다. 이중 어떤 이는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해 녹음해서 복습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기화' 기능이란 것을 활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에서 기록한 강의 필기를 아이폰 등에서 그대로 보는 것이다. 한 예로 수업이 끝나고 난 필기 자료를 버스타고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보는 식이다. 플렉슬 같은 필기 앱은 태블릿,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패드-아이폰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PC에 아이클라우드를 깔아 놓는다면 맥북이 아니더라도 아이패드와 연동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구글드라이브나 MS의 원드라이브도 이렇게 쓸 수 있다. 클라우드 세상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학습 편리함'이다. 


◇40~50대에게 추천한다면.. 


상당히 길게 썼는데, 40~50대 아저씨들에게 추천한다면, 자기계발 욕구가 있고 무엇인가 수업을 듣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이패드를 추천한다. 갤럭시탭도 괜찮다. 삼성노트라는 꽤 괜찮은 필기메모 앱이 있고, 갤럭시폰과의 연동도 편리하니까. 


다만 영상 시청용으로 아이패드를 산다면 비추다. 아이패드 화질이 동종의 태블릿PC와 비교해봤을 때 꽤 괜찮은 편이라고 하지만, 가격대비 효율이 낮다고 본다. 더 싼 제품군을 알아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누군가 말했다. 비싼 애플 제품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돈을 벌어다 주는 '자본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공부를 하거나. 내가 가진 재능이나 기술 혹은 업무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을 용도로 쓸 수 있을 때 값비싼 애플 제품의 효용성이 높아진다. 


'애플 제품을 소유했다'라는 자기만족감이 아니라면 굳이 더 비싼 애플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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