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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명이의 전자책 출판 후기

기획출판과 전자책 출판에 대한 장단점

by 팟캐김

언론계라고 뭉뚱그려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언론 매체 간에도 암묵적인 서열이란 게 있다. 반대할 이도 분명 있겠지만 '지면을 제작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갈린다. 서열이라고 하긴 뭐해도 최소한 '지면을 제작한다는 것'에서부터 매체 간 경계선이 생긴다. 종이신문 보는 사람이 드물어진 시대라고 하지만, 이는 그 종이신문이 각 매체별로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우선 종이신문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꽤 오래된 역사를 상징한다. 인터넷으로 시작해 지면으로 갔다고 해도 적어도 20년 이상 된 매체들이 많다. 이는 역사성과 전통을 상징하며, 독자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왜일까. 일단 지면을 발행한다는 것 자체가 꽤 많은 돈이 든다. 윤전기를 돌리고 신문 보급망을 확보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든다. 그리고 지면 안에 기사를 채운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기자가 적어도 수십 명, 많게는 200~300명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들을 서포트하는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이른바 '체계성을 갖춘 매체'라고 인식될 확률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사가 가진 위력을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뉴스를 보는 트렌드가 유튜브로 많이 옮겨가다 보니, 기존 방송사가 가진 '지상파망' 혹은 '케이블망'은 없어도 될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이 소모적인 자산을 유지하는 것은, 이게 바로 '넘사벽' 경계가 될 수 있어서다. 자신들의 규모와 영향력,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전히 지면과 방송 매체가 엄청난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비록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고 해도, 이를 갖출 수 없는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만든다. 이 격차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


특히 언론사는 콘텐츠에 대한 신뢰성으로 먹고살 수밖에 없다. 혹자는 뉴스가 편향적이라고 불평을 하지만, 일반 유튜브 채널과 비교해보자. 과연 누가 더 공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끝까지 일부 극단화된 유튜브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이 시내 중심가에 사옥을 유지하고 각 지점마다 멋지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이와 같다. '도망가지 않을 것', '우리는 이런 건물을 소유할 정도로 자산이 많다'라는 신뢰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시내 중심가에 멋드러진 은행 건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반대로 이를 과시할 필요가 없는 지역의 은행 건물과 지점은 사라지겠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다. 책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게 지금 이 시대에 왜 필요한지 나름 서술하려다 보니 길어졌다. 책을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또 나뉘는 것을 나 또한 느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6년부터 한 5년 정도 팟캐스트를 했고 그간 만든 콘텐츠도 700여 개가 넘지만, 이것들이 나에게 가져다준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 간간이 강연 등의 요청이 있었을 뿐, 내가 다른 기자들과 구별되는 점은 거의 없었다고 본다.


Gemini_Generated_Image_8avr8d8avr8d8avr.png AI 생성 이미지


그런데 책은 달랐다. 팟캐스트 활동에서 파생되어 책을 쓰게 됐는데, 이 책이란 게 나의 정체성과 더 나아가 브랜드에 '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쉽게 말해 '책을 쓴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로 나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 먹고사는 기자들은 누구나 책을 쓰고 싶어 하는데 쉽지 않고 실천하기도 어렵다. 이를 뚫고 나왔다는 점이 그 부분에서 '말하지 않아도 돋보이는 부분'이 된다.


2022년부터 팟캐스트를 사실상 놓게 되고 이후부터는 안 하게 됐는데, 그럼에도 아깝지 않은 것은 그 활동에서 책이 파생되어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어쩌다 보니 2023년까지 3권을 썼다.


물론 앞서 3권은 출판사와 함께 하는 기획출판이다. 내가 쓴 글을 기고해서 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글을 쓰되 최대한 작가를 존중하는 형태였다. 출판사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신인 작가를 발굴해서 책을 낸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다만 '책을 썼다'라는 행위 자체로 만족할 수 있지만, 그 글이 온전히 '내 콘텐츠'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출판사의 마감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이후 마케팅에까지 많이 관여해야 했다. 나름 마케팅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도 분명했다. 왜?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요새 도서 시장도 상당 부분 '팬심'에 따라 움직인다.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사는 경우는 참고서나 문제집 아니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검색과 유튜브 서비스에 챗GPT까지 등장해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시장 상황이 있다 보니, 이름 없는 작가가 낸 책은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두고두고 마음의 빚으로 남는다. '내가 유명하지 못해서, 내가 열심히 못해서'라는 마음이 한편에 남아 있다.


매번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해줬지만, 그 벽을 넘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다. 출입처라는 좁은 물에서 벗어나 출판시장이라는 새로운 물에서는 철저히 외면받는 게 내 브랜드였다. 이때 '내 콘텐츠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다시금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2024년부터 경제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탄탄히 갖추면서 독자들이 나를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기로 생각한 것은 출판시장에서의 '나름의 실패' 때문이었다.


앞선 책들이 잘 팔렸다면 이후로 출판사들의 기획출판 의뢰나, 내가 기고를 하는 데 있어 '협상의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한 부분도 아쉽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책은 계속해서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자가출판이었다. 내 전문 분야에 대한 터를 닦는 한편, 책을 내는 행위는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이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출판사와 연결되어야 하는데, 얼어붙은 출판 시장에 '내 책 내주세요'라면서 사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책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마음의 부담이 됐고.


전자책이라면 어떨까. 우연히 한 플랫폼(댓글로 물어보시면 알려드릴게요)을 알게 됐고 그곳에 올 상반기에 썼던 원고를 정렬해 올렸다. 15만 원 정도 내면, 전자책 형태로 편집을 '기본적'으로 해줬다. 종이책으로 내보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예상보다 싼 가격에 놀랐고, 이러저러한 작업을 하고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 교보문고 등 도서 플랫폼에 떡 하니 올라가는 것에 놀랐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480D251168530?LINK=NVE


이제 결론 부분인데, 기획출판으로 책을 내다가, 자가 (전자책) 출판으로 냈을 때의 장단점을 얘기해보겠다.


장점 첫 번째는 '진짜 내 책을 내고 교보문고 등에 올라간다'는 점이다. ISBN도 발급된다. 비록 전자책 형태지만 추후 POD로 할 수 있고, 일정 부분 내가 비용을 들여 종이책으로 출판할 수 있다. 이 비용도 최저 100여 만원으로 시작한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여러 개의 목차를 나누고, 이를 A4용지 100장 정도 쓸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ISBN을 품은 책을 팔 수 있고, 내가 50권이든 100권이든 찍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줄 수 있다.


두 번째는 출판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 마케팅은 늘 마음의 짐이었다. 저자가 적극적으로 책을 알리고 홍보를 해야 하는데, 체질적으로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예전 기자라고 하면 출입처 등에 사달라고 부탁도 할 수 있는데, 요새 세상에는 그것도 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사실 자가 출판을 했다고 해서 마케팅에서 영영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내는 것'에 만족했다면 모를까 '팔아야 할 욕심'이 있다면 SNS든, 지인 영업이든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꾸준히 자기 자신을 알리는 채널(유튜브든 뭐든 간에)이 필요하고, 그 채널의 구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세 번째는 비용이다. 직전에 언급했지만, 이론적으로 100만 원 이하 비용으로 책을 낼 수가 있다. 교보문고 등에 유통될 수 있는 형태다.


다시 말해 저비용으로 '책을 썼다'라는 이력을 남길 수 있다. 다만 단점도 존재한다. '저비용으로 책을 썼다'라는 것 외에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첫 번째, 출판사 차원의 마케팅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케팅까지 아니더라도, 소개 글, 도서 분류 카테고리 등도 필요한데, 그것을 등한시할 수 있다. 하루에 나오는 책이 수백 권(누군가는 1,000권이라고 하던데)에 달하는데 눈에 띄지 않고 사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내 전자책을 낸 출판사의 책들을 교보문고에서 죽 살펴봤다. '빅히트작'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었다. 별점 리뷰 하나 붙어 있는 것 발견하기도 쉽지 않았다. 출판사의 눈치를 안 볼 뿐 마케팅 활동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전자책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다. 그중 하나가 시장이 좁다는 점이다. 전자책은 여전히 독자층이 마이너한 면이 있다. 종이책 시장에서는 '아쉽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1,000권 판매도 이 시장에서는 대박이라고 한다.


실제 전자책도 나름의 시장 타깃이 필요하다. 소설이나 에세이, 정치 서적 등은 이미 종이책 시장이 크기 때문에, 세밀하게 파고들어 '나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권 브랜드 마케팅이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올리기 등이다. 누구나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이면서도 노하우를 전파하는 식. 그렇지 않다면 '냈다'에 만족하는 정도다.


다시금 느끼는 것인데, 책 등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기 브랜드가 대중적이든 특정 시장을 겨냥하든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자기만의 유튜브 채널 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이겠고.


또 한가지. 오프라인이 갖는 가치는 여전히 강하다. 과거와 비교해 '독점적 수익을 얻는 기득권'을 상실했다고 해도 그 상징성은 여전하다. 온라인이 강할 수록 오프라인 재화는 희귀해질 것이고, 그것이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 누구나 범접할 수 없는 게 '명품'이 되는 것처럼 누구나 만들 수 없는 명확한 경계선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 생기기 때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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