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커피집을 하는 자영업자의 글을 봤다. 이런 글은 보통 그들의 하소연을 짙게 담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글은 좀 달랐다. ‘따숩다’라고나 할까. 진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손님들의 배려로 충만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다시 찾으려 해도 찾지 못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은 미안해하며 두 시간에 한 번 정도 디저트를 주문한다.” “아이를 데리고 온 유모차 부부는 아이가 울면 연신 미안해하고, 본인들이 있던 자리도 깨끗이 치우고 간다. 쓰레기까지 가져갈 정도다.”
일상을 채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배려한다.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쩌다 한두 명, 혹은 특이점이 온 사람들에게 크게 놀라고 지칠 뿐이지, 일상은 이런 ‘예상 가능한 배려’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진상들에 대한 이야기는 소수일 것이고, 주변에서 흔하게 보지는 못한 사례일 것이다.
다만 빈도수가 현저히 낮은 사건·사고다 보니 막상 당한 당사자들이 그에 대응하면서 쓰는 에너지는 클 것이다. 이런 글이 잘 공유되는 것도, 평소 일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례이고, ‘남의 집 불구경이 재미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언론이 이런 심리에 많이 편승한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 그러나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에는 무관심하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들에만 주목한다. 잡다한 연예인 이야기가 그래서 인터넷 뉴스를 연일 장식한다.
이런 것들을 회귀식으로 만들 수도 있다. 경제학이든 사회학이든, 어떤 사실을 설명할 때 학자들은 회귀식을 쓴다.
대충 보면 이렇게 나타난다. Y는 어떤 결과물이고 X는 요인이 된다. 예컨대 우리 일상의 모델을 만든다면 수많은 X(요인)가 존재한다. 직장에서의 성과가 될 수도 있고, 옆자리 누군가와의 관계도 해당된다. 그 X들의 개수와 정도(계수, 베타값)에 따라 Y가 크게 달라진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공통적으로 겹치는 X를 찾을 수 있다. 또 분야별로 나눠 그에 맞는 회귀식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침 기분 좋음’에 대한 회귀식이다.
‘아침 기분 좋음’(Y) = X₁(휴일 여부) + X₂(출근 시간) + X₃(전날 과음) … 등을 들 수 있다. 이 X들은 거의 반복되며 내 아침 기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들이 된다. 변수라는 말이 어렵다면, 아침 기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자.
이것들은 일상에서 반복적이고, 확률적으로도 항상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만들어봤을 때, 음으로든 양으로든 평균치에 근사할 정도로 자주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많은 사회과학이 이런 인과·상관관계를 발견하고 규명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부분을 넣어야 한다. 예컨대 모닝커피를 옷에 흘린다거나, 지하철에서 옷이 끼인다거나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이다. 정규분포로 치면 맨 끝단에 있는, 확률적으로 낮은 가능성에 해당한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길을 걷다 5만 원짜리 ‘신사임당’을 주웠다고 생각해보자. 일상에 드물게 일어나지만 내 기분을 좋게 만든다. 평소에는 잘 일어나지 않거나 발생 확률이 낮은 일들을 이런 오차항에 넣어 놓는다.
다만 이런 일들은 Y값(내 기분)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앞선 일상의 것들을 덮을 정도가 된다. 물론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이런 일들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최대한 이 ‘오차 발생적 상황’이 Y값을 흔들어 내 일상을 흐트러놓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복권 당첨 같은 드문 사건에 일상이 흔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일상은 매일 반복되는 변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늘 반복적으로 만나는 일상을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또 당첨을 염원한다거나 요행으로 무언가를 이루길 바란다면, 다른 중요 변수들을 챙기지 못한다. 발전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나를 이루는 여러 요소(X값) 중 계수(베타값)를 조정해 나가면서 ‘내가 원하는 Y’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따숩다’는 글을 올린 커피 자영업자가 주목한 부분도, 결국 일상을 이루는 큰 변수들에 주목한 것이었다. 그 변수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 일상을 지탱하게 만드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