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팟캐김 Feb 28. 2022

[경제위기란?-18]5년 뒤 한국도 디플레이션?

5년마다 1% 포인트씩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지난번 시간에 일본의 디플레이션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덧붙여서 한국의 경제 구조와 산업 발전 방향이 20세기 전후 일본과 비슷했고, 이런 이유로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성장률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오늘은 지난번 얘기의 연장선상으로 한국의 잠재 성장률 저하가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슬픈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다시금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겠지만, 당장 이게 쉽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성장률 시대에 접어든 한국


여기서 한 가지 추천드릴 책이 있는데 지난해 브라이트 출판사에서 나온 김세직 서울대 교수의 '모방과 창조'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가 5년마다 1% 포인트씩 잠재성장률이 하락해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의 추론에 따르면 1995년 7%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1%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5년이 지나면 0%, 우리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경제성장률 하락은 소득도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특정 정권의 무능함이나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악재와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라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간 대통령 선거에서 나왔던 약속들이 얼마나 허무했는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7% 경제 공약을 내세웠던 747이 되겠네요.


이런 숫자로 나타내는 경제성장률은 표현하기도 쉽고 과거 개발 시대를 향수하는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좋습니다. 그러나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은 한반도를 세로로 지르는 한반도 대운하 같은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려고 했습니다. 김세직 교수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7%로 끌어올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진단했고요.


출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2013


이번에는 보다 손쉬운 방식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정부가 확장 재정을 하는데, 예산보다 많은 돈을 들여 국민들에게 현금을 쥐어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기본소득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짝퉁 유토피아를 빚을 내서 만들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정부 부채로 경제위기를 겪고 현재도 헤매고 있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비춰 봤을 때 걱정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단기적 경기부양에 따라 과잉 투자가 이뤄지면 부실 투자로 이어집니다. 실물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 않은데 돈만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국민들의 생활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 겪었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 수준을 거의 제로 수준에 맞춘 0.5%로 내리면서 자산시장 거품이 커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기존에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야 집값 상승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봤지만 대다수 국민과 자영업자들은 높아진 부동산 가격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집을 사려고 해도 과거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경기부양에 따른 추가적인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부실 대출을 껴안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지금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성장률 0% 시대가 온다면


‘5년마다 1%씩 성장률이 줄어든다’라는 김세직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1%가 됩니다. 2020년과 2021년 제로 혹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 혹은 3%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평균치 성장률은 1%가 됩니다.


5년 뒤 성장률 0% 시대가 되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2027년, 2020년대 후반입니다. 이때는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까요?


제로성장의 시대가 되면 일자리는 줄고 우리의 소득은 감소합니다. 특히 제조기업들의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후발 국가들에게 도전을 받고, 국내적으로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장 설비를 해외로 옮기거나 사람을 줄입니다. 군산이나 울산 등 전통적인 한국 중공업의 본산이 최근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조업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결국 자영업 등 서비스업을 통해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배달 일 등이네요. 혹 다른 기업에 취업한다고 해도 그전처럼 임금을 받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즉 장기적으로 봤을 대 소득은 줄어들 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시리즈 첫 부분에서 얘기했듯이 인간이나 세균이나 먹거리가 줄어들게 되면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들끼리 전쟁 등의 경쟁을 통해 서로 죽이거나 죽다 개체수가 줄어들거나 혹은 스스로 번식을 하지 않게 됩니다.


전자는 20세기 초의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식민지 경쟁이 한계에 부딪힌 제국주의 열강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벌인 전쟁이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지금의 때와 같지 않을까요. 한창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청년 세대가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것은,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당연한 귀결일 수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가 부족할 것이라는 짐작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죠.


이런 저성장 국면을 깨기 위해서는 새 시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산업혁명이나 정보화 혁명과 같은 기술혁명이 일어나 생산 효율이 향상되고 일자리가 더 늘어나거나 16세기 이후 벌어진 대항해 시대 때처럼 새 시장이 발견돼야 고도성장이 가능합니다.


한국이 1960년대 이후 40년 가까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 내 미개발 영역이 많았습니다. 도로를 건설하거나 수출 공장을 짓거나 하는 것도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해외 빚, 그러니까 차관을 들여와했지만, 그 행태만으로도 한국은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를 관통하며 오일쇼크를 겪기는 했지만, 1980년대 3저 호황 등을 겪으면서 한국이 수출입국을 이룬 것도 큽니다. 1980년대 세계 경제가 성장해주면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충분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지금 당장 한국의 상황이 나아질지 의문이긴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 등 후발 경제개발도상국과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확보하고 있던 수출 시장을 빼앗길 상황입니다. 기술의 혁신도 영향을 주겠지만,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전자산업, 2000년대 IT산업에서 보듯 우리나라 전체 경제 구조를 바꿀 만큼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것은 좁은 국토 안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이민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향후 10년 안에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인데, 이에 따른 북한 개발이 될 수 있겠는데,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 리스크를 털게 되면 한국은 지대한 발전을 할지 모릅니다. 짐 로저스도 이를 예견했고요.


다만 이 부분도 ‘중국이 가만히 있겠냐’라는 점입니다. 북한에 대한 종주국임을 사실상 자처하고 있는 마당에서, 미국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한국과의 중간지대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우리나라 독자적으로 북한을 개발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이라는 중간 접점 지대가 사라지는 것을 원할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당분간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거나 새로운 신시장이 개발되기 전까지 한국은 내부에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출산율에 대한 문제는 정년 연장을 하거나 노년층의 근로 의식을 고취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출산율의 부분은 제도적으로 확충해야 하지만 사회의식적으로 복잡한 부분입니다. 성장률이 올라간다면 동시에 해결될 문제일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또 성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분배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분배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복지가 되겠죠. 복지를 내세운 국가 모델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복지는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되도록이면 정부의 부채, 가계와 기업의 과잉 투자를 막으면서, 쉽게 말해 빚을 내지 않고 가는 복지를 실천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내세운 중부담 중복지론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안 교수의 복지론은 기본소득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현금을 직접 주는 현금 복지는 극빈층 등 제한된 계층에 생활이 되도록 충분히 되도록 줘야 합니다.


어떤 예를 들었냐? 예컨대 전 국민 기본소득을 위해 26조 원의 예산을 공약으로 내세운 모 후보가 있는데, 이를 1년 동안 전 국민에게 풀면 한 사람당 일주일에 1만 원 꼴이 돌아가게 됩니다. 일주일에 1만 원이라.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를 연봉 2600만 원짜리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일로 바꾼다고 하면 1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저임금에 시달리는 돌봄 서비스 선생님들의 월급을 올려주는데 더 쓴다면 어떨까요?


생산을 위해서는 노동과 토지, 자본 그리고 기술 등의 요인이 필요한데, 노동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면 생산도 따라서 늘게 됩니다. 성장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서비스 복지에 돈을 쓴다면, 현금 지급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극빈층 등 위기의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생활이 될 만큼의 지원을 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돌봄이나 교육, 보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도 되면서 여성들의 취업률도 올라가게 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덜 고생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됩니다. 성장률 0% 시대 때, 우리 정부가 어떻게 복지를 통한 분배를 할지에 대한 얘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봅니다. 한반도에서 수천 년간 살아오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왔고, 지금은 또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와 있지만 잘할 것이라고 봅니다. 뜻하지 않은 불운이 올 수도 있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17화 [경제위기란?-17] 일본의 디플레이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