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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Oct 02. 2017

글로벌 마케팅의 풍경

관점의 차이, 문화의 차이

들어서며 -

본 원고는 얼마 뒤 있을 대학의 한 교양수업 특강을 위한 글입니다.
다소 길더라도 강의체(별 체는 아니고 말하는 방식)으로 쓰려고 합니다. 저는 항상 특강 요청이 오면
말하듯이 원고를 일단 줄줄 쓰고, 그 길이를 가늠하기 위해서 입으로 소리내어 읽으며 시간을 잰 다음, 마지막으로 강의 자료를 요약해서 만듭니다. 대개는 그렇게 합니다. 횟수는 몇 번 안되지만 여지껏 강의를 하러가서 나쁜 소리를 들은 적은 없으니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0. 글로벌 마케팅과 풍경에 관하여


이 특강을 부탁한 심**교수님과 저는 꽤 오랜 인연입니다. 같은 대학 출신이 아니지만, 우리는 2004년 교토에서 한 학기를 같이 수학했습니다. 각자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파견을 와서 만나게 된 것이지요. 그 때 부터 10여년이 넘는 지금까지 심** 교수님은 일관되게 진지하고, 또 가끔 그 진지함을 깨는 반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죠. 그런 심교수님이 풍경에 대한 교양 수업을 이끌고 있는데, 저에게 글로벌 마케팅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입으로는 '좋아요, 그 쯤이야' 라고 말하고 집에 와서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우선 저는 풍경에 대한 의미를 모를 뿐더러 지금껏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글로벌 마케팅 이라는 것도 정리하기가 어려운 큰 주제인데 그 풍경은 어떠해야 할지, 나 조차 잘 알 수 없는 주제로 과연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고민이 되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실마리는 쉽게 풀렸습니다. 제가 고민을 안겨준 장 본인인 심 ** 교수님이 저에게 무심한 듯 선물한 한권의 책이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사각형의 역사' 였습니다. 120페이지 남짓하는데 활자가 1000자가 될까? 거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척 금방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그 책에서 개는 눈으로 보는 것을 '사물'로 인식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사물 중심으로 본다는 겁니다.  풍경도 당연히 시력으로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다. (able to see but not to look)
풍경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머리 속에 인식이 되어야 바라볼 수 있다는 말 아닐까요?

글로벌 마케팅을 한 풍경으로서 바라본다는 것은, 구체적이고 세세한 면면의 사물에 집중하여 파악한다는 뜻이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일 자체를 한발짝 멀리 떨어져서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곧 좌절합니다.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본다라는 것은 어쩌면 어지간한 능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겠더라구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 발짝 떨어져서 그 사람을 바라볼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까? 더 어렵게는, 나 자신을 코 앞이 아니라 한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힘이 있습니까?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풍경을 바라본 다는 것은 매우 겸손해 지는 작업이 아닐까요. 


재미있는 책입니다. 추천드려요

 


오늘 강의 전까지 저는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개의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어떤 사람, 어떤 일. 이렇게 생각을 해왔었지 프레임 안에 그 풍경을 넣어서 여백과 주인공을 만들어 들여다 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오늘은 글로벌 마케팅을 이루는 몇 가지 소재를 감상해보려고 함니다. 전체의 풍경을 객관화 시켜서 바라볼 재간이 도저히 제게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저 개가 바라보듯이 사물 하나, 테마 하나에 집중해서 그 장면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도 생각하기 따라서는 풍경의 한 면을 이룰 수 있고, 이 장면들이 콜라주 처럼 얽혀진다면 그 역시 불온전 하기는 하여도 하나의 큰 풍경으로 확대되어 나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아래의 다섯 가지는 여러분이 글로벌 마케팅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소재들입니다.

1. 외국어

2. 공항

3. 호텔

4. 사무실

5. 미팅


그럼 하나씩 같이 들여다 보시죠.



1. 외국어 English and more


인간은 태어나면 말을 배우게 됩니다. 나서부터 자연스레 엄마로부터 배운 언어이기 때문에 '모국어'라고 부르고 자신의 첫 번째 언어가 됩니다. 생각보다 인류의 상당수는 이 한 가지 언어만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영어'와 그 밖의 외국어는 삶의 필수처럼 되어버렸죠. 여러분도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받고 계신가요? 글로벌 마케팅을 떠올리면 일단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쉽습니다만. 저는 애석하게도 그 범주에서는 빠져있습니다. 물론 업무를 할 때는 100% 영어로 진행을 하죠, 해외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니 현지 마케터와 영어 이외에는 소통의 수단이 없고, 기획서도 보고도 영어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다시 제가 영어로 작성한 문구들을 현지에서 현지 언어로 번역을 하고 그 언어로 실제 퍼블리시 되는 거죠.

외국어가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도 사실이어서 글로벌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서 영어를 못한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도 꽤 많지만, 절반 정도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가요? 보통 글로벌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 중에 영어를 잘해서 그 일을 잘한다고 불리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영어도 잘하느냐, 아니면 영어실력이 썩 탁월하지는 않느냐. 하는 정도죠. 이렇게만 두고 보면 언어는 제 1의 조건이 아닌 것 처럼 보입니다.


여러분은 영어 잘 하나요? 혹은 좋아하나요?

어떤 사람이 영어를 잘합니까? 이 질문 어려운가요?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내거나, 혹은 다 커서 몇 년씩 유학을 다녀온 사람을 제외하고, 말로서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언제 판가름 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느냐- 에 달린 문제 아닐까요?

외국어는 결국 하나의 도구 (Tool)에 지나지 않습니다.
글로벌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외국어는 로컬의 특색을 걷어내고 더욱 더 보편적인 단어와 용어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어에도 종류가 있는데요, 어떤 어떤 영어가 있죠? 아시는 분?

American English , British English, Indian English... 같은 영언데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영어죠.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International English를 선호합니다. 억양이 강하지 않고, 유행어를 쓰지 않고, 축약하지 않습니다.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말하고 천천히 말하고 정확하게 말하는 영어를 잘 한다고 표현하죠.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기 위해 쓰는 외국어 이니 만큼 심플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보면서 영어를 공부할 게 아니라, 단순한 문장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서 패턴을 외우는게 글로벌 비지니스에서의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감히 말씀드려요.


2. 공항 Airport


공항. 한 때 한달에 최소 12번은 공항에 갔던 것 같습니다. 20번씩 갔던 적도 있네요. 출국 하면 일단 공항에 한번 가고 도착하면 다시 공항이죠, 귀국할 때 마찬가지로 2번을 가니까 1번 출장에 4번 꼴로 가게 됩니다.
출장을 자주 가게되면 가장 먼저 공항에 질립니다.

전세계 어딜가나 공항이라는 것이 엇비슷 합니다. 차갑고, 바삐 움직이고, 한정적이고, 맛있는 음식이 없습니다. 게다가 즐기려고 가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출발하기 1시간 쯤 전에 공항에 도착합니다. 건조한 표정으로 수속을 하고, 티켓을 발급 받고 짐을 부치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갑니다. 공항 게이트와 가장 가까운 항공사 라운지로 보통 안내를 받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비지니스 맨들이 양복과 노트북 가방을 들고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죠. 라운지에 앉아서 식사를 해결합니다. 비행기를 타면 밥을 주는데 왜 라운지에서 먹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저는 소화기관이 약한 편이라 공중에서 먹는 식사를 잘 소화시키지 못합니다. 라운지에서 항상 비행전에 식사를 작게라도 하고 비행기를 탄 후에는 영화를 보거나 일을 하거나 아니면 잠을 잤습니다. 그래봤자 공중에서는 뭘 먹어도 맛있기가 힘듭니다. 라운지 사정은 비슷해요. 진수성찬을 갖다 줄리 없죠.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고 대부분 기내식을 기대하고 있는 처지므로 (저를 빼고) 간단한 요기거리와 술, 안주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심할 정도로 먹을 것이 없지만 저는 그 와중에 힘내서 견과류 라든가 볶음밥, 샐러드 등을 챙겨 먹습니다. 훌륭한 음식을 내는 가끔 라운지가 있기는 하지만 드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3를 꼽자면 터키 이스탄불의 터키쉬 에어라인 비지니스 라운지 (케밥이 나옵니다), 하네다 공항의 ANA 라운지 (초밥과 아사히 생맥주 기계가 있어요) , 마지막으로 대만의 비지니스 라운지인데요, 항공사는 아마 EVA 일겁니다. 딤섬이 나오고 국수를 즉석에서 말아주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게이트에서 줄을 서고 탑승합니다. 


3.호텔 Hotel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호텔을 고르는 기준이 일반적인 여행자들과는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호텔을 고르나요? 기준이나 순서가 궁금합니다.


저는 우선 호텔이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매번 정해진 같은 호텔에 묵고 가급적 same view from last stay.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호텔은 꽤 큰 면적의 빌딩으로 되어있고 방향과 층에 따라서 배치가 달라집니다. 배치가 달라지면 같은 호텔이라도 방의 느낌이 꽤 새로워지는데 저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도 새 옷보다 입던 옷을, 새 장소 보다 단골집을 선호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낯선 장소에 갔을 때 만큼은 방 만이라도 조금은 익숙했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저는 도시가 바뀌어도 가급적 같은 체인의 호텔을 고집하게 됩니다. 처음 가본 도시일 수록 호텔만큼은 같은 체인을 이용하게 되면 이점이 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공항, 낯선 언어, 낯선 로비..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는 순간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프런트에서 체크인 하고 방으로 들어온 그 순간 익숙한 방의 향기, 욕실의 어메니티, 전화기의 위치, 익숙한 용어들이 나를 기다리고 헤매지 않고 옷장을 찾아 짐을 넣고 익숙한 탄성의 침대에 잠시 엎드려 봅니다. 집에 왔구나- 라는 기분까지는 오버겠지만, 적어도 약간의 안도가 듭니다. 쓸데없이 전화 걸어 라운더리 백이 어디있냐고 물어 볼 필요도 없지요.


같은 호텔 체인을 이용하면 어메니티가 안바뀌는 것도 장점이에요 


글로벌 비지니스를 하고,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 호텔은, 변화를 최소화한 곳, 가급적 익숙한 곳이 좋습니다. 어쩌면 두 번째 집 같은 존재가 필요하니까요. 



4.사무실 Office

어찌보면 직장인에게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여러분에게는 이 강의실 이겠네요.
여러분도 고등학교 까지는 1년 동안은 적어도 지정된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았나요? 익숙한 위치, 냄새, 같은반 친구들을 떠나 대학에 와서 처음엔 낯설었겠죠. 수업마다 교수님도, 강의실도, 같이 수업 듣는 학우도 달라지고 방학이라는 틈을 지나 개강하면 같은 강의실도 낯설게 느껴지고요. 지금 이 강의실도 일 주일에 한두시간 아니면 다시 올 일이 없지 않나요? 스쳐 지나가는 공간 처럼 느껴지고 내 사물함이나 내 표식을 남기는 일은 없죠. 제게도 사무실은 이 강의실과 비슷한 기분입니다. 


글로벌 마케팅을 하다보면 해외에 있는 오피스를 순회하듯 방문하는 시즌이 있습니다. 어제는 한국, 오늘은 대만, 내일은 방콕, 다음주는 도쿄 이런 식이지요. 과거에도 그래왔지만 근래 들어서 많은 기업들이 오피스 인테리어에도 많은 공을 들입니다. 공간 브랜딩이라는 것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지요. 글로벌 오피스도 기본적으로 본사에서 인테리어 라든가 공간 디자인을 관리하기 때문에 어느 도시를 가든 규모의 차이나 입지의 차이는 조금씩 있더라도 대체로 엇비슷한 풍경입니다. 일단 전체 공간의 색상과 질감이 같아요. 하얀 색을 기본으로 하고 그 안에 가구는 네추럴 우드 톤으로 하고, 사이니지는 브랜드 컬러인 밝은 그린로 포인트를 준다든가 하는 식이지요. 공간의 구조- 책상의 배치나 회의실 동선 등도 왠만하면 유사하게 디자인되기 때문에 출장을 가도 많이 어색하거나 찾기 어렵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사무실에 갈 때마다 어색해지는 것은 정해진 좌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출장은 아무래도 당일치기도 될 수 있고 2-3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temporory worker를 위해서 좌석을 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때 그 때 빈 좌석을 찾아서 (출장자라든가 휴직자, 애초에 빈자리 등등) 잠시 빌려쓰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작은 회의실을 하루 종일 빌려서 죽치고 일합니다. 번잡한 시즌이 오면 복도에 마련된 작은 캔틴에 서서 일할 때도 있습니다. 


 글로벌 마케팅을 하다보면 사무실에 대한 애착은 점차 사라지고, 노마드가 되어가는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전세계 어딜가나  큰 빌딩은 다 비슷비슷하게 마련이고, 당연한 듯 1층에 자리한 스타벅스나 편의점의 유사한 구성품도 한 몫을 합니다. 갑작스레 장소와 사람이 바뀌어도 사무실에 적응하는 에너지를 쓸 일은 줄어듭니다. 한국에서만 일 하는 사람들은 조직개편만 해도 새 책상이 낯설고, 옆 자리 사람이 낯설기 마련인데요, 글로벌 비지니스를 몇 년 하다보면, 생판 모르는 남의 사무실에 가서도 늘 이 자리에 출근하던 사람처럼 당당하게 일하는 뻔뻔함이 늡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커피 머신도 몇 초만 주의를 기울이면 작동할 수 있고, 사무실 가까이에 적당한 점심용 식당을 하루 만에 찾는 일에도 노하우가 생깁니다. 업무용 가방은 가볍게 싸고, 꼭 필요한 것은 모두 챙겨서 허둥대지 않게 되고, 컴팩트 하게 노트북을 놓을 책상과 잠시 앉을 가벼운 의자만 있다면, (때로 의자가 없더라도) 열중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5. 미팅 Meeting


출장을 가는 이유가 뭘까요? 지금 처럼 온라인이 발달하고 개인 모바일 기기에서 장소와 시간과 상관없이 대화하고 이메일에 답을 쓰고 통화도 할 수 있고, 비디오 통화도 할 수 있는 시대에 말예요. 한 두시간 만나서 '미팅' 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10시간 이상 길에서 여행하는데 버리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생각했던 것 만큼 설득이 쉽지 않거나 미팅의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더욱 그렇죠. 오히려 시간을 두고 혼자 정리한 이메일이 더 깔끔하게 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던 적도 있고, 메신저 창을 여러개 켜두고 각 국가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거나, 단체 방을 만들어서 한 꺼번에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의견을 차례 차례 들어본다든가, 요즘 시대에는 꼭 '만나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 보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미팅은 여전히 파워풀합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메신저로 "**씨 이것 좀 부탁해요, 다 되어가나요?" 라는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 그 건에 대해서 저는 반대입니다" 라든가, "제안서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같은 이야기는 메신저로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text만으로 전달되는 것과, 목소리, 표정, 제스쳐 까지 포함한 대화는 효과가 다릅니다. 학문의 영역에서도 일의 영역에서도, 아니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영역에서도 우리는 외부의 정보를 '해석' 하고 '올바르게 해석' 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미팅은 text 만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있을 지 모르는 해석의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편 중의 하나 입니다.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 것은 직접적이며 효과적입니다. 일단 내가 이야기 하는 동안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서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여러분 토플 시험 본 적 있어요? CBT 라고 해서 컴퓨터로 시험을 보는데 초반에 자꾸 쉬운 문제를 틀리게 되면 이 사람 수준이 낮다고 판단해서 점점 문제가 쉬워집니다. 뒤로 가도 해석이 잘 되면 고득점은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죠. 이런 단순한 로직이 미팅에도 통용됩니다. 이야기가 하면 할 수록 쉬워지고 말이 단순해지고 술술 풀어지고 예상보다 미팅 시간이 단축되고 하는 것들은 난이도가 낮은 일을 처리할 때만 발생합니다. 중요하고 도전이 많은 일일 수록 미팅이 갈수록 산으로 가고 이야기는 꼬이고 반대에 부딪히고 삭막한 공기가 흐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일 수록 '아 제대로 가고 있군' 생각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게 바로 미팅 입니다.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미팅일 수록, 고되고 싸움과 비슷한 수준으로 논쟁이 오갑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5분안에 의사결정을 지을 수 있는 미팅이었다면, 이메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그만큼 고민해볼 거리가 아니었다는 뜻도 되고요. 


메신저로도 이렇게 대화하는 효과를 내는 기술도 등장하겠죠?


어떤가요?
글로벌 마케팅에 대한 어렴풋한 감이 잡혀가나요?


거의 모든 이 세상의 일이라는 것은 내 의견을 주위에 관철시켜가는 작업입니다. 마케터는 마케팅의 입장이 있고, 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해야 되는 가치가 무엇인가, 그게 진실로 가치롭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쉽게 디자인 되었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 양보하지 않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목표는 같은데 수단이 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가급적이면 미학적으로 가치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고, 개발자는 기술적으로 수준 높은 기술과 잔업이 적은 심플한 코드를 좋아합니다. 사업가는 좌우지간에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하고 이 모든 것의 의사결정권자는 '모든 것이 다 좋기'를 바랍니다. 마케팅은, 이 모든 풍경을 한 발 짝 떨어져서 보려고 합니다. 나도 이 회사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고객이기에,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일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조직에 몸을 담게 되면 바라보는 풍경이 단조로워 집니다.

늘 같은 곳에 서게 되고 그 방향을 향해 서게 됩니다. 그 편이 조직력을 강화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합니다. 몸에 익는 다는 것은 숙련된 기술을 쌓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반복적으로 유사한 패턴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다 보면 점차 시간이 단축되고 여러 면에서 몸과 마음이 쓰는 에너지가 절약됩니다.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어쩌면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노마드 입니다. 고객은 머무르지 않습니다. 적당히 한 철 즐기다가 시들해지고, 수요가 메마르고, 더 나아 보이는 곳으로 쉽게 떠나갑니다. 그런 고객들을 한 자리 붙잡아 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고 싶어하는 새로운 풍경을 계속해서 가꾸어 나갑니다. 최종 목적은 정착이 아닙니다. 가급적 작은 풍경이라도 그 안에서 안락함과 쾌적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그 다음 스텝으로 이동할 때가 찾아오면, 서운해 하지 않고 더 나은 곳을 준비해서 모시면 됩니다. 시대가 바뀌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제품도 변해야 하고 업 자체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일이 필요할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그렇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쟁상품이 마음 속으로는 더 끌리면서 못 본척 눈을 감고 우리가 더 우수하다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 풍경이 아니라 다른 발치에서 여러 각도로 시각을 바꾸어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런 노력 끝에 얻는 것은, 

풍경은 아무리 바뀌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어떤 본질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어요. 
합리적 가격에 높은 품질은 외면당하지 않아요.

사회적 가치를 가진 제품을 사람들은 조금 비싸도 사줍니다. 

과장 광고에 속아서 샀지만 한번만 써보고도 쓰레기 같은 제품은 티가 나고, 다시는 속지 않게 되죠. 


글로벌 마케팅에서도 

남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세상이 어떻게 다르고, 문화가 어떻게 차이나고, 언어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나무나 풀이 다르고, 냄새가 다르고, 마시는 차의 종류가 달라도,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원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글로벌 마케팅의 풍경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동안 ' 아 이렇게 색다른 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크게 못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저 어떤 일이든지 간에, 몰두하게 되면 사실 주변적인 것은 모두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쉽게 아실 거에요. 사업이든, 자영업이든, 회사든, 전문직이든, 학업의 길이든지 간에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져도, 그 풍경의 반대지점에 서 있는 나의 시각, 내 인지는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나의 행복. 여러분이 풍경을 바꾸어 나가면서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이 풍경을 바라보고 선 나의 마음 상태 입니다. 


무엇을 하든간에, 열심히 하고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잘 하게 되고, 세상은 잘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찾게 되시길 바래요. 

그래야 그 풍경을 감상 appretiate 할 수 있거든요. 
오늘 짧게나마 설명드렸던 글로벌 마케팅이라는 것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 사람이 있다면 추가적인 질문을 주셔도 좋습니다. 딱히 강의 내용과 관계 없는 질문도 역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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