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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Oct 07. 2017

마케팅- 누구나 알 수 있게 , 누구나 쓸 수 있게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의 마케팅 슬로건

"누구라도 알 수 있고, 누구라도 쓸 수 있다는 것만큼 강한 것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간단하고 간결하다는 것은 사람을 가리지 않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가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146p. 

이 책 너무 좋아요 홍홍홍


책을 읽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어떤 주제를 읽던지 간에 마케팅으로 치환시켜 생각하는 것은 오랜 습관이자 직업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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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나오는  건축가들의 위와 같은 대화가 마케터인 저를 자극했습니다.
 막스 베버가 주장한 자본주의의 원동력이 '프로테스탄티즘'이고 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슬로건이 바로
"누구나 알 수 있게, 누구나 쓸 수 있게" 였다고 하네요. 저는 수백 년 전의 저 슬로건을 빌려 쓰고 싶은 강한 열망을 느꼈습니다. 마케팅을 할 때야말로, 마케터는 사용자가 누구라도 이 제품을 알 수 있게 하고,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니까요. 


 현대사회는 갈수록 일원화, 전체화 , 집단화되어가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이 모든 것이 왜 가능하게 되었냐 하면 바로 데이터 수집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터는 무엇을 뜻합니까? 단순하게 의견을 드리자면, material입니다.

과학 : 실험과 같이 검증된 방법으로 얻어 낸 자연계에 관한 체계적 지식 체계.


지금까지 사회과학 분야는 실험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논문을 쓸 때도 이 실험 방법론 가지고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많은 학자들이 무너집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충분히 경향성이 눈에 보이는데 이걸 검증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마케팅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패턴을 찾아내도 그 인과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너무 많은 거죠.


마케팅도 과학이냐, 학문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가 볼 때 데이터 분석 이전의 마케팅은 과학이 아니었습니다.

1)
수차례 반복적인 마케팅 실험을 통해
2) 검증한 '체계' 그러니까 방대하고 반복적인 데이터가 그린 '경향성'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
3) 그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느냐가

마케팅을 과학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함숫값 구하고 그래프 그린다고 단숨에 마케팅이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마케팅이 과학이라는 주장보다는, 마케팅 사이언스를 실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아직까지도 마케팅에 대해서 이런 접근을 하지 못하는 회사가 무척 많습니다. 


개인의 욕망이 사회를 움직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지금과 같은 철저한 자본주의 시대에서 마케터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다른 것을 원하고, 마케팅은 특히나
 '차별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믿어왔던 시대도 있습니다. 남과 다르게, 남들이 없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의 유행이 지금은 매우 시들해진 것처럼 느껴지네요.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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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현대의 마케팅, 그러니까 데이터가 주도하는 마케팅은 언뜻 보면 똑소리 나지만, 그 마케팅의 결과는 점점 더 우리 삶을 단조롭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케팅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의 '관계'가 필수적입니다. 

데이터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입니다. 사람들의 오만가지 다양하고 서로 다른 행태가 또렷한 경향을 만들어내고, 마케팅은 다시 그 경향성을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집중해서 실행하게 되는 CYCLE 이 형성됩니다. 

Date- Driven- Marketing의 시대에서는 '차별화'라는 것의 정의가 아예 달라져야 하는 거겠네요. 그렇죠?
초기에는 아래 그림과 같은 선택과 집중이 차별화라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네...제가 그렸어요... 


우리의 마케팅은 갈수록 집단화, 보편화될 테니까 말이에요. 그걸 주도하는 게 데이터이고요.

그러나 마케팅이 숫자만 가지고 해결된다면 누가 못하겠습니까? 로봇이 사람보다 더 잘하겠네요. 

다행히도 마케팅 역학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 매우 다행히요.


위에서 그린 것처럼 A/B 옵션만 가지고 마케팅을 집중하게 되면 사람들은 무미건조함을 쉽게 느낍니다. 여전히 마케팅은 차별화해야 하는데, 어떤 차별화 이냐고 하니 


개별적인 사소로운 취향을 다 여기저기 흡수시키고 무시해서....
중요한 A.B 두 가지 선택이 아니라 ABCEFG... 하나하나 소중하게 차별화해준다는 거예요. 
모두의 취향을 다 오롯이 받아줄 수 있는 차별화. 이걸 다른 말로 하면 '개인화'가 되겠네요. 
명백하게 Trend,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Timeless, 나의 고집 같은 것도 엄연히 있잖아요.  

네...이것도 제가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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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제가 생각하는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그리고 마케팅 사이언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 삶의 풍요로움에 복무하는 것이고
사람의 삶을 가장 살 만하고 뿌듯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은 나한테 맞춰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이 개인화가 무조건 '많은 비용'을 발생시켜서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방법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바꾸려 들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을 대할 때, 그 사람을 뜯어고치려 들거나, 필요도 없는 걸 사게 만들려 들거나, 우리에게 편리한 쪽으로 그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려는 마음으로 마케팅하고 싶지 않습니다.


AI시대와 데이터 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마케터로서, 제가 가장 고민하는 분야는 철저한 개인화이고,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고민이, 그 개인화된 서비스가 한마디로 표현되는 콘셉트이었습니다. 


모든 서비스와 제품이 개인의 니즈에 맞게 디자인되는 때야 말로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어진다는 생각입니다. IT Savvy 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 그렇지 않은 사람도 , 지금 바쁜 사람도,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도, 모두 자기 사정과 맥락에 맞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언제 어디서든 

'나에게 쉽고 나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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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간 맞추기

영어로는 간 맞춘다는 표현이 딱히 없습니다. 서양 음식은 간을 딱 맞춰서 해온다기보다는 각자가 소금과 후추로 입맛에 맞게 새로 간을 쳐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말에는 '간 이 짜다, 싱겁다, 맞다, 안 맞다'는 말을 자주 쓰게 되는데 

저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이 간을 맞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해서 알아듣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어찌 보면 마케터가 이 말의 간을 잘 맞추는 게 필수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말을 알아듣기 쉽게 한다는 건, 듣는 사람을 철저히 파악하고 배려한다는 뜻이겠고요. 

요리는 기본만, 소금은 입맛대로 치세요 


누구나 알 수 있게, 누구나 쓸 수 있게 제품을 디자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추어 드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게 불가능해지지 않다는 게 AI 시대의 머신 러닝의 주장이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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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 다양한 영화가 세상에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사는 지역 반경을 벗어난 곳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더 나은 방법을 배우고 

내 방법을 남과 나누고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면

소수가 누려왔던 특권을 다 같이 한 단계씩 천천히 높여가면서 살 수 있다면, 

삶의 질을 한 번에 무리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불편을 하나씩 없애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수집과 체계화 그리고 실행 뿐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으면서도 개인의 취향을 들어주는 것.

사실은 그게 막스베버까지 갈 것도 없이 그게 공자가 주장한 '중용'의 참 뜻이기도 합니다. ^^;; 

마케팅은 과학도 철학도 아니지만, 마케터는 과학과 철학을 모두 주무를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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