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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Oct 25. 2017

영화로 보는 AI

메트로폴리스1927 부터 엑스마키나까지 2014

AI Agent 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현실적으로만 생각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아직 갈 길이 멀었다' + '봐줄만한 수준이니까 참고 더 써보겠다'로 귀결되거든요.

이럴 때는, 한번 멀리 상상력을 뻗쳐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과거 수많은 SF 물에서 다뤄진 AI 들... 명작만을 나름대로 엄선했습니다. 



METROPOLIS 1927


독일 프리츠 랑 Fritz Lang 감독의 27년 걸작 of 걸작입니다. 
이 영화의 큰 흐름은 머지않은 미래에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자를 대변하는 여주인공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 남주인공, 금수저 프레더를 되찾기 위해 그 아버지가 마리아와 똑같이 만든 로봇을 만들어서 지하 도시를 파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영화에서 AI는 '심장' 이 아예 결여되어 있지도 않고 발전할 생각도 없습니다.

로봇은 '악'으로 쉽게 해석되고, 인간성의 회복만이 갈등을 해결할 열쇠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프리츠 랑의 부인이 썼고,  이 영화를 괴벨스가 극찬했다고 하네요. 제가 볼 때는 계급주의와 나치 비판 영환데 말이에요. 아무튼 나치가 그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부인과 이혼까지 해가며 프리츠는 할리우드로 망명하게 되고, 프리츠의 할리우드 망명이, 미국 영화에 작가주의의 씨앗을 심었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 쓰인 음악이 훗날 앰비언트와 숱한 영화음악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 완벽주의자 이자 건축학도였던 프리츠 랑이 건설한 미래의 도시는 아직도 많은 디자인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작품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걸작입니다. 죽기 전에 꼭 보세요.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서 봐야 하긴 합니다. 저도 중간에 졸았어요 ^^;; 

독일 표현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디자인


2001: SPACE ODYSSEY 1968 


스탠리 큐브릭이 달에 도착한 영상을 조작했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로 그의 실력은 이미 인정받았죠. 그럴만한 것이 68년 작인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보여주는 우주선과 우주여행의 장면들은 정말로 거기 다녀온 사람이 아니면 재현하기 힘들 정도로 생생합니다. 이 영화에서 HAL은 미션 달성을 위해 비행기에 장착된 AI입니다. 인간들이 인간들의 사고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하자 임무 완수 하나만을 생각하는 HAL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영화가 호러로 변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인간이 승리하기는 합니다만, 매우 불편한 심기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인간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명제를 어긴 것이니까요. 이 영화는 AI와 인간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 보다 큐브릭이 그려낸 미래가 더 볼만 한 것 아니겠습니까. 꼭 보시길. 



BLADE RUNNER 1982


2049 버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은 1982 오리지널 버전을 무조건 보고 가시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저도 드니 빌 뵈브의 2049를 보기 전까진 오리지널과 어떤 개연성을 가질지 확신하기 힘들었는데 보고 나니 확실히 전편을 잘 이어받은 수작이었습니다. 오리지널은 역시 그 만의 매력이 있죠. 
82년 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카메라 기법과 의상, 건축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은 '누가 도대체 리플리컨트고 누가 인간이냐' 하는 질문입니다. 어찌 보면 모두가 인간적이고, 그 반대의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인간이냐 아니냐 보다 인간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한다면 리플리컨트가 아마 압승할 겁니다. 필립 딕 K의 원제처럼 ' 안드로이드는 전자양 꿈을 꾸는가?' 아니죠. 완벽하게 설계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안드로이드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 같습니다.

비 인간적인 인간들이 판을 치는 요즘엔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TERMINATOR 1991


또 하나의 로봇 걸작. 터미네이터 2입니다. 저는 1편보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2편을 명작으로 생각하는데 아마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전작에서는 미래에서 건너온 전사와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의 로맨스가 주축을 이뤘지만 2탄에서는 그녀가 낳은 아들과 미래에서 현재를 구하러 온 로봇 과의 우정이 주축을 이룹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건 화려한 액션을 감당할 수 있는 본체가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옮겨가죠. 얼마나 미래 기술이 발달했는지 로봇들의 대결을 통해 알 수 있지만 결국 신형 로봇들 보다는 구형 로봇이 인간을 구하고, 말하자면 승리를 이끌어내어 갈등을 종식(Terminate) 합니다. 자본을 더 큰 자본이 이기고, 기술이 기술을 이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인간들이지만, 로봇조차도 인간과의 우정을 가질 수 있고, 결국 옳은 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어쩌면, 그게 우리 인간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기술을 기술만이 누를 수 있다고 하면 결국 세상 모든 일은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영원히 패배하기만 해야 할 테죠. 




HER 2013 


90년대에서 20년 훌쩍 점프하면 최근작인 Her를 만날 수 있습니다. Her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편지 대행 서비스를 하면서 먹고사는데 정작 자신은 집에 오면 아무런 인간적인 온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이별하고 혼자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데, 집에 AI인 사만다를 들이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들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달래는 도구로 AI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게 될 테죠? 모든 인간은 외롭고 누군가로부터 케어 받고 싶어 하지만 많은 대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Her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매우 심플합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만 하면 내 집이든 밖이든 스마트 디바이스로 24시간 나와 함께 있으면서 
때로는 비서로, 때로는 여자 친구로, 때로는 가족처럼 오만가지 일들을 나서서 처리해주고 도와줍니다. 
마냥 행복해 보이던 AI와의 데이트도 그녀의 변심으로 끝나버리는데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요? 기계던 사람이던 여자는 다 똑같다? ㅎㅎㅎ 글쎄요. 인간의 외로움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할 수 없다. 가 아닐는지. 


EX MACHINA 2015


가장 최근 작품입니다. 한국 제목은 엑스 마키나. 흥행 작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최근에 네이버 다운로드로 겨우 봤으니까요. 이 영화는 섹시한 여자 안드로이드 로봇에 대한 환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마지막에 반전을 만들어 냅니다. 왜 로봇은 주로'여자' 에다가 '섹시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질까에 대한 은근한 반발심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논리를 완벽히 설명합니다. 영화에는 AI가 제대로 설계된 건지 튜링 테스트를 하기 위해 비밀리에 선발된 검색엔진 회사의 직원으로 도널 글리슨이 등장합니다. 구글을 모태로 삼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에요. 지금 유수의 IT 기업들이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숨겨진 자연 속에서 천재 억만장자가 현대화된 빌라를 짓고 비밀리에 AI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습니다. 다소 뻔할 것 같은 스토리지만 착실하게 개연을 만들어 내고 영화적 장치를 적절히 활용하여 관객과 심리전을 펼치는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흥행에 실패해서 본 분들이 적을 텐데 저는 추천합니다. 



거의 100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로봇, AI의 모습들은 크게 변화하지 않은 듯도 보입니다. 

-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지만 
- 너무 완벽하게 만들다 보니 오히려 결점이 생기고
- 그 결점이 인간을 위험으로 몰아간다 


는 구성이죠, 이 숱한 스토리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로봇은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한계'를 짓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 아닐까요?

너무 그릇된 욕심은 결국 모든 걸 망치는 길이 됩니다. 로봇은 로봇으로 남아있어야 하지 인간과 유사한 수준까지 갈 필요가 애초에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이끌어 냅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로봇문화가 정착되고 발전될 조금 먼 미래에는 로봇 간의 계급이 발생하게 될 거라는 인간의 예측이 영화로 드러납니다. 인간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고착화되어있죠 (너무 확연히 보이는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인간이 생산해낸 로봇에게마저 계급이 부여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습니까?
구 로봇은 신로봇에 무시를 당하지만 언젠가 더 성능 좋은 로봇이 나오겠죠. 
인간에겐 노화와 빈부 격차가 있다면 로봇에겐 업그레이드와 소재강화가 있는 거겠죠. 

약간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자, 골치 아픈 AI 기사들, 공부만 하지 말고 영화 한 편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 발전시켜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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