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gon Huh Oct 13. 2017

AI형 인간 Vs. 인간형 AI

사고가 막혀버린 사람들의 결정장애 

사고할 줄 아는 훈련이 된 존재는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가 없다. 

그에게는 식당 메뉴판에 적인 활자들도 심오한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는 데만 특화된 로봇은 결코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이 기대하는 AI는 백과사전을 통채로 암기한 인간이 아니라 그 방대한 양의 정보들로부터 스스로의 관을 도출해 내고 우리가 계산할 수 없는 부분까지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춘 녀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 층, 그러니까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과 PC를 가장 중요한 학습의 원천으로 삼으며 성장해온 세대들에게서 보여지는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이 있다. 이 사람들은 학교에서 과제를 내주면 네이버 지식백과의 내용을 비판없이 수용한다. 거기 까지도 괜찮은데, 그 이상의 진전이 없다.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을 통째 넣어놓은 데이터 베이스에 손쉽게 근접하지만, 그 데이터들을 가지고 어떤식으로 지식을 쌓고 발전시켜 나가야할 지에 대한 방법은 잘 모른다는 느낌이다. 이들은 공신력 있는 정보를 너무나 비판없이 수용하고, 그것을 의심할 시간에 다른 데이터를 뒤져서 이어 붙이는 걸 선택한다. 거기에 '나의 독창적인 해법'이 담겨있지 않다. 항상 다수의 지지를 받은'안전 거리 내의 대답'을 찾는다. 마치 데이터 시대의 수 많은 그래프들이 아웃라이어들을 다 무시하고 편중화되고 집단화 된 정보 만이 '진실' 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마냥...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초기 검색 봇에 멈춰선 AI를 보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AI형 인간이라는 말이 너무 과도한가? 그런데 솔직한 내 심정이 그렇다. 


 욜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욜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인용하면, 

백신을 맞은 사람은 누구나 사이보그다. 우리 몸은 질병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고 기술로 변형된 바이러스를 통해서 변화되었다. 

그러니까 인간 몸에 새겨진 '면역 반응' 자체가 백신을 통한 코딩에 의한 결과 값이라는 거다. 그렇게 비유하고보면 , 사고하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들은 매우 단순한 값을 계산할 수 있는 구식 사이보그라는 것도 과도해보이지 않는다. 인간이나 로봇이나 자극을 통한 학습과 반복된 훈련을 통한 진화는 결국 유사한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로봇이기 때문에 저급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우월할 것도 없다. 


'너희 로봇은 훌륭한 그림이나 문학을 만들 수 없다' 는 인간의 도발에 '그러는 넌 가능해?' 라고 순진하게 되묻는 로봇의 질문에 부끄러움은 내 몫이 되는 것처럼, AI 시대에는 기계보다 못한 인간들이 더 낮은 지위로 추락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디스코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AI를 만드는게 하나의 숙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그 한마디에 많은 고민에 빠졌다. 기계가 질문까지 스스로 해결해버리면 인간은 무얼하나? 대체로 지금까지의 인간- 기계의 관계는 주-종 관계가 성립해서 항상 인간은 질문을 던지는 자이고, 기계는 답을 제시하는 자 여왔다. 


그런데 이제는 '질문의 영역' 마저 기계에게 학습시키려고 하는 시대에 왔다. 

질문은 곧 사고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기 때문에 질문 한다는건, 완벽히 이해했다는 뜻이고, 지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우월한 AI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쉬워서 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 그럼, 질문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집약적으로 뇌를 자극했던지 되새겨보자. 

우리는 그저 '멍청해보이지 않는 질문'을 찾아내르라 시간을 허비하고 곧 용기 있으면서 동시에 똑똑한 질문을 찾은 대리인이 손을 번쩍 들어 모두의 궁금증을 효율적으로 해결해내는 광경을 목격해왔다. 


Q&A의 대칭적인 관계를 일방적인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우선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질문과 대답을 통해 지식의 간극을 메꾸어나가는 작업을 굳이 안하는건

먼 길을 돌아 돌아 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머신 러닝을 통해 고객이 직접 대답하지 않아도 우리는 많은 고객 정보를 유추하고 있습니다'
'대단하군요, 그래서 알아낸 정보가 무엇인가요?'
'사는 지역과, 성별 정도입니다'
' 그 정도라면 몇 가지 질문 만으로 훨씬 간단하고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지 않나요?'


참고로 위 대화는 실화다..... 

모르면 물어봐라 라는 제 1의 원칙을 물리쳐가면서 까지 고객의 데이터를 샅샅히 까보고 수집해서 굳이 로봇에게 노가다를 시킬 필요가 있겠냐는게 내 생각이다. 


두번째는 사고력의 부재다. 
로봇은 백과사전 하나를 외우는 것만 해도 대단한 발전을 이룬 것이고 칭찬해줘야 하지만, 그 백과사전 안에 들어갈 정보를 발견해내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내가 필요로 할 정보를 발 빠르게 착착 내 책상위로 가져다 주는 똑똑한 비서는 칭찬할 만 하지만, 내가 하던 연구까지 빼앗아 가서 더 훌륭한 결과로 만들어 오는 로봇은 망치 질을 피할 수 없어지는 것 아닐까?

아니, 그렇게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내기 이전에 더 먼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주제가 있다.


AI처럼 사고하는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반성이다. 


사고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존재는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가 없다. 
정답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빨리 찾는데에만 특화된 사람은 결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그 런 사람은 심오한 질문을 던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뇌가 확장되고 지식이 확정되어 마침내 지혜까지 승화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이 기대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이 기대하는 인간은
벽에 휘갈긴 낙서 한 줄에 힌트를 얻어 새로운 스케치를 할 수 있는 사람, 과거에 없었던 (데이터가 전혀 없었어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AI에게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그의 대답들을 토대로 올바른 명령을 던질 수 있는 사람 아닐까?


AI 개발을 위해 모두가 피땀을 흘리는 지금, 우리는 과연 AI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고르게 인간성을 발전시키고 이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팅- 누구나 알 수 있게 , 누구나 쓸 수 있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