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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Nov 03. 2017

청년이 필요한 지방,
지방에서 살고 싶은 청년


김정훈 (부여 청년활동가)   

  

*‘지방’ 대신 ‘지역’을 사용하여야 마땅하나, 강조와 이해를 위해 ‘지방’이라는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하였음을 알립니다.


 올해 봄이 올 무렵, 순천의 한 청년은 지역을 떠났다. 뜻을 품고 서울에서 지역으로 내려온 지 2년 반만의 일이다. 소위 꼰대들이 말하는 ‘고생하기 싫어하고, 눈만 높은 청년’이라서 일까? 그렇다면 애초에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지역에 내려올 엄두조차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 청년은 왜 다시 서울로 돌아갔을까?


 지역에 정착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 대한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다. 그 청년 또한 그러했다. 청년은 여행자와 지역청년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함께 지역에서 청년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청년은 거버넌스 기획자로서 청년정책 아카데미, 청년기본조례 간담회를 개최하여 지역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일부터 ‘순천시 청년기본조례’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청년은 떠났다. 


 지역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고된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해결되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으로 갈수록 청년과 멀어지고, 그렇다고 청년들의 생활양식(life style) 속 체감물가가 낮은 것도 아니다. 집세는 서울에 비해 다소 저렴할 수 있겠으나 휴대폰 요금, 식재료, 교통비가 저렴하진 않다. 특히 농촌에 사는 청년들은 스마트폰 액정 한 번 깨지면, 농촌에 없는 수리점을 찾기 위해 인근 도시로 이동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서울보다 비용을 더 많이 치른다. 


 이런 지역청년들의 속사정을 누가 알아줄까? 적지 않은 포럼과 워크숍, 네트워킹 행사 등을 참여해 관련 부서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청년들이 행정적 또는 정책적 언어에 서툴다’는 지적을 자주 듣는다. 쉽게 말해 청년들이 지금의 방식대로 요구해서는 행정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럼 대개 거버넌스 구축, 협의체 구성을 통한 소통구조변화 등으로 전개되는데, 지역청년들의 울분을 토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채 행사는 종료된다. 필자 또한 소회가 자주 남았었다. 


 필자가 지역청년과 행정의 대화에서 주목한 것은 ‘행정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말이었다. 왜 행정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지 고민했다. 다음에 만나면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고민해야만 했다.


 정말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닐까? 문득 지역의 관심 밖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고깝게 들릴 수 있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역청년들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마련을 위해서는 필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역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지역에서 버텨보니, 청년들이 정착하고 자립하기에 지역 생태계가 열악하더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갖추자. 지역청년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안을 마련하고, 이와 관계되는 다양한 제안 등을 통해 지역에도 청년들이 바로설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수번에 걸쳐 논의가 진행되어, 유의미한 정책과 사업이 발굴되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행정적 실현가능성’이다.


 ‘행정적 실현가능성’은 정책대안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행정조직, 인력 등의 이용가능성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논의와 대안을 만들어도 실행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인구가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곳이 지방이다. 한시바삐 대안을 마련하여 실행하지 않으면 소멸될 위기에 처할지 모르는 지금, 지방은 정책과 대안을 실행할 권한을 갖고 있을까?


 지방이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지방청년’들에게 꽤 중요한 일이다. 서울의 청년과 지방의 청년의 고민이 같을 수 없다. 충남 부여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필자는 지방살이와 청년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의 청년들을 만나봤지만, 같은 광역자치권 내에서도 부여청년과 금산청년의 고충이 다르고 천안청년과 부여청년의 고충이 다르다. 공통점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청년 관련 의제는 생활양식 깊숙이 발생하는 고충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밀접하게 마련한 정책대안이 아니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례로 서울의 쉐어하우스 모델을 그대로 전북 전주에서 적용한 사례가 있는데, 현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효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사업을 실행했던 한 담당자는 ‘주거’에 초점이 맞춰진 서울의 쉐어하우스 모델을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으며, 지역의 사정을 고려한 청년들의 부족한 생활여건을 보완할 수 있는 생활거점으로서의 적절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적 있었다.


 지역 실정에 맞춘 독자적인 정책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에 권한이 있어야 한다. 우리지역 청년들의 문제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적절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지자체 공무원과 현장의 청년들이 아무리 갑론을박 한들 도로 아미타불이다. 


 우리는 전통시장의 청년몰 사업을 통해 현지화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이 전국 모든 시장의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없듯이 지역에는 실정에 맞는 맞춤형 사업이 필요하다. 지역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지역 공무원과 현장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청년이 상호발전적인 관계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서울청년의 의제와 지역청년의 의제는 분명 다르다. 서울 모델을 복붙(복사+붙여넣기)하는 정책대안은 오히려 지역청년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서두에서 사례로 들었던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떠나지 않을 수 있는 정책대안을 위해서는 서울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안 된다. 지역공무원이 지역청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통해 파악한 실정으로 맞춤형 대안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행정적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대안을 통해 지역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다. 이에 지역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서둘러 지방분권이 실현되어, 지역과 청년이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지역생태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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