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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Dec 01. 2022

나의 육아건전성은 몇점일까?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61일째

12월 1일(목) 한파 추위


재정건전성이 화두다. 기업도 시장도 다들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족에게 재정건전성 만큼 중요한 게 있다. 육아건전성이다.


육아건전성에서 중요한건 아이의 건강이다. 환절기에 접어들며 다시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기침을 콜록거리고 콧물이 흐른다.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아팠던 때 이후에 이렇게 자주 아픈건 오랜만이다. 3살과 4살에 내내 코로나 시대를 살아온 아이. 그러고보니 어린이집 처음 다니기 시작한 2살 때만 자주 아팠고 그 후론 많이 아프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5살부터 아이가 자주 아프다. 코로나로 못만난 여러가지 바이러스들을 만나고 있다. 아이가 아플때 부모의 마음은 같이 아프다. 몸도 힘들다. 처음엔 안쓰럽지만 몇개월 사이에 열감기 몇 번을 넘기다보니 '왜 우리 애는 몸이 약할까?', '밥을 왜 이렇게 안먹을까?', '왜 이렇게 짜증을 부릴까?' 등 여러가지 아이가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며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자주 보다보니, 일상생활에서 다른 아이들과 자주 우리애를 비교하게 된다. 아이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모든 부모는 내 아이의 장점과 단점만 늘 주로 본다. 그리고 내 아이의 단점만큼 다른 아이들의 장점이 보인다. 종합해봤을때 내 아이의 육아건전성의 등급을 따져보자면 뭘까? A-일까? C+일까? 다른 애들과 비교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아이의 육아건전성은 낙제점을 받는다. 평가와 비교는 늘 끝이 좋지 않다. 내가 내 아이를 잘못 훈육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밥상에 앉아 꾸물대다 유치원 버스를 놓치고야 마는 아이에게 날카로운 비난을 퍼붇고 있을 때,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이 표정을 보고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엄마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 머리에 비수처럼 새겨넣고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섯살이어도 다 알아듣는다.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뱉은 말이고 쏟아진 물이다. 나는 아이가 금방 잊어버리기를 바라며 아빠 손에 아이를 등원시켰다.


하원 후 아이는 피곤해보였다. 유치원 차에서 내릴 때부터 집에 들어올때까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과 억지를 부렸다. 오늘 등원과 하원 모두 담당한 아빠는 참고 참다 날카롭게 훈육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보통 저녁 9시까지도 놀이를 하다 억지 잠을 청하는 평소와 다르게 5시부터 침대에 기어들어가 졸리다고 했다. 감기 기운 때문인지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결국 아이는 8시 전에 잠들었다. 힘들다해서 밥도 떠먹여주고, 밥먹은 뒤 또 말도 안되는 생트집을 하다 아빠에게 혼나고, 겨우 진정시키고 치카를 했다. 다행히 스스로 진정을 하는데 성공했다. 숨쉬기 10번을 어떻게 하냐고 울고불고 하다 어느 순간 조용히 숨쉬기를 하고 있는 아이의 옆모습을 보고있으니 이렇게 또 크는구나 싶었다.


아침의 날카로운 내 말들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됐을까봐 걱정도 되고 미안했다. 스스로 울음을 진정한 아이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 양치를 시키며 "오늘 힘들었구나. 수고많았어. 원래 되게 어려운거야. 이렇게 힘든 마음을 참는게. 그래도 지금은 힘들지만 점점 나아질거야. 너의 마음이 크고 있는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베시시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겠다고 했다. 책 세네권을 읽은 뒤 바로 잠이 들었다.


오늘이 지난다고 우리 아이의 짜증지수가 낮아지거나 육아건전성이 확 높아지진 않을 거다. 반복되는 짜증과 생떼가 이어질거다. 그래도 "왜 그렇게 짜증을 내니? 다른 다섯살 친구들 중에 누가 생떼를 부려? 너밖에 안그러는 것 같다. 넌 대체 왜그러니?"라고 남과 비교하는 것보다 "힘들구나. 그래도 진정해보자. 전보다 나아졌네"라고 말하는 게 아이가 자라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오늘 아침의 내가 부끄럽고 저녁의 내가 조금 기특하다. 나에게도 말해줘야지. "전보다 더 나아졌어. 내일 더 좋은 엄마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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