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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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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데일리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 지금의 사람들이지만,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는 첨단기술이지만 업계의 대우는 아직도 냉랭하기만 하다. 지금부터 웹디자이너의 삶에 대해 조금 노출해볼까 한다.


교육은 7~8년 주기로 크게 변화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컴퓨터 교육을 본격화시킨 2005년, 그리고 정보화 고교라는 특별한 목적의 학교를 만들어 교육을 받은 첫 세대들 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중독자’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왔다. 그게 당연했던 세상이었는데 내가 정보화고등학교를 들어갔더니 평범한 아이가 되어있었다. 너무나 놀랍고 신기했다.


중학생 때는 컴돌이, 컴폐인 같은 호칭으로 불리거나 친구들의 컴퓨터를 조립해준다던지 OS를 설치해주거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피자를 얻어먹거나 그런 식의 별난 아이였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그러한 학교에 들어갔더니 나 같은 아이가첫반부터 끝반까지 가득이었다. 동족을 만난 기쁨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의 수다는 끊길 줄을 몰랐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모이면 연예인 이야기, 게임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 이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의 관심사는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게임 기획 등 좀 더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그저 수다거리일 뿐이었다. 나는 고수들이 득시글대는 야생에 던져진 어린 짐승처럼 긴장하며 고교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고교를 졸업하고 컴퓨터학과에 진학했다.


고교에서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오히려 쉬운 느낌이었다. 일반 인문계고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강의로 1년을 배웠던 것 같다. 쉽고 빨랐다. 성취도도 높았다. 하지만 2학년이 되자 지옥이 펼쳐졌다. 매일같이 밤새가 며 과제를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웹마를 했다. 그렇게 공대보다 한층 더 괴랄한 컴공을 졸업한 사람이 되어 사회에 던져지게 되었다.


나는 우리 학교 등록금이 비싼 줄 몰랐는데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여보니 엄청난 금액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가진 직장, 그리고 끝없는 야근, 처음으로 받은 110만 원. 최저시급이 대폭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는 작금의 상황에 들으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금액이다. 핫이슈인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때는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현실이 그렇고 그렇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앱이냐 웹이냐’


앱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애플리케이션은 그 영역이 넓고 가능성이 무한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편한 것을 원하는 생물이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결제하고 설치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 이점 점 늘고 있다. 잘 되어가던 앱들도 서비스를 종료하고 모바일/PC용의 전문 웹을 세팅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웹을 선택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에 만족한다.


연봉이 높다고 평가받는 중공업이나 다른 공대생들은 세간의 평가대로 초봉이 좋다. 하지만 직급이 오르고 경력이 올라도 그렇게 많이 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 웹 인력들은 경력이 곧 돈이고, 그 상승폭이 다소 크다. 나만해도 경력 4년 차에 주 수입과 부수입을 합쳐 월 500 정도를 최소한의 기본적 수입으로 잡는다. 경력이 쌓여 주 업무(임금)가 늘면 그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업무내용에 대해서는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코드와 세팅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미래를 천칭 위에 올려놓은 청년들이라 예상되기에 잘 와 닿을 수 있는 ‘돈’이라는 수치로 이 일의 보람과 성취를 설명했다. 웹 기술자로 사는 것은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단조롭게 보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걸어둔 도박은 가끔 큰 기쁨으로 돌아오곤 한다. 매력적인 일이다. 당신이 컴퓨터를 좋아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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