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휴학하고 군대 가려고 기다리는 도중에 뭔가 용돈벌이가 없을까 하다가 집 앞에 호텔이 있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 ‘여기다!’라는 생각으로 쇠뿔도 단김에 빼듯 검색해보니 호텔 알바를 전문적으로 주선해주는 몇 가지 사이트들이 보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게 아웃소싱 업체들이었다. 지옥의 문턱임을 잘 몰랐던 거지.
주로 서빙을 뽑았다. 아니 사실 호텔에서 할만한 알바는 서빙밖에 없다. 호텔은 잠을 자는 곳이고 밥(비싼 밥)을 먹는 곳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서빙을 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로봇공학이 발달되어 로봇 서빙이 보편화되기 전까진 계속 그럴 것이다. 확신한다.
호텔의 서빙 알바는 크게 두 가지다. 호텔 뷔페의 서빙 아르바이트와 연회장의 서빙 알바. 내가 했던 서빙 알바는 연회장 서빙 알바였다. 우리가 호텔 결혼식 같은 곳을 가보면 넓은 홀(그랜드볼룸)에 둥그런 테이블을 놓고 누군가 가져다주는 접시에 담긴 요리를 정신없이 먹지 않던가? 그 정신없이 나오는 음식들을 정신없이 움직이는 알바들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알바를 처음 간 날 호텔에서 주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알바들이 모인 곳에 가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했다. 대체로 다들 어렸다. 나도 그땐 어렸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똑같았다. 음식 서빙. 호텔 연회장은 코스요리가 메인인데 한 끼 식사에 5 접시 이상이 오가야 하는 서빙 대잔치였다. 경력이 좀 되는 알바들은 특별히 대우를 받는데 아무래도 경력이 곧 안정된 실력이기 때문일까? 와인 서빙이라는 특별한 서빙도 그들이 맡아했다. 아마 와인을 따르는 법, 서빙 에티켓 등을 따로 교육받게 되겠지 싶은 작업이었다. 사실 그들이 특별대우를 받는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와인 서빙이 더 어려워 보였다.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측은한 생각마저 들었다.
코스요리 접시를 서빙하며 명심해야 할 것은 방향이었다. 반드시 손님의 오른쪽에 서서 오른손으로 서빙을 해야 했다. 쟁반에 많은 요리를 들고 주방의 준비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굉장히 바빴다. 내 생각엔 일해야 하는 양에 비해 사람 수가 적은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 사람이나 관둬서 남은 이력과 새로 뽑힌 내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상황이었다. 어쩐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는데 아르바이트하는 기간 동안 두 명의 신입이 더 와서 일을 해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냥 이 연회장 서빙 자체가 정신없고 힘든 일이다.
감정노동자라는 말은 고객을 응대하며 자신의 실제 감정과는 다른 좋은 감정을 나타내며 일해야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고 배웠다. 아니나 다를까 연회장 알바는 육체노동이자 감정노동이었다. 호텔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은 무언가 특권의식이라도 있는지 그렇게나 서빙 알바들을 무안하게 하고 괴롭혔다. 특히 애 엄마들이 너무나 심했다. 코스요리는 주로 스테이크가 메인인데 아이들이 먹기 어렵다고 가위를 요구하거나 잘게 잘라서 다시 가져다 달라던가 아이들 먹일 부드러운 메뉴를 달라던가 분유나 이유식을 데워달라던가 하는 식이었다. 뭐 아무튼 그러한 감정노동과 정신없는 일들. 정확히! 빨리빨리! 를 연신 외쳐야 하는 그런 일들이 계속되었던 것 같다.
쉬는 시간 식사를 주는데 아무 맛도 나질 않았다.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평소 같으면 두 개씩 먹었을 텐데 더 먹어도 된다는 말이 왠지 희망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짧은 식사시간을 마치자 연달아 결혼식이 열렸다. 그렇게 또 정신없는 서빙 시간이 시작되었고 여섯 번의 서빙을 마치자 그날의 일이 끝났다.
2주간 서빙 알바를 하다 보니 그것도 꼴에 경력이 좀 쌓였다고 세팅, 기물 관리 등을 시켰다. 세팅은 말 그대로 연회장에 손님들이 오기 전 테이블보, 칼, 포크, 나이프, 음료, 화분 등을 놓는 작업이다. 기물 관리는 접시, 식기, 리넨(손수건) 등을 서빙 알바들에게 나눠주고 서빙을 지시하는 일인데 사실 말이 지시지 인력이 부족해 내가 직접 뛰어야 했다. ‘사람 좀 몇 명 더 뽑지..’라는 생각을 하루에 스무 번씩 하게 만든 알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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