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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14. 2017

제발 우리를 무시하지 마세요,
중식 요리사들의 한마디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데일리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중식 요리사의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연복 셰프라는 훌륭한 선배님이 방송에 나와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분께 후배로써 깊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경력 15년이 넘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를 짱x 라고 부르며 흑인들이 자기들을 니x 라고 희롱하듯 서로를 낮추곤 한다. 겸손의 표현인지 자학의 표현인지 아니면 둘 다인 지는 확실하지 않다.


왁자지껄하고 친근한 분위기,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라는 느낌보다는 중화반점이라는 느낌의 그런 곳이 우리의 실제 터전이다. 개인적으로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장사하는 곳들을 많이 알고 나 또한 젊을 적 그러한 업장들이 우후죽순 생길 때 잠시 몸담았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곳으로 돌아가라 하면 나는 고개를 양쪽으로 젓는다. 아직도 상황이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어리고 미숙한 친구들을 마구잡이고 때려 넣어 어느 정도 경력 있는 ‘단 1인’으로 총괄하게 하는 곳, 당연히 음식은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영혼이 담겨있지 않고 양도 적다. 그런 곳은 중식 요리사가 아닌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라고 봐도 비약이 아닐 것이다.



욘타이고냥, 연태고량주. 요리사인 나도 참으로 좋아하고 중국요리와 잘 맞는 술. 위에서 말한 중식 레스토랑은 요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마진이 좋은 중국술을 팔기 위해 존재하는 집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목표를 가지고 영업하는 집도 많고 말이다.


"어서옵셔!"


일식 요리사들이 “이랏샤이 마세~”라고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익숙한 한국말로 손님을 맞는다. 우리는 사실상 한식이라는 분류에 기웃거리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으레 중국요리는 ‘화교’라는 선구자들이 전 세계로 펼쳐놓은 요리를 일컫는다. 이 때문이다. 태국에 진출한 중국요리는 태국 색을 입는다. 일본에 진출한 중국요리도 일본 고유의 색을 입는다. 그것이 현실적인 중국요리이다.


또한 그런 부분이 중국요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며 어느 나라를 가서도 ‘아! 짜장이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중식당을 찾게 만드는 애정 어린 특징이다. 중식 요리사는 그러한 자부심으로 일한다. 요리는 고되고 주방은 사계절 내내 덥다. 전 세계 모든 요리 중 가장 큰 화력을 쓰는 중국요리답게 아주 덥다.


중국요리는 쉽다. 그렇기에 실력은 부족하지만 요리를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요리사가 된다. 자부심이 넘쳐 당당한 사람, 뜨거운 불 앞에서도 정열이 식지 않는 사람. 그리고 일하며 만나는 주변 사람, 그리고 손님들과 신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은 중식 요리사의 인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중국요리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화통하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또 환영한다.


나 또한 그러한 자세로 살고 있고 꾸준히 찾아오는 후배들도 그러한 사람으로 기르고 있다. 한 명의 요리사로, 한 명의 뜨거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중국요리의 세계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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