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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10. 2017

우리는 술을 얼마나 마실까?
주류 도매업체 알바 이야기

Life Storei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나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도 참 괴로웠고 학교에 가서도 늘 자느라 바빴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언가 용돈벌이가 없을까 하며 야간 알바 위주로 찾던 찰나에 주류회사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보고 그곳에 가서 일을 해보았다. 나는 이 알바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술을 먹는지 몰랐다. 술자리는 즐거워서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했었고, 술을 많이 마셔서 돌아가신 친척이 계셔서 우리 집안사람들은 술을 좀 피하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며 본 한국사람들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먹는다는 거다.


오후에 출근을 하면 사무실에선 오늘 나가야 될 거래처들의 위치와 동선을 알려준다. 그럼 정해진 수량(주문량)만큼 그곳에 배달을 하거나, 동시에 판촉물을 주거나 제공된 냉장고나 집기류가 잘 작동하고 상태는 어떤지 간단한 시설 점검을 하는 게 전부다. 그렇게 거래처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처음에는 일하느라 바빠 뭐가 뭔지 모르지만 나중에 좀 익숙해지면 얼마만큼 팔리고, 어떤 요일에 잘 팔리고, 어떤 제품을 고객들이 좋아하는지가 보인다.


아! 경쟁회사의 주류와 서로 견제하고 많은 물량을 밀어 넣으려 하는 그런 모습들도 보인다. 주류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기 때문에 하달되는 일이 많은 편이다. 오후 늦게 출근을 해서 거래처들을 돌며 납품과 점검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밤 12시가 되어간다.




거래처를 돌 때 1부, 2부, 긴급 정도의 파트로 나뉘는데 1부는 저녁 장사를 하기 전 그날 판매할 물량을 미리미리 가져다 놓는 작업과 시설물을 점검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2부는 저녁 장사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때 추가적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가져다주는 일을 시작하여 다음날 점심장사나 저녁 장사까지 쓰일 전일 주문 분량을 배달하는 일이다. 긴급은 말 그대로 정말 긴급할 때 만사 제쳐두고 가져다주는 일인데 어느 정도 업력이 된 거래처는 늘 소비되는 평균량을 잘 파악하기 때문에 긴급은 없는 편이고 막 개업해서 어리바리한 집들이 그러한 긴급을 많이 요청하는 편이다.


여자 알바들은 주로 판촉을 다닌다. 우리가 번화가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 한 번씩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주류회사 유니폼을 이쁘장하게 입고 숙취해소 음료나 샘플 술 여름에는 부채 겨울에는 핫팩 등을 나눠주는 애들을 종종 봤을 텐데 그게 우리 같은 알바들 중에서 사람 대하기 어렵지 않고 외모가 준수한 애들 위주로 한 번씩 판촉을 나가는 것이다.


나는 낯가림도 좀 있고 힘쓰는 걸 좋아해서 나가보진 않았는데 이쪽에서 알바를 하다 보면 그런 일도 하는구나 라고 알아두면 편하다. 물론 철저히 희망자 중에서 쓰니까 겁먹을 것은 없다. 주류 알바는 시간도 잘 가고 무엇보다 페이도 좋아서 해볼 만한 알바였다. 얼마 전부터 잠시 그만두고 쉬고 있지만 조금만 쉬고 다시 주류 알바를 하러 갈 계획이다. 이 일은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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