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알바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나는 카페에서 알바를 했었다. 한산한 주택가 주상복합건물의 프랜차이즈 카페였는데, 주말에는 손님이 좀 있었고 평일에는 그럭저럭 적당한 숫자의 손님들이 왔다. 알바 8개월 차에 나는 점장님의 추천으로 매니저가 되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시급이 약간 올라간 ‘알바 대빵’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에 잘되면 본사로 교육도 다니고 점장까지도 올라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포부까진 없었고 그저 시급이 좀 더 오르고 고정급여가 되어 좋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점포가 이전 확장되어 공사기간 동안 며칠 쉬다가 (쉬어도 급여는 나왔다) 알바를 더 뽑게 되었는데 그때 매니저인 내가 알바들을 수십 차례 면접보고, 뽑고, 해고하고, 다시 뽑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겪은 경험을 써볼까 한다.
사실 카페 알바라는 게 업무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오더(주문), 음료 제조, 세척, 업장 위생 딱 이 정도가 일이다. 음료 제조는 ‘짱돌’을 가져다 놔도 일주일이면 숙달한다. 그만큼 제조는 쉽다. 어지간한 건 다 기계가 베이스를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레시피만 외워서 (옆에 붙어있긴 한데 나중에는 보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빨리 외우는 게 좋음) 섞거나 스팀 넣으면 끝이다. 정말 만들 때마다, 그리고 가격을 볼 때마다 괴리감이 들고 이래서 카페들이 돈을 벌고 많이 생기는구나 싶다. 아무튼 일 자체는 쉬운 편인데 멘틀 유지가 조금 힘들다.
그 이유는 손님들이 이상한 요구나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애기엄마 손님들이 아주 진상이다. 그들은 꼭 입에 “우리 아이 먹게”를 달고 다닌다. “우리 아이 먹게 우유 따뜻하게 조금만 주실 수 있나요?” 정도면 양반이다. 자기 집에서 탄 이유식을 들고 와서 뭐뭐를 넣고 데워서 저어 달라는 사람도 있다. 매장 집기류를 레시피 이외로 사용하면 규정상 안된다고 설명하고 안 해주면 온갖 인상을 쓰며 “뭐 이딴 집이 다 있어! 니네 업체 본사에 고발할 거야!”라고 외치는 애기엄마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착하고 매너 있는 엄마들도 참 많았지만, 우리네 상식을 벗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는 사회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알바를 뽑을 때 멘탈이 강해 보이면 왠지 호감이 간다.
대화 몇 마디에 멘탈이 강한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멘탈이 강한 편인가요? 하고 물어보면 왠지 겁을 먹을 것 같아 묻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에둘러 “살면서 힘들었던 게 뭐예요?” 정도로만 물어보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살아오면서 힘든 게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걸 어떻게 추억하느냐를 보면 좋은 성격, 강한 멘탈 두 가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카페 알바를 채용할 땐 성격 좋고 멘탈좋은 사람이 제격이다.
또 하나의 조건은 외모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을 면치못하겠지만, 카페라는 업장 특성과 서비스업이 만나면 이러한 외모는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연예인급으로 이쁘고 잘생긴 사람을 쓰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모두가 보았을 때 꺼려지는 부분이 있으면 채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드름이 너무 많거나, 살이 과도하게 쪄있거나 문신이 보이면 결코 채용해선 안된다. 나 또한 이러한 선입견이 없는 사회가 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아직까지 이는 내방하는 손님들에게 위생에 대한 신뢰와 재방문 의사를 꺾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정말 예쁘고 잘생긴 알바를 뽑게 되면 (확률은 희박하지만) 정말로 손님이 늘어난다. 그런 알바가 그만둔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아니, 내 월급과 바꿔서라도 붙잡고 싶어 진다. 그만큼 사람들은 아닌 척 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자기들 스스로 영향받고 있다. 사실 못생긴 사람이 만든 커피와 잘생긴 사람이 만든 커피의 맛은 같다. 모순도 세상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입견들이 없어졌으면 한다. 실제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카페들은 오히려 젊은 감각을 내기 위해 문신이나 피어싱이 있는 알바들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택가 근처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경우라면 이러한 접근은 조금 현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알바를 뽑는 점장이나 매니저들은 성격, 멘탈, 외모 정도를 보는 것이 옳다. 일은 누구라도 가르치면 금방 배울만큼 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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