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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바스 컬처뉴스 Aug 23. 2017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듬직한 그들은 누구일까?

Life Stories - 펜바스 컬처뉴스

(이 글은 펜바스 컬처뉴스 '데일리 라이프' 취재를 통해 작성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지하 3층 주차장 상황 6 발생. 야당 2인 B3 H4 출동 바람 이상"


정말 듣기 싫은 무전이 들려온다. 명령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줄임말과 숫자로 한정된 이 무전을 풀이해보면 지하 3층 주차장에 비행청소년, 주취자, 행불자 등이 무단으로 침입하여 카메라에 잡혀 보고되었으니, 이를 야간 당직자 2명이 지하 3층 주차장 H4구역으로 출동하여 퇴거시키라는 무전이다. 한가해 보이지만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직업, 보안요원의 삶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군에서는 특수병과를 가진 복무를 마치고, 경호학과를 졸업한 나는 마치 정해진 길처럼 보안요원의 삶을 살게 되었다. 원체 덩치도 좀 튼튼한 편이라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안요원으로 어울렸고, 운동을 좋아하는 터라 넓은 범위를 오가는 보안요원의 삶에 적격이었다. 아! 마음이 조금 여리다는 것은 반전일까?


원래는 아르바이트 식으로 구해보려 했던 자리였는데 보안요원은 아르바이트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저 채용/직원 형태로만 돌아가는 터인데 직접 해보니 왜 그런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들은 책임의식이나 직업의식이 약하다. 우리는 책임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기에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이 일을 하게 하는 것은 그 의의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보안요원의 부서와 일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우리 요원들이 하는 일은 시설의 폐장 후 관리다. S 백화점에서의 근무를 서고 있는데 이곳은 폐장시간이 새벽 4시이다. 무슨 백화점이 새벽 4시까지 하느냐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지만도심 영화관의 경우 심야영화가 보통 3시 전후로 끝이 난다. 이곳도 영화관이 함께 있는 백화점으로 폐장시간인 4 시가 될 때까지 손님들이 있다. 영화가 3시에 끝나도 뭐 그리 할 일이 많은지 화장실,스토어,주차장등에손님들이 한 시간은 배회하다가 퇴장한다.


우리 야간 요원들은 그러한 손님들이 허용되지 않은 구역으로 들어가는 사고를 막고 (백화점 매장 쪽) 신속하고 안전하게 한 명도 남김없이 귀가시키는 것으로 첫 일과를 시작한다. 이 첫 일과가 어찌 보면 가장 정신없고 긴장감을 갖게 하며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는 시간이다. 화장실에서 자고 있는 손님도 있고, 주차장에서 자기차량을 찾지 못해 요원들과 카트를 타고 온 주차장을 다 돌아보는 손님. 취해서 고성방가하고 기물을 부수거나 구토를 하는 손님.(보안요원을 때리는 손님도 있음) 마지막 영화가 다소 야한 영화일 경우에는 화장실, 주차장, 매장 내 으슥한 곳에서 애정행각이 펼쳐지기도 한다. 참 민망하지만 어찌 되었건 직접 가서 제제를 해야 한다. 보안요원이니까.


그렇게 손님들을 모두 내보내고 나면 끝. 일 것 같지만 사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사고의 또 다른 시작. 주차장의 경우 차량의 출입을 막는 게이트는 내려가 있지만 사람은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새벽시간 더위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침입하는 노숙자가 있거나 비행청소년들의 오토바이들의 침입 등의 일이 빈번히 일어나곤 한다. 취객들도 시도 때도 없이 침입하는데 오죽하면 주말에는 주차장 입구에서 당직을 서기도 한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우리는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 아니라, 외부의 침입을 막는 직업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짧지만 긴 새벽을 보내고 나면 아침시간이 되어 개장 준비를 한다. 이때부터는 오히려 침입하는 사람들이 없다. 대신 정말 많은 물류차량, 지입차량들이 우리의 통제를 받으며오간다. 백화점이라는 곳은 정말 많은 물건들이 하루에 우르르 들어와서 모두 사라지는 신기한 곳인 것 같다. 그 규모를 이 아침시간에 차량통제를 하며 느낄 수 있다. 아침시간이 지나 그다음부터는 여러분이 직접 보는 모습, 우리들 직업이 가진 겉 이미지인 '보안요원 일'을 시작한다. 사실 이 시간이 가장 편하다. 큰 사고도 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장 편하고 쉬듯 일하듯 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 우리들 직업의 이미지인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안요원의 삶이란 모두가 잠든 시간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나 극도의 긴장감, 사명감, 책임감의 새벽을 맞이하고 새벽을 되돌아보며 편안하게 낮을 맞이하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지금의 내 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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