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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리씨 Feb 08. 2020

현재의 아름다움/ 대중목욕탕

#82


오랜만에 대중 목욕탕을 갔습니다.
몸이 찌푸덩하기도 하고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고 싶기도 해서 무리씨는 잘 가지 않던 대중탕을 정말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대충 샤워를 하고 열탕에 들어가서 노근노근 몸을 녹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뭐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탕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주변을 관찰하게 된달까요? ㅎ
머리에 수건을 쓰고 얼굴까지 물에 담그는 사람도 있고 가슴 아래 까지만 물에 담그는 사람도 있고 소심하게 물장구 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때를 미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중탕은 모두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재밌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의 알몸을 본다는 것이 어찌 생각하면 이상하기도 하니깐요~
그 때 앳되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수건으로 몸을 가리며 목욕탕에 들어왔습니다.
어차피 알몸인데 뭘 가리나 싶지만 어릴 땐 뭔가 가려야만 할 거 같은 마음이 들지요. 무리씨도 괜히 수건으로 가리고 들어올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 씻고 나갈 때는 더워서 가리지 않고 나갔었지만도요.ㅎㅎ
그 앳된 여자는 흔히 말하는 몸매 좋은 쭉쭉빵빵도 아니었고 비율이 엄청나게 좋은 몸매의 소유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살이 좀 있어도 비율이 좋지 않아도 건강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이 무리씨 눈에 참 예뻐 보였습니다.
‘젊다는 것은 예쁜거구나~’
늙은 몸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젊다고 찬양하는 것도 늙음이 무조건 안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각각의 나이에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있다면 젊다는 것은 젊은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는 모릅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화장을 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그저 그 나이여서 예쁜 모습을 말이죠^^
지금의 무리씨도 지금의 아름다움이 있겠죠. 이 나이에만 가질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 말이에요.
그게 무엇일까요? 지나고나면 보이는데 현재에는 알기가 쉽진 않은 거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매 순간 그걸 알아갈 수 있다면 참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탕을 나와 때수건을 듭니다. 오늘은 묵은 때를 밀면서 마흔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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