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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리씨 Apr 29. 2021

띄우자 마음, 가볍게

띄우자 마음, 가볍게

어린 조카와 비눗방울 놀이를 한 적이 있다. 물에 주방액체세제를 넣어서 동그랗게 뚫린 막대기에 담갔다가 ‘후~‘하고 불면 투명한 비눗방울이 풍선처럼 뽕뽕 나오는 놀이. 빛의 산란에 따라 무지갯빛이 보이기도 하고 굴절되어 주변 이미지들이 재미있게 보이기도 한다. 이내 터지고 마는 공기방울이 있고 쾌 오래 가는 방울도 있다. 예쁜 방울들이 오랫동안 동동 떠다니는 걸 보며 둘 다 좋아서 깔깔거리며 폴짝폴짝 뛴다. 간단하면서도 재밌고 즐거운 놀이다.

그리고 은근 크게 ‘후우~’하고 불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와~ 이모 거는 엄청 크다!”

크게 불어낸 나의 비눗방울을 보고 조카가 몹시 흥분한다.

커다란 방울이 날아가는 모습을 쳐다보며


‘나도 저렇게 유유히 날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팡’하고 터지는 비눗방울.

“하하~ 이모 거 터졌다!”

그랬다. 욕심내어 크게 불었더니 무거워서 이내 잘 못 올라가고 내려앉으며 터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터진 방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좀 더 작게 불걸!”

터지고 만 방울을 보면서 묘한 쾌감과 후회가 동시에 든다.

까르르 해맑게 웃으며 가볍게 불어낸 어린 조카의 작은 비눗방울들이 내 앞을 가득 채운다.

나는 비눗방울 하나를 불면서도 좀 더 크게, 좀 더 멋지게 불고 싶었던 걸까.

아무래도 좋을 비눗방울 크기 앞에서 환하게 웃는 어린 조카 얼굴이야 말로 순수함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같이 순수하게 웃게 된다.

괜시레 진지하게 무거운 마음으로 살아왔던 많은 시간들이 있다.

굉장히 힘들었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이 점점 희석되어져 간다. 갇혀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비집고 나와 부분적으로 잊히기도 하고 웃어넘기는 일이 되기도 한다. 괜찮지 않았던 곳에 에너지가 집중되어 무겁게 살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 퇴적물들이 지금의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도 뭘 그렇게 무거웠다는 이야기를 무겁게 하고 있는지...

삶은 시트콤이다.

슬픈 시트콤, 웃긴 시트콤, 예고 없는 이벤트의 연속.

알 수 없는 세상, 몸도 무거운데 마음까지 무겁게 있지 말자. 비눗방울 놀이를 하듯 휴~하며 한 숨 크게 내어 쉬고 가볍게 날려보자. 지난날이 조금 가벼워졌듯이 훗날도 지금의 기운이 더 가벼워 질 것이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 재미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사실 그 때 그 시간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고, 그런 모습이 나인 것이었다. 과거의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때 현재의 나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거 같다.

오늘날의 내 모습이 언젠가 추억이 되어 그리워 질 때가 오면,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듯이 ‘풋‘하고 가볍게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무겁게 고민해도 세상은 내 마음처럼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안 된다면, 내가 챙겨야 할 것은 내 마음밖에 없다.

자꾸만 무거워지는 이 세상에 호기롭게 가벼워지자.

“후우~” 가볍게 내뱉는 비눗방울처럼,

까르르 웃는 조카아이의 해맑은 웃음처럼.








안녕하세요^^

무리씨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마음만의 공중부양”이 드디어 책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부디 있으셨길..ㅎㅎ 바래보며

오랜만에 글을 업로드 해 봅니다.

“마음만은 공중부양” 이야기 말고 다른 작품도 준비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의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 늘 고마워요.


인스타그램 @miryu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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