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와우 Feb 18. 2020

누군가에겐 자유롭고, 누군가에겐 자유롭지 못한

나의 소중한 가면들과 편히 쉬고픈 마음

어떤 무리에서의 정해진 캐릭터,

프레임으로 사는 날들


페르소나 :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분석학자인 융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 시사상식사전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사는 시간과 삶이 있고, 나는 요즘 그것을 어느 때보다 여실히 느끼고 있다. 문득문득 하나의 몸인 나에 대해 다른 결의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똑같이 나에 대해 이야기해도 어디선가는 나를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자유로운 자유인처럼 보고, 어디선가는 늘 변치 않고 묵묵한 보수적인 그런 이미지로 본다. 둘 다 내가 지닌 성향 중 어느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무리마다 나의 역할과 캐릭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프레임 속의 나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다양한 프레임 속에서 외부로 다양하게 비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은 태어나 수많은 프레임 속에서 공연을 하다 가는 존재는 아닐까? 나를 보며 생겨나는 차이점에서 종종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 점과 저기의 점을 이어야 하는 숙제에 마음을 시달린다. 귀찮다고 괴리감을 덮어 두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히 비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가끔 내가 개그콘서트에서 여러 코너를 맡은 다양한 배역이라고 느낀다. 다른 분장을 하고, 다른 캐릭터를 보이고,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공연을 마쳤는데, 내가 나를 그렇게 보는 이들에게 “나는 사실 그렇지 않아요.”라며 굳이 아니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말한다고 해도 나는 정말 “나는 그렇지 않아요.”라는 말이 진실임을 확신할 수 있을까? 태어나서 무언가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반은 연기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사람들을 아낀다. 그것과는 별개로 요즘은 그냥 ‘나’가 아닌 나의 역할에서 오는 피로감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어떤- 무언가 시리즈들. 어떤 딸, 어떤 친구, 어떤 학생, 어떤 사회인, 어떤 선생님, 어떤 직원... 어떤 에 해당되는 하나의 형용사가 아닌 무수히 넘쳐나는 형용사들...


"너는 그렇잖아.", "저를 그렇게 보셨다고요?" 내가 생각하는 나와 아주 다르게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나는 지치고 피로하여 나를 향한 외부의 주파수를 세밀하게 조정할 힘이 아주 미약하다. "그래요. 저도 저를 잘 몰라요." 아주 자연스러운 가면이 이제는 나에게 스며든 것 같기도 하고, 어쩔 때는 누가 봐도 가면 같은 얼굴을 하고 뻥이지롱하고 떼려고 하지만 떨어지지 않는 가면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즐거워 보였겠지만, 사실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고 우울해 보였겠지만, 사실은 그렇게나 우울하지 않았고,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해버렸고, 참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참았던 가면의 뒤에서 쉬고 있던 나 자신.


내가 이 순간 바라는 것


나는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걸 좋아한다.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고 앞날을 꿈꾸며 더 나은 빛나는 하루들로 생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살아가며 느끼는 이런 혼란스러움도 큰 과정 중 부분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수많은 프레임들이 나를 사회에 있게 하고, 안정감을 주고, 있을 곳을 있게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다양함을 겪고, 인내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가야 함을 안다.


그냥 지금은, 삶이 연극이라면, 난 두꺼운 화장이든 옅은 화장이든 화장을 말끔히 지우고 잠시 쉬고 싶은 기분이다. 거추장스럽고 꺼슬거리는 레이스가 달려있는 옷을 벗고, 그냥 편안한 상태로. 좋은 프레임이든, 나쁜 프레임이든, 지금은 그냥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다니고픈 마음이다. 나를 찾아가고 있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알 생각도 없는 가벼운 노력에 내 공연의 긴 줄거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많은 프레임을 벗어나 광활한 안락함을 느끼고 싶다.


나를 향한 서류적인 평가서, 수많은 잣대들, 고마움과 미움, 칭찬과 비난, 위로와 격려, 부지런함과 나태함, 걱정과 부러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모두 잠시 지우고 정신적으로 숙면하고 싶다. 그러고 싶으니, 오늘 밤만큼은 굳이 노력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푹 쉴 수 있기를. 나도, 그리고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다른 이들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