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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와우 Jan 03. 2020

사랑스러운 내가 어색하다

나는 사랑스러워도 될까?


나를 아껴주는 이들은 종종 나보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해준다. 자랑이 아니다! 솔직히 사람들은 어느 구석은 다 사랑스럽다! 근데 어쩐지 나는 이 사랑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하고 나와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럴까? 나는 나 스스로가 ‘사랑스러움’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스러움은 여리고 약하다?     


나에게 사랑스러움은 여린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보듬어주고 싶고, 새근새근 내 품에서 자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나는 다양한 사랑스러움 중 귀엽고 여린 모습의 사랑스러움을 주로 떠올렸다. 그래서 그런지 나 혼자만이 아는, 추악(?)하고 성숙하지 못하며 덜떨어지거나 쪽팔린 행동을 해왔던 나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냐! 난 사랑스럽지 않아!’하는 결론이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를 사랑스러워하는 이의 사랑스러운 눈을 보고는 감사해서라도 생각을 좀 달리 해보기로 했다. (사랑은 생각을 바꾸게 할 만큼 정말 위대하다!)     


어쩔 때는 좀 별로인 인간이더라도 어떤 순간만큼은 사랑스러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반짝임이 아름다운 이유는 암흑 속에 있기 때문인 것처럼. 물론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랑스러움을 바라는 건 안되지만, 사람들이 살다 보며 겪는 많은 슬픔과 고충, 수치심과 우울감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사랑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꼭 핑크빛의 사랑스러움이 아니더라도 푸른빛 같은 사랑스러움, 회색 빛의 사랑스러움, 색이 없는 모습의 사랑스러움도 있을 수 있다. 아주 강렬하고 강한 사람도 사랑스러울 수 있고 어제 실수를 했더라도 오늘 사랑스러울 수 있다. 미움을 가득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노력하는 모습과 더 나은 나로 나아가려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치! 말도 안 돼!”라고 말하면서도 솔직히 속으로는 사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면, 희망을 갖는 사람이라면, 그렇다.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문이 열려야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상태여야

사랑받을 수 있다.     


나 자신을 아주 많이 미워하고 가시로 내면을 가득 채운 뒤 스스로를 찌르기만 했을 때는, 사랑이고 뭐고 내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역질이 날 때, 아주 추워서 당장 따뜻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과 응원은 들리지 않는다. 싫어서가 아니고 상황이 그러해 본능적으로 그러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랑스럽다는 말도 본인이 사랑을 받아들일 여유와 공간이 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되어 내면으로 들어온다.


미움받는 것이 익숙하다 하여, 익숙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편하다 하여 자신을 계속 그러한 상황에 놓지 않아도 된다. 조금은 불편해도 가득 찬 사랑 속에서 서툴지만 기쁜 춤을 춰도 된다.      


나도 타인을 사랑할 수 있어     


나의 사랑에도 어느 정도 자유를 줘야 나는 비로소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감정마저도 받으면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던 사람이었다. 사랑 또한 그랬다. 사랑을 받으면 무언가를 받은 것이니 돌려줘야 했다. 그러나 마음이란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크게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는데 누군가 나를 사랑스럽다며, 사랑 가득하게 대하면 묘한 부담이 되었다. ‘뭐지? 나를 사랑한다는데, 나도 사랑해줘야 하나?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면 혼자 나쁜 사람 되는 거 아닌가?’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사회적으로 물물교환 방식으로 먹고살아온 몸속 깊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감정도 서로 주고받아야 소통이 된다. 그러나 무조건 똑같은 걸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네가 10을 줬으니, 나도 10을 줄게. 네가 네모를 줬으니 나도 네모를 줄게. 이러한 방식은 따라쟁이 사랑에 불과해 보인다. 그냥 자연스럽게 분홍 빛깔 사랑에 반응해 노란 빛깔의 사랑을 뽐내도 보고, 회색빛 사랑에 다들 좋아하는 붉은빛 사랑을 덧칠하여 주고받아도 보고, 푸른빛의 사랑에 눈물도 흘려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연스러운 색상의 사랑을 간직해보기도 하고... 이런 기나긴 여정을 통해 나는 비로소 사랑을 하고 있다고, 조금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를 느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사랑스럽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성실하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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