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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와우 May 01. 2019

마음이 아픈 것과 불편한 것

미묘하게 다른 그 어떤 경계


며칠 전 산책하며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 마음이 아픈 것과 불편한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했다.


- 마음이 아픈 것

예전에 아빠에게 세상과 사회를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말에 아빠는 대답하셨다. “인간과 연관이 깊은 공부를 하면 마음이 아픈 것은 당연하다”라고. 나는 왠지 이 말이 위로가 됐다. 그러고 나서 마음이 아픈 것을 딛고 더 나은 행동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해 집중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마음이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감정을 울고 있게만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회의 지속되는 사건 사고를 보면 여전히 마음이 아팠고 길어지는 아픔에 나는 이 감정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 마음이 불편한 것

가끔 불의를 보거나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생각해보면 이건 아프다기보다는 의아하고 갑작스럽고 때때로 화가 나고 그러다가 무기력해지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배려 이상으로 상대보다 내가 더 상대를 생각할 때, 어떤 문제를 마주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 방법이 없을 때도 마음이 불편했다. 불의와 관련된 불편, 사람과 관련된 불편, 현실 문제와 관련된 불편… 다양한 마음의 불편을 느끼며 나는 고통스럽다고 느꼈고,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마치 해야 할 걸 하기 싫어하는 아이의 꾀병이랄까? 꾀병도 아이에겐 병인지라 ‘아프다’, 혹은 ‘아프다고 느낀다.’는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나는 아프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감정은 긴밀하게 연관이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아픔은 눈물과, 불편은 눈 감음과 관련이 있다고 느낀다. 물론 너무 아파서 아예 관련 사건과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의 아픔과 잊어버림은 연결 관계지 필수적으로 정해진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아파도 기억하고, 아프지 않아도 잊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두 감정의 다름을 잘 인식해서 아프더라도 기억하고, 불편하더라도 눈을 뜨기로 다짐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짐하고 있다.


눈에 눈물이 가득 차는 것처럼, 마음에 눈물이 가득 차더라도 나는 현실을 쳐다보고 마주 보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아픈 척하여 타인의 동정심을 사는 방법보단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아픔과 불편함에 대해 자꾸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싶었다. 물론 외부의 공감은 위로와 다독임의 힘이 있다. 그리고 다시 자연스럽게 문제를 바라볼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마음 아픔과, 마음 불편함에 있어서 내가 현명한 관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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