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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와우 Dec 31. 2020

당신의 2020년은 어땠나요?

저는 이렇게 보냈어요.

이제 2020년의 하루가 남았다. 숫자가 반복되어 생김새가 이상하다 느껴졌던 2020년. 이렇게 저렇게 흘러 어느새 2020년의 마지막 일을 지나간다.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참 다들 힘드셨을 것 같다.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 참 많았고, 이내 적응을 한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오늘은 나와 주변의 1년을 돌아보고 싶어 글을 쓴다.

나의 2020년을 돌아보며

이번 해의 성취는 마음의 열병을 치열하게 앓고 이전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졌음과 내 마음의 목표가 하는 말을 보다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게 됨이다. 아, 그리고 건강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실감했다는 것. 올해의 아쉬운 점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음이다. 이런저런 변명으로 생각으로만 끝내버린 아까운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또한, 글 써야지 글 써야지 하고 제목만 써둔 글들이 한가득이다. 글을 쓰러 왔다가 나를 애처로이 쳐다보는 제목을 애써 외면해야 했던 순간들이 아쉽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메모를 하며 마음은 들끓었건만 글을 마무리해서 발행하기까지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2020년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정신의 성장통’이었다. 통증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성장이 따라오는 통증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아프고 다르게 극복하는 과정들이 낯설기도 했으나 그 낯섦이 끝내는 나를 성장으로 이끌어주었다. 온몸과 마음이 뒤집어지는 기간이었는데, 온 정신이 멍이 들고 얼얼한 기분이 선선한 여름, 따뜻한 가을쯤부터 계속되다가 지금은 많이 잠잠해졌다. 지금은 변화라는 놈이 이내 겨울잠에 든 것 같다. 왜 이런 시기를 겪었을까 생각해보니 2020년의 유별남도 있었겠지만, 다들 살면서 몇 번쯤 겪는 그런 대순환의 시기가 나에게 찾아왔던 듯하다. 아주 큰 파도가 한 번 내려쳐지며 밀려오는 그 순간처럼 말이다. 이전보다 배운 감정이 생겨나 많이 행복했고 기쁨에 눈을 떴고 동시에 더 아프고 슬픈 날들이 많았다.

무슨 이유인지 나를 부순 뒤 그 파편을 바라보며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기간에는 몸이 이 현실에 묶이니 아이러니하게 그동안 흔들리던 목표는 선명해지고 나의 작은 고민들은 한 번에 정리가 되었다.

화가 나다가 우울하다가 분노하는

2020년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겼다. 2019년에는 있을 수 없었던 단어인 ‘코로나 블루’. 건강하며 자신을 잘 지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숙제였던 한 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꾹꾹 참아내는 감정들이 많이 보였다. 이내 터져서 화가 보이는 장면들이 다른 해보다 좀 더 많았던 것 같다. 다양한 이유로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차근차근 모이고 모여 분노하는 이들도 보았다. 나는 외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면적으로는 위 모든 감정들을 이해할 정도로 비슷하게 조용한 통증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나감을 절실히 느껴가며 시간을 보냈다.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 먹고사는 일에 바빠지는 것에 기인한 시야의 좁아짐, 온갖 감정의 참음에서 나오는 그런 압박감 등을 느꼈다.

연대감의 필요성

분명 작년까지는 가족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평온함을 느꼈건만 이번 해는 참 특이하게도 가족들과 붙어있는 시간에 적당히 연대감을 느끼면서 살아낼 수 있었다. 물론 가족 관계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이래 저래 지내보니, 결국 ‘연대감’은 개인이 못 버틸 상황도 괜찮게 지나가게 도와줄 수 있음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와 이어져 있음이 속박으로 느껴졌던 날들이 참 많았는데, 상황이 달라지니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또 몸소 깨닫게 되었으며 보이지 않던 나의 의지가 어디로 향해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내가 말하는 연대감은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인물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그 자체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지지가 되는 그런 연대감이다. 실제 가족이 아니더라도 나와의 끈끈한 관계가 있다는 그 안정적인 연대감이 있다면 홀로 살아가는 숙제를 가진 한 인간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 기력 없이 철퍼덕- 엎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느꼈다. 관심, 함께함, 독려, 웃는 순간들, 본인의 무언가를 나눠주는 시간, 서로 알기에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대화. 이러한 연대감이 참 중요함을 절실히 느껴지는 한 해였다.

때로 순수는 성숙을 이긴다

너무 복잡하게, 너무 깊게 느끼지 말고 단순하게 순수하게 그냥 지내보는 시간의 힘을 경험했다. 늘 복잡하고 대부분 심각한 나와 달리, 우리 집 개는 즐거운 순간에 오롯이 즐거워한다. 장난감을 던지면 후다닥 달려가 물어오면서 더 던져달라고 꼬리를 흔들고 내가 손을 내밀면 배를 내밀고 발라당 눕는다. 내가 사랑하는 4살 조카는 노는 시간에 신나게 놀며 노래를 불렀다. 나와 함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웃었다. 다 함께 껴안으며 "모두 모두 사랑해"를 외치는 방법을 안다.

인간 중심, 성인 중심의 사고에선 개보다는 인간이 성숙한 존재며, 아이보다는 어른이 성숙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인간이 먼저고 성인이 아이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지, 모든 걸 내려놓고 본다면 그저 좋을 때 좋아하고, 슬플 때 슬퍼하며 경험이 없더라도 순수하게 살아내는 기적 같은 하루들이 삶을 살아내는 데 빛나는 힘이 됨을 느꼈다.

2020년을 지낸 나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이러나저러나 참 잘 견뎠고, 앞으로도 자신의 방식으로 열심히 견뎌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ps. 그리고 저의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 진심 어린 애정을 담은 감사를 보냅니다. 다음 글은 예전에 써둔 브런치 1000명 구독자 기념 애정 편지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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