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위로
요즘 밤이 찾아오면 하늘을 쳐다보는 취미가 생겼다. 오늘 하늘에 떠오를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을 깔았고, 달이 멋지게 빛나는 날에는 캠코더로 줌을 열심히 당겨서 달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놓는다. 매일 밤마다 고개만 들면 보이던 것들인데 신경을 써 마음을 담아보니 더욱 신비롭다.
어두워지면서 하나둘씩 늘 그렇듯 찾아오는 별들. 말도 없고 반짝거리며 보일 뿐인데 오늘도 반갑다. ‘아, 구름아 조금만 더 빨리 흘러주면 안 될까’ 구름에게 말도 걸고, ‘어제 봤을 때보다 더 빛나네’ 이름 모를 별에게도 마음으로 말 걸어 본다. 어제 알게 된 별자리라도 발견하게 되면 하늘의 지도를 읽을 줄 알게 되는 것 같아 설렌다.
누군가 왜 밤을 좋아하냐고 물을 때 늘 “고요해서 좋아요”라고 답했는데, 이제는 밤하늘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좋아요. 더 길게 말해야겠다.
달과 별들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하늘로 향해놓고 카메라 화면을 보고 있으면, 하늘이 생각보다 더 빨리 흐른다는 것이 보인다. 달을 크게 확대해놓으면 달은 금방 카메라 화면을 벗어난다. 지구가 움직이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진다.
흘러가고 있는 것을 가만 보고 있으면 그것이 왠지 위로가 된다. ‘그래, 흘러가겠지’ 고통을 흘려보내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구석은 서럽다. 다 지나가는구나. 고통도, 기쁨도 지나가는구나. 아무 말도 없고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을 저 밤하늘이 나를 다독이고, 기쁨의 순간을 잘 간직하라고 조언을 해주는 듯하다.
밤하늘은 위를 쳐다보면 보이는 아주 매혹적인 여행지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기차를 타지 않아도 밤이 되면 언제든 어디서든 자유로이 내 맘대로 티켓을 끊어 갈 수 있다. 당장 오늘 내 고향에서도, 내 고향과 반대쪽에 있는 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밤하늘을 구경할 수 있다. ‘누구나 밤이 오면 별을 구경할 수 있다.’ 그것이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나에게 조금 위안을 준다. 광해가 없는 곳에서 별이 쏟아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밤하늘의 약간의 새침함도 매력적이다.
사방이 뚫려있는 곳에서 고개를 들어 사방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두렵고 외롭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외로움과 아름다움이 내 위로 쏟아진다. 아주 먼 곳의 빛,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시공간의 거리 속에서 나는 별을 보며 혼자임을 느끼고 내가 아주 작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무섭고 알 수 없지만 아주 멋진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할 일이 쌓여 숨 막히는 지구여행을 잠시 멈추고 모든 것을 떠나 순간적으로 다른 곳에 다녀 오는 느낌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좋다고 해서 하염없이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시간이 흐르면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뜨거운 태양이 떠오른다. 달에게는 ‘이따가 보자’ 인사를, 해에게는 ‘오늘도 반가워’ 인사를 한다.
그냥 나 혼자 혼잣말을 할 뿐이지만 약속을 하지 않아도 이따가 볼 밤하늘의 별들이 그냥 위로가 된다. 캄캄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고요한 와중에 어둠을 뚫고 내 눈까지 다가와 수없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조금의 힘을 보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