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답다
3월 13 금요일
먼저 일어나있던 남편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학교 어떻게 할꺼야?" 라고 묻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딸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생각을 한참 했다.
"그냥 오늘까지 가자. 어차피 똑같은 애들이랑
똑같은 선생님인데 하루 안간다고 뭐가 다르겠어."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아이들이 많이 안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뒤돌아 나오는데
나도 오늘 보내지 말껄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유가 떨어졌으니 집 앞 홀푸즈마켓에
들러서 우유를 사가자고 앞으로 갔다.
비가 오는데 그 비를 다 맞으면서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골목을 돌아 줄을 서있었다.
우리동네는 맨하탄치고 정말 한가해서
주말에 가도 계산줄을 10분이상 서지 않는 지점이다.
우리는 우유를 포기하고
그냥 집에 들어왔다.
둘 다 전화기에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보내준
각종 뉴스며 소식들이 밤새 쌓여있었다.
뉴욕의 한 지하철에서 아시안 남자에게
패브리즈를 뿌리면서
자기 옆에 앉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의 동영상도 그 중에 하나였다.
남편이 아무래도 안되겠다면서
우리도 총을 살까? 이런 소리를 한다.
펄쩍 뛰면서,
미쳤어? 총기 휴대 반대하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
라고 했더니
그냥 사람들이 다 저렇게 패닉하는 걸 보고 있으니
아무도 믿을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를 지키려면 공격하는 사람들하고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정부도 못 믿겠고 이웃도 못 믿겠고
그런 마음이 든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는 것은 아니지만
신념을 저버리지는 말자고 말했다.
총기 휴대는 내 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 미국에서 우리가 꼭 없애야만 하는 부분이고
우리가 총기를 휴대한 채
그 주장을 펼칠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당분간 맘편히 일 할 수 있는 마지막
평일인듯 하여 딸을 학교에 보냈는데
코로나 관련 뉴스만 보게 되고
마음이 불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