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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Mar 22. 2020

마지막 등교

13일의 금요일답다

3월 13 금요일


먼저 일어나있던 남편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학교 어떻게 할꺼야?" 라고 묻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딸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생각을 한참 했다.


"그냥 오늘까지 가자. 어차피 똑같은 애들이랑

똑같은 선생님인데 하루 안간다고 뭐가 다르겠어."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아이들이 많이 안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뒤돌아 나오는데

나도 오늘 보내지 말껄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유가 떨어졌으니 집 앞 홀푸즈마켓에

들러서 우유를 사가자고 앞으로 갔다.

비가 오는데 그 비를 다 맞으면서

사람들이 가게 밖으로 골목을 돌아 줄을 서있었다.


우리동네는 맨하탄치고 정말 한가해서

주말에 가도 계산줄을 10분이상 서지 않는 지점이다.


우리는 우유를 포기하고

그냥 집에 들어왔다.

둘 다 전화기에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보내준

각종 뉴스며 소식들이 밤새 쌓여있었다.


뉴욕의 한 지하철에서 아시안 남자에게

패브리즈를 뿌리면서

자기 옆에 앉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의 동영상도 그 중에 하나였다.


남편이 아무래도 안되겠다면서

우리도 총을 살까? 이런 소리를 한다.

펄쩍 뛰면서, 

미쳤어? 총기 휴대 반대하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

라고 했더니

그냥 사람들이 다 저렇게 패닉하는 걸 보고 있으니

아무도 믿을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를 지키려면 공격하는 사람들하고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정부도 못 믿겠고 이웃도 못 믿겠고

그런 마음이 든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는 것은 아니지만

신념을 저버리지는 말자고 말했다.

총기 휴대는 내 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 미국에서 우리가 꼭 없애야만 하는 부분이고

우리가 총기를 휴대한 채 

그 주장을 펼칠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당분간 맘편히 일 할 수 있는 마지막

평일인듯 하여 딸을 학교에 보냈는데

코로나 관련 뉴스만 보게 되고

마음이 불편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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