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게 렌트비를 받아야 할 지경.
3월 16일 월요일
아직 젊은 내 나이에
적당한 사이즈의 집일 수도 있겠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비교적 넓은 집에서 살다가
이사온 뉴욕 우리 아파트의 비좁음은
3년째 살아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예전부터 뉴저지 마트를 지나갈때마다
눈에 띄는 소형 김치 냉장고를
만지작 만지작한지 1년째인 이유도
가격때문이 아닌
공간때문이었다.
한국에 다녀올때마다
맛있는 김치를 갖고 와서
두고두고 먹고 싶은데
냉장고도 작고
냄새가 너무 심해져서
늘 포기해야 했기에
그 소형 김치 냉장고를 하나
데려올까 말까..
늘 고민끝에 결국은
나중에 이사가면.
이렇게 혼자 되뇌이고 돌아왔다.
며칠째 사재기는 식을줄을 모르고
더 심하면 심해졌고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는 것 같았다.
동양인 혐오범죄니
코로나 바이러스니
마켓 사재기하는 사람들이니
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세 가족이 온종일 집에서 먹으면
마켓을 하루걸러 가야할 판.
그래서
그렇게 눈으로 보고 또 보기만 하던
김치냉장고를 사버렸다.
당분간은 냉동고로 쓰면서
얼려놓을수 있는 냉동식품들을
다 넣어놓을 생각으로.
색 선택은 하얀색과 핑크
둘중 하라고 했다.
딸에게 물었더니
핑크! 라고 대답한다.
나랑 같은 마음이네.
워낙 총천연 칼라로
맥시멀리즘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나에게 길들여진 남편은
자긴 상관없다고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눈독 들여온
핑크 김치 냉장고를 샀는데
하나 신이 나지도 않는다.
어쨌든 냉동 음식을
더 사놓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 정도가
긍정적인 부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