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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bob 심지아 Mar 26. 2020

공포 바이러스

그리고 살얼음이 가득한 마켓

3월 17일 화요일


주문한 냉장고를 

오늘 가지러 오라고 해서

냉장고를 가지러 갔다.


한국 마켓 별도 코너에서

팔고 있는거라

마켓쪽 입구로 들어가야 했는데

사람들이 어제보다도 더 많았다.


딸 아이가 지나가다가

계산대에 줄 서있는 사람

겉옷을 스쳤다.


50대 후반쯤 머리가 반 벗겨진

아저씨였는데

엄청 큰 소리로

"아 이런 씨발!!!!!!!!!!!!!"

하고 애를 째려보면서

자기 옷을 소매끝으로 탁탁 턴다.


나도 욕이랑 막말로 붙자면

뉴욕 한인회장배 금상도 딸 자신이 있지만

딸이 보고 있는데서

쌍욕하는 엄마이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하나로

겨우 혀를 묶고 서서 

아저씨를 째려보았다.


욕심도 많을것 같이 생긴

입을 움씰대면서

당장 달려와 때리기라도 

할 듯 주먹을 을러대고 있다.


'넌 내가 오늘 애랑 와서

운 좋은줄 알아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저 재수없는 인간을

한번 개망신을 주고 싶은

욕구가 싸우고 있는데

남편이 나타났다.


"왜그래! 무슨일야!!?"


"아니.. 저 사람이 갑자기 욕을 하잖아."


내 남편은 

여린 마음씨와 착한 본성과는 달리

엘에이 뒷골목을

주름잡은 형들이랑

랩배틀 쫌 붙었을것 같은,

혹은

비정한 배트남 갱단의

넘버쓰리쯤 되어보이는 외모를 가졌다.


그리고 싸우는 걸 좋아한다.


"무ㅓ!??!?!?!?! 누구야 어떤쉐끼야!!?!?!"


목줄 풀린 불독처럼

흥분을 하며 

양팔을 넓게 벌리고 마구 두리번대더니

단번에 찾아냈다.


"당신 뭐야?!?!?!! 어??"

"하지마."

"거기 가만히 있어!!!!!! 왜 욕을해 어?!?!!"

"그냥 가라고."


양팔을 흔들어대며

이미 목소리가 7도를 넘어가는

그를 온몸으로 밀면서 냉장고 쪽으로 갔다.


무사히 냉장고를 픽업했고

남편이 나에게 떠밀려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운이 좋은 사내는

으르렁대는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종종 걸음으로 

잘난 식량을 소중히 들고 떠났다.


나를 포함

사람들이 점점 다 예민해지고 있다.

며칠째 잠이 잘 오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이

전처럼 포근하지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게

퍼지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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