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사냥의 시간
사냥의 시간
약육강식의 초원 위에 서 있는 하나의 생명체.
날은 밝았고, 온갖 동식물들이 초원 위에 서 있는 한 생명체에 집중했다.
창공을 가로지르던 한 마리의 독수리가 상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대지를 깨우자 잠시 시선이 독수리 쪽으로 흩어졌지만 여전히 초원 위의 한 생명체에 모든 생명이 집중하고 있다.
그 생명체는 벌써 3시간째 한 곳을 응시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 곳을 주시할 뿐, 자신의 활시위를 당기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그 생명체는 오롯이 한 곳만을 응시한 채 그곳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깨의 움치림도 몸의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그 생명체의 겉 옷 안에 감춰진 심장만은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만약 심장이 보였다면, 요란한 움직임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고요한 대지를 깨우는 생명체의 한 발걸음이 시작되자.
소년에게 집중하고 있는 생명체가 일제히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상황은 일사불란했으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정해진 것처럼.
그렇게 한 생명체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바빴다.
거기에 동요라도 되었는지 집중을 한 몸에 받았던 한 생명체도.
빠르게 자신이 응시했던 곳으로 자신의 몸을 옮겨가고 있었다.
그 끝이 어딘지도 모른 체 멈추지도 않고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뛰어갔다.
그리고 더 이상 땅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절벽으로 자신의 몸을 내 던졌다.
순간 모든 지구가 그 생명체의 행동으로 인해 숨을 먹은 듯 고요해졌다.
창공에 떠 있는 한 생명체가 사냥을 위한 시간으로 자신을 내 던진 것이다.
자신을 던짐으로 사냥이 시작되는 자연의 규칙을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을 던짐으로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창공에 떠 있던 한 생명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를 깨닫지 못한 걸까?
아니면 이 세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의 사냥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것일까?
높은 절벽에서 몸을 날렸던 한 생명체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흙에게 내 맡겼다.
그리고 흙은 그것을 알기에, 덤덤히 한 생명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 생명체가 흘린 피로 인해 다른 여러 생명체가 다시 생을 이어간다.
그렇게 한 생명은 이 생에를 마감하고.
다른 세계로의 시간을 영위하며, 그곳에서도 사냥의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