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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아탄 Mar 03. 2022

네이버 대표가 보고받는 PPT는 어떤모습일까?

'PPT 전문가'에 대한 고찰

IT회사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다보면 MS오피스 파워포인트 (이하 PPT) 프로그램을 안쓸래야 안쓸 수가 없다. 

한때 PPT 대체재로서 프레지가 유행했고 요샌 피그마도 기획툴로 각광받긴 하지만, 아직까진 PPT만큼의 *범용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툴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범용성 : 누구나 사용하는가? 어느 회사를 가든 새로 적응할 필요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한가?
**기능성 : 말하고싶은 바를 상대에게 전달 혹은 설득시키기 위한 충분한 기능을 제공하는가?


그래서 그런지 요샌 PPT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기획자로 일하다보니 때때로 본인이 PPT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 궁금해서) "어느정도 하면 전문가인가요?" 라는 질문을 하려다가 참곤 한다. 



여기서 퀴즈 하나. 

아래 보기 중 정말 PPT 전문가는 누구일까?


(1) 다년간 파워포인트 프로그램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

(2) MS오피스 중 파워포인트 관련부서 직원

(3) PPT 장표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제작대행사 직원

(4) 모든 수업마다 PT를 해야 하는 전공생

(5) 투자유치를 위해 밥먹듯 PT를 하는 스타트업 대표

(6)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나는' 문화를 가진 대기업 기획팀 사원

(7) 국내 Top IT회사에서 시도때도 없이 대표 보고용 PPT를 만드는 현업기획자












정답은 7가지 모두이다.

예상했겠지만, 처음부터 틀린 퀴즈를 냈다.



올바른 질문은,

"그냥 PPT 전문가가 아니라 실무에서 막강한 PPT 전문가가 누구인지"였다.

(1)부터 (7)까지 모두 나름 자신의 역할에서 PPT 전문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럼 '실무에서 막강한 PPT 전문가'는 대체 무엇일까? 


아무래도 내 소개를 하면서 설명을 해야겠다. 

나는 위의 (4), (5), (6), (7) 에 모두 해당되는 전문가이다. 

하나씩 간략히 풀어보자면,


(4) 모든 수업마다 PT를 해야 하는 전공을 공부한 대학생

대학시절 나는 '조경학'을 복수전공했다.

공대생으로 입학했지만 디자인+설계+PT가 어우러진 조경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어 복수전공으로 선택했고, 주어진 복수전공 2년동안 4년의 커리큘럼을 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PPT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이하 PT) 영역에서 영혼까지 털렸는데, 공대의 PT는 기껏해야 애니메이션 몇개 넣은게 할만큼 한 기교이지만, 졸업작품 발표까지 해야하는 조경학과에선 말그대로 '장표 하나하나를 디자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학창시절 썰도 풀어보고자 한다.


(5) 투자유치를 위해 수십 수백번 발표를 하는 스타트업 대표

복수전공자로선 처음으로 졸업작품에서 학장상(1위)을 받은 나는 당시 설계수업의 한 교수님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매일 밤샘설계하느라 몸이 거덜나버린 상태로 설계사무소에 취업하고싶지는 않았다. (= 다시는 일같은걸 밤새며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 후 취업하는 동기들과 달리 나는 창업사관학교에서 1억원 투자유치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가 되었다. 갑분 스타트업이 나왔지만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이 글에선 생략하기로..

이 과정에서 말그대로 질리도록 PT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실리콘밸리연수를 포함해 온갖 박람회, 경진대회, 포럼 등을 순회하며 점차 진화하는 PPT 스킬, PT 스킬을 체감하게 되었고, 궁극기인 elevator pitch에도 도가 트게되었다. 

대학생 땐 PPT가 학점이 달린 문제였다면, 여기부턴 돈이 달린 문제였다. 


(6)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나는' 문화를 가진 대기업 기획팀 사원

사업을 하다가 접고(?) 취업시장으로 끌려간 스토리 역시 눈물없이 들을 수 없지만, 이 역시 다음기회로 미뤄야겠다.

우여곡절 끝에 보고문화로 유명한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한때는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우던 SK계열의 IT회사.

인턴으로 시작한 팀에서 서비스 운영을 경험하고, 마케팅도 맛보고, 컨텐츠 기획도 맡아 하다가 팀을 옮기게 되었고 이 회사 대표서비스의 서비스기획자가 되었다.

이쯤 되니, 안그래도 보고로 유명한 문화인 회사에서, 모든 것을 기획안 or 보고서로 말해야 하는 기획팀 소속으로서, PPT와 나는 한몸이 되어가고있었다.


(7) 국내Top IT회사에서 시도때도 없이 대표 보고용 PPT를 만드는 현업기획자

첫 직장에서 몇년을 다니다 현재 회사인 초록색 검색창의 아버지, 네이버로 이직하게 됐다. 역시 포지션은 기획자로. 조금 달라진 건, '서비스기획''광고기획'이 추가되었다는 것.

아무래도 전 직장에선 주니어다보니 개발/디자인 부서와 실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PPT가 주를 이뤘다면, 현 직장에선 앞에꺼 받고 대표급 보고용 PPT도 추가되었다.

사실 오늘도 두 분의 *CIC대표에게 보고를 하고 오던 참이다. 

CIC/Company in Company : 일종의 자회사 개념이지만, 네이버에선 독립된 서비스로 구분된 하나의 그룹 같은 개념이다 (ex. 네이버쇼핑 = 쇼핑CIC, 네이버광고 = 광고CIC)



스스로 전문가라고 하긴 쑥쓰럽지만 지난 10년 넘게 PPT를 항상 곁에 두고 살았으니 적어도 이바닥에선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막 PPT를 배워서 시작해보려는 사람이거나, 아직 대학교 과제발표 수준의 PPT에 머물러 있거나, 이미 현업에서 PPT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본인이 PPT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거나, 여타 이유로 파워포인트를 더블클릭 할 때마다 부담이 되는 분들이라면 이 연재를 읽기 전과 후의 차이를 확실히 체감할 것이라고 말하고싶다. 


적어도 PPT에 대한 공포증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디 가서 PPT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확신하냐고? 

내 과거의 허접한 PPT 장표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10년 전, 5년 전, 3년 전 내가 만든 PPT 장표를 기억해보면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민망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 안다. 

PPT를 켜고, 1page를 열어둔 채 '적당한 템플릿'을 검색하고, '적당한 폰트'를 찾아서 설치하고, 참고할만한 웰메이드 PPT도 검색해보고... 

나도 한때 이 패턴으로 시간깨나 잡아먹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국내 Top IT회사 대표보고에 가져갈 PPT도 큰 부담없이 준비한다. 

마치 습관처럼. 


PPT는 결국 ①내 논리를 ②잘 정리해 ③잘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다. 

①무엇이 좋은 논리이고, ②무엇이 잘 정리하는 것이며, ③무엇이 잘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해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누구도 나의 지난 10년 간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그리고 이 연재를 다 읽은 모두가 PPT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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