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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004.After Hanabi-Nujabes

by JDC

얼마 전 같이 촬영하는 동영상팀 막내 PD의 강력 추천으로 유튜브 채널 '때때때' 콘텐츠를 시청하게 됐다.

삿포르 편, 남자출연자가 누자베스를 좋아한다 했고 여성 출연자가 함께 레코드점을 그날의 계획표에 추가하기로 했다. 아- 우리의 누자베스가 지금 청춘들에게도 나의 누자베스로 통하는구나-


나는 누자베스(Nujabes)를 떠올리자면 'After Hanabi'가 자연스레 생각난다, 그리곤 바로 《퐁네프의 연인들》 클립을 활용한 팬 메이드 영상이 연상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씨네 21 데일리 촬영을 통해 까락스 감독을 잠시 만났던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어졌다. 10년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는 누자베스의 음악과 까락스의 영화가 애초에 어떻게 연결되었으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도 청춘들은 왜 여전히 그 둘을 찾아 연결 짓는 것일까. 누자베스의 음악과 까락스의 영화가 결합한 배경에는 '불꽃놀이 이후'라는 공통의 정서가 존재하였다.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의 상징적인 장면은 주인공들이 파리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아래서 춤을 추는 순간이었다. 이 사랑은 최고로 찬란하였으나, 불꽃처럼 덧없이 사라질 운명을 내포하고 있었다.

누자베스의 곡 'After Hanabi'(2003년)는 제목 그대로 '불꽃놀이 후'를 의미한다. 이 곡은 그 화려함이 지난 뒤 찾아오는 정적, 멜랑콜리(Melancholy), 그리고 지나간 순간에 대한 애수를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하였다. 이처럼 두 창작물은 공식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최고의 순간 뒤에 오는 상실감이라는 보편적 감정으로 묶여 문화적 코드로 자리매김하였다.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이 두 창작물이 현재까지 유효한 이유는, 이들이 현시대의 음악적 사조와 문화적 갈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누자베스가 구축한 스타일은 현재의 로파이 힙합(Lo-fi Hip-Hop) 트렌드의 원형이었다. 복잡한 가사와 자극적인 비트를 배제하고 반복되는 안정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는 그의 음악은, 정보 과부하와 피로가 만연한 청년들에게 '집중 도구'이자 '정서적 위안'이라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상업성과 거리가 멀었던 그의 진정성 있는 음악적 태도는 현시대가 가장 갈망하는 가치로 되돌아온 것이다.


카락스 감독의 영화는 현실의 논리에 타협하지 않는 '순수한 감정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21년에 만난 그도 그러했다. 《퐁네프의 연인들》 속 비주류들의 광적인 사랑은, 규범과 경쟁에 지친 청춘들이 원하는 가장 완벽한 낭만적 '도피처'를 제공하였다. 감독이 추구한 타협 없는 예술 정신과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는, 젊은 세대에게 주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것을 추구할 용기를 주는 예술적 동력이 되었다.


누자베스와 카락스의 30년 시차를 뛰어넘는 연결은 결국 '순수하고 치열한 감정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라는 공통의 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때때때'를 통해 누자베스를 접하는 지금의 세대나 30년 전 스크린 속 불꽃을 바라보던 관객이나,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가장 낭만적이고 진실된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이들이 남긴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진정성 있는 낭만은 언제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부럽다. 그들도, 그때도-


https://youtu.be/hZ85NfGxe8I?si=B0XydjizU2LRk7oE

After Hanabi Listen to My Beats · Nujabes /The Lovers on the Bridge

https://youtu.be/z3aS5AwhJSU?si=7W9gVV9Z7lJN8mhM

Nujabes / play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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