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Kenaston- Chilly Gonzales
스스로를 천재라 부르는 이 남자. Chilly Gonzales는 캐나다 출신의 음악가, 작곡가, 프로듀서이다. 본명은 Jason Charles Beck이다.
처음 그를 만난 건 TV 화면 속, 애플(Apple)의 아이패드 광고에서였다. "Never Stop." 제목처럼 멈추지 않을 듯 경쾌하게 끊어지는 피아노 타건과 비트.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단지 감각적인 비트를 잘 만드는, 트렌디한 뮤지션 중 한 명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찾아간 유튜브 세상 속에서 마주한 그의 진짜 얼굴은 전혀 달랐다. 화려한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 오직 흑백의 건반과 그 위를 오가는 두 손만이 클로즈업된 영상. 그 '손'이 들려주는 음악은 광고 속의 경쾌함과는 정반대인, 깊고 투명한 서정성이었다. 화려한 기교를 뽐내기보다, 건반 하나하나의 울림을 소중히 여기는 듯한 그 담백한 연주가 좋았다.
스스로를 서슴없이 "음악 천재(Musical Genius)"라 칭하는 남자. 피아니스트이면서 동시에 래퍼를 자처하고, 격식 있는 턱시도 대신 헐렁한 목욕 가운과 슬리퍼를 끌고 무대에 오르는 괴짜. 어쩌면 그저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광대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 순간, 그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순수한 음악적 몰입을 위한 장치가 되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의 쇼맨십 뒤에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압도적인 음악성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느꼈던 그 전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은 건, 그가 전설적인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협연했을 때였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앨범에 그의 피아노가 얹어졌을 때, '자칭' 천재는 비로소 모두에게 인정받는 '타칭' 천재가 되었다.
나는 바다 건너 해외 배송을 통해 그의 솔로 피아노 앨범과 악보집을 주문했다. 서른 즈음에 성인들을 위한 한곡 마스터반 수강생으로 등록한 이력이 있었고, 유튜브로 건반 위 클로즈업된 시청각 자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극악의 난이도는 아닐지라도, 그가 설계한 그 섬세한 선율을 눈으로 확인하고 소장하고 싶었다. 그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나의 존경이자, 그 천재성의 일부라도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찬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오면, 나는 어김없이 칠리 곤잘레스를 떠올린다. 따뜻한 방 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듣는 그의 피아노 선율만큼 겨울에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나도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소파 위에서 이 글을 남긴다. 겨울밤, 나도 그처럼.
https://youtu.be/jOdY09hSiWM?si=7d5AC7yF6oSCNAvW
https://youtu.be/QJzMyeeqt24?si=6v_FL2KkyG5NAU_I
https://youtu.be/s8De5eg1kic?si=dwdlm1S8-X4E_MYh
https://youtu.be/HZpjQ8Itc3k?si=ZCWNT8KyVn_Ar99p
https://youtu.be/j6IBDpYr8aw?si=GgZ3dqefWo6RypZd
https://youtu.be/l5zy93IyWCA?si=aDy6dIcatjAOjq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