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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y 04. 2019

일을 시작하고 우울증이 사라졌다

“기자라는 새끼가 그것도 안 챙기고 뭐했노! 니 미쳤나?”


ㅇㅇ이 욕을 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짜) 귀가 아플 정도로 고함을 지른다. 그래 여기는 사회다. 나 혼자 방에서 뒹굴며 유투브나 보던 때가 아니다. 여기는 전쟁터다. 


오늘 기사 3개 쓰고 주말엔 기획기사를 써야했다. 시간이 너무 없다. 우울증? 그게 먼데? 오로지 일만 해야하는 사람에게 그런 건 없었다.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추고 8시 10분까지 회사에 출근했다. 하루하루 마감시간에 맞춰 스릴 있는 삶을 살았다. 제 시간에 기사를 넘길 때 짜릿함도 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


퇴근해서 밥을 사먹고, 커피숍에 들러 신문을 읽고 다시 기사를 썼다. 그래, 나는 하루를 가득가득 채웠다.  집에 와서 명상을 하고 감사일기를 쓰려고 하니 피곤하다. 그냥 잘 때도 많았다. 그동안 내면을 신경쓰지 않은 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사람이 일을 안 하면 죽는다!”


김국장님이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일할 땐 방구석에서 낮잠 잘 때 밀려오던 무기력이 없었으니깐.


일을 하면서 정서도 밝아지고, 잡생각도 없어지고, 자존감도 올라갔다. 카드 결제일에도 걱정이 없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잘만하면 결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른들의 잔소리도 없어지고, 사회적 요구로부터도 어느 정도 자유로웠다. 휴일에는 평화가 몰려올 때도 있었다. 나의 행복할 자유를 뺏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백수로 지낼 땐 명상을 열심히 했다. 산책 하면서도 새와 풀소리에 집중했다. 그래, 그것도 좋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다가도 카드값의 압박이 몰려올 때면 또 걱정이 시작됐다. 그땐 무기력과 평화가 번걸아가면서 찾아왔다.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내게 주어진 외적인 압박(카드값 문제, 직장, 주위의 시선, 그밖에 내가 사회적으로 꼭 해야 할 어떤 것)을 다 해결해 놓고, 명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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