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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y 04. 2019

나는 달라졌을까?

(오랜만입니다! 저는 거제에서 잘살고 있습니다!!)


안나 카레리나. 그녀는 잘생긴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 서로 사랑했다. 하지만 이유 없이 그에게 집착하고 버림받을까 불안해했다. 결국 그녀 스스로 무너져 자살로 끝나고 말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 사랑의 끝도 항상 집착이었고, 자학이었던 거 같다.



한 여성을 만났다. 7개월 만이다. 5번 정도? 만나자고 했으나 그녀는 계속 내 제안을 거절했다. 아니, 만나겠다고 하고선 그 전날, 혹은 당일날 컨디션이 안 좋다며 취소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짜증나서) 포기했을 건데 ㅋㅋ 마음 수행을 한 후로 여유가 생겼다. 그냥 그녀를 보면 좋고, 안 되믄 말고 ㅋㅋ 이런 마인드다.


“주말에 볼까요? 저 토, 일욜에 쉬는데..” 이번 제안에도 그녀는 또 거절했다. 만날 기대도 안 하니 아쉽지도 않았다.


지난 토욜은 함안에서 친구와 아라가야 축제를 보고 있었다. 요즘 내가 달라진 것은 이런 축제를 찾아가고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영에서 일할 때는 서너 시간씩 동피랑과 강구안을 걸으며 혼자서 산책도 할 줄 알게 되었다.


옛 아라가야 전사들의 칼싸움 퍼포먼스를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도서관 가시나요?” 드디어 만날 때가 온건가 ㅋㅋ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벤치에 앉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30분 늦는다고 했다. 나는 잘 놀고 있으니 천천히 오시라고 했다. 매번 여자에게 집착만 하던 내가 이제 좀 달라진걸까?



20대의 나는 누군가 약속을 취소하면 하루 종일 멍때리며 아무 것도 못했다. 혼자선 영화도, 밥도 못 먹었다. 하지만 이젠, 누가 약속을 취소하거나 늦게 와도 혼자서도 음악 듣고, 내 할 일 하면서 잘 논다. 이 모든 시간의 과정을 즐길 여유가 있다.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을 안다. 예쁜 여성을 만나면 더 자주 연락하고 싶고, 혹시 남자와 연락하면 질투나고, 그러다 사귀고 싶고, 사귀면 스킨십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고.. 더더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내 집착으로 인해 여자가 떠나고 나서야 후회한다. ‘그냥 만나서 커피 마시고 대화라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이 과정이 반복됐다.


세상은 허망하고 상대적이란 것을 아는 것.


아무리 바라고 바래도 절대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것. 그걸 이젠 알게 됐다. 도서관에 있으면서 나는 그녀가 수없이 약속을 어기고 오늘까지도 늦게 온다고 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에 집중했다. 어쨌든 예쁜 그녀와 오늘 만난다. 둘이서 커피를 마시고 사소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감동적이지 않은가. 설령 오늘 못 만나도, 그녀와 연락하고 있으며 언제가는 만날 것이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 이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세상은 상대적으므로. 좋은 것만 보면 항상 좋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그녀를 만나는 사실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중요한 것은 그녀를 기다리는 이 모든 시간들이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와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는 이 시간을 위해 그녀와 만날 약속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 세상의 모든 과정을 잘 즐기고, 삶에 감사할 필요를 느낀다. 우리는 가족, 연인, 친구, 집..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당연하고, 더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에서 삶은 새롭게 시작됐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삶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삶의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됐다. 당구를 치면서도 득점을 하냐, 마냐보다 그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나를 바뀌게 만들었다.



결론은.. 내 마음에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계속 단속하고, 삶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이다. 감사하기도 부족한데 욕심을 낼 시간이 없다.


그것이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바를 더 잘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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