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Jul 03. 2019

그건 그거고

진주에 온지 한달 반.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다.


퇴근 후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진주도, 새 자취방에도 적응이 되는 듯. 그동안 잠이 불규칙하고 숙면을 못하다가, 드디어 밤에 자고 아침에 더 자고싶은 날이 왔다.


(암튼 감사합니다. 글을 쓸 수 있게 해줘서)



보좌관이라는 드라마에 신민아가 나온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김우빈이라는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 그녀만은 다를 줄 알았지만, 이나영도 그렇고, 결국 예쁜 사람은 잘생긴 남자를 만나고 결혼한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산다. 그게 자연스럽다. 내가 잘생기면 예쁜 사람과 사귈 수 있는 거고, 능력없고 못생기면 못난 사람과 사귀면 된다. 꼭 잘난 사람과 사귀어야 예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분수를 알면 그보다 못한 사람에도 사랑은 싹튼다. 사랑은 언제나 있다. 세상은 그래서 공평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알면 굳이 내가 잘날 필요도 없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이 세상 어디라도 내 마음을 편히 둘 곳이 있음을 알았다. 나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신민아처럼. 답은 다 있다.


오전에 먹은 상콤한 자몽쥬스 ㅋㅋ


그동안 피곤해서 책도 못 읽고 자기계발을 못했다. 퇴근하고 그냥 드라마를 봤다. 희한하게 넷플릭스 볼 때는 또 살아난다 ㅋㅋ


체력이 안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나도 잘안다. 이게 최선이라는 것. 그래서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또 뭐든 하면 된다.


중요한 건 내가 뭘 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누구를 사귀냐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도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떳떳할 때, 공기와 드라마와 여유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그게 무엇이든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 내가 진주시청 광장에서 사람들이 뛰노는 걸 보는 것처럼, 이 밤의 시원함이 진주서 서울까지 연결되는 것처럼 우리는 의외로 쉽게 행복할 수 있다. 잡고 있는 어떤 것을 놓아버리고 좋은 것을 바라만 보면 된다.


요즘 힘들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그건 그거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너는 너고, 나는 나대로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는, 진짜 중요한 건 현재뿐이라는 것을, 물론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힘들다. 이렇게 2분법적으로 생각하기를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나도 이젠 알 것 같다.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에 매달리지 않는다. 어딘가에 현혹되거나 뭘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건 다 허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달라졌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