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음에 대하여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고강동을 통째로 다 사버릴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거기 살거든
서울 의원도 마트도 당신들 거예요
나는 아주아주 많이 유명해져서
엄마한테 백화점을 줘버릴 거야
우리 엄만 비싼 것들 좋아했거든
에스컬레이터까지 엄마 거예요
엄청 비싼 나라를 막 살 거야
엄청 비싼 비행기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카메라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컴퓨터를 살 거야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친구들한테 자동차를 선물할 거야
우린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거든
얘들아 이제는 따로 출발해도 돼
나는 진짜 지독하게 유명해져서
열한 명이 동시에 날 사랑할 거야
나는 그런데도 한 사랑만 할 거야
자기야 나 좀 봐 대단하다고 해줘
엄청 비싼 나라를 막 살 거야
엄청 비싼 비행기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카메라를 살 거야
엄청 좋은 컴퓨터를 살 거야
엄마한테 집을 한 채 줄 거야
거기 안에 백화점을 둘 거야
고강동에 영원을 넣을 거야
아무도 사라지지 않을 거야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 거고
또 나는 진짜 지독하게 유명해질 거야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고강동을 통째로 다 사버릴 거야
"다른 친구가 공연 때 제대로 완성된 '고강동'을 듣고는 울더라고요. 네가 너무 간절해 보이는데 그걸 애써 숨기려고 허황된 말을 늘어놓는 것 같다고. 맞아요. 그래서 저도 마냥 신나게만 듣진 않는 노래예요. 여러분들도 '고강동'을 들을 때,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며 들어줬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잔 건 전혀 아니고요!" / 박소은 인터뷰 중
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
뭘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네
자기야 나 좀 봐 대단하다고 해줘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 가사 중
얼마 안 가 우린 죽을 거야 더럽게 누울 거야
여길 좀 봐 시간은 쉬는 법을 모르고 뛰잖니
그러니까 나는 도망칠 거야
나는 누군가랑 춤을 출래 잠깐만 지금이 제일 좋아
눈을 맞춰 술잔을 비워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순간을 채워 아무런 상처도 내고 싶지 않아
<너만 있으면> 가사 중
너랑 있으면 그러면 더 살아봐도 좋을 것 같아
너랑 있으면 그러면 더 버텨봐도 좋을 것 같아
<위성에게> 가사 중
너의 모습이 허상이어도 돼
혼자 남은 새벽 두려워 웅크리면
네가 언제나 나를 지키잖아
나는 별을 찾아 헤매고 있었어
너는 나의 노르웨이의 숲 너는 나의 데미안 너는 나의 설명할 수 없는 책
나는 너를 나는 너를 계속 읽고 싶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해져 찢어질 때까지 계속 읽고 싶어
저기 비행기엔 기대를 품고
앉아 있는 우리가 보여
울기도 지쳤는데
불안해하지 말고
약은 꼭 챙겨 먹고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 거고
나는 진짜 지독하게 유명해질 거야
D. 그래서인가, 스스로에게 약을 처방하듯 노래를 만들었다고.
“맞아요. 즐겁다가도 당장 살아가야 할 내일이 지겹고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 약을 처방하듯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것들이 모여 ‘고강동’이 되었고요.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제 노래가 좋은 처방전이 되길 바라요. 제가 제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해요”
D. 노랫말이 제법 거칠고, 우울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외로움이나 우울함, 그리고 무기력함은 평생 사람을 쫓아다니는 숙제 같아요. 저는 그 숙제를 딱히 미뤄놓거나 숨겨놓고 싶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 다 풀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것 봐요,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두운 감정들에 대해 많이 노래하게 되네요”
- 박소은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