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해야만 보이는 소통의 진실 <증인>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순호(정우성 분)가 등장한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소신을 서슴없이 발언하는 정우성 본인의 실제 모습과 민변으로서 광화문 거리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순호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보인다. 또 광화문은 어떠한가. 그 공간은 우리에게 있어 '소통' 그 자체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뜨거운 촛불의 기억이기도 하고, 노란 리본과 나비의 아린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소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성을 지닌 장소인 것이다. 아무래도 작품이 작정하고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순호는 한때는 어려운 사람의 편에 서는 민변 파이터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빚보증 탓에 어쩔 수 없이 직업에 대한 신념을 내려놓고 돈을 쫓기 시작한다. 대형 로펌의 월급쟁이 변호사가 된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살인 피의자의 국선변호'.
주로 대기업의 탈세나 재벌가들의 사건만을 변호하는 로펌이기에, 로펌 자체의 이미지와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국선 변호로 이에 대한 개선을 꾀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의 배후에는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이 등장하고, 지우(김향기 분)는 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인으로서 기능한다. 지우가 앓고 있는 자폐증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소통의 본질을 강조하는 데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는 모두 다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순호가 작품의 마지막에 남긴 대사는 <증인>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낸다. 사람은, 개개인은 모두 다르다. 당신은 그 누구와도 온전하게 같을 수 없다. 이 다름이 틀림으로 바뀌어 버리는 건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과 내가 갖고 있던 편협한 편견과 불편한 거리감 탓이다.
<영주>에 이어 <증인>까지. 김향기 배우의 연기는 작품에 있어 단연 압권이며,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의 전개는 심심하지만 강하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브런치 무비 패스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