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하거나 함께하고 싶은 모두에게 <언더독>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안 하기로 다짐했다. 그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본 적은 없으나, 한 번도 제대로 실감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관련 뉴스가 연일 나오는 와중에, 시기적절하게 좋은 작품을 보고 왔다.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본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자막이 없는 애니메이션은 더욱 생소하다. 거의 외화 애니메이션을 봤던 터라,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더빙으로 된 애니메이션이 줄 낯섦에 긴장했다. 다행히도 낯설진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아쉬웠다. 언젠가 학부 수업시간에 봤던 '영화의 역사' 비슷한 이름의 이론서에서 설명해놓은 초기 영화 더빙 배우들의 연기의 특징을 시청각적으로 확인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언더독>을 보기로 결심한 누군가는 그 점에 너무 집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성윤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6년간 <언더독>을 준비했다. 모든 장면에 담긴 감독의 노력과 진심은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언더독>의 메시지와 만나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작품의 후반부에 다 달을 수록 인간에게 버림받은 개들이 혹시라도, 정말 설마 '착한' 인간들을 만나 함께 잘 어우러 사는 결말이 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감독은 개를 버리는 '사람'도 있고 버려진 개를 보듬어주는 '사람'이 있듯,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개'들도 있고 사람이 없이 살아야 더 행복한 '개'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정으로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서 개들을 바라봤다. 뭉치와 그의 친구들이 모두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기에 참 다행이었다.
반려견과 함께이거나, 혹은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한 땀 한 땀 만든 영화이기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담아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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