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환경 최상! 게으름 수치도 최상!
지난 7월부터 주 2회 정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다른 회사들보다 늦게 재택근무를 시행한 터라 주변 친구들의 재택근무가 부럽기도 했고, 재택근무야 말로 코로나 시대의 진정한 순기능이고 믿고 있었다.
막상 해보니 물론 장점도 많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단점도 있었다.
1. 안 움직인다.
이건 성향에 따라 분명 다를 것이다. 우선 나는 게으른 J(MBTI는 ESTJ, ENTJ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로서, 재택근무가 시작하면 아침에 씻고, 화장하고, 출근하는 시간을 아껴 간단한 아침 운동을 하려고 했다. 집 근처 산책이라던지, 스트레칭이라던지... 하지만 잘 안 된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 눈 뜨자마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 된다. 알람이 울리면 '아니 오늘 재택근무인데 꼭 평소랑 똑같이 일어나야 되나?' 하는 달콤한 생각이 들고, 눈을 다시 감는다. 그렇다고 그 잠깐의 잠이 엄청나게 달콤하다던가.. 뭐 또 그렇진 않다.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
하루에 만 보 걷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서 움직여야 가능한 것이었다. 여섯 시 퇴근 후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한 시간 넘게 산책을 하여도 겨우 9,000보 정도 된다. 걸음이 느려서 그럴지도.
아무튼 확실히 움직임이 줄어든다. 날씨가 추울수록 밖에 나가기가 싫으니 더욱 그런 것 같다.
2. 심심하다.
회사엔 좋은 사람보단 싫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출근하면 듣기 좋은 말보단 싫은 말을 더 많이 듣고, 하고 싶은 말보단 하기 싫은 말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래도 사무실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원하던 원치 않던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고, 찡그리며 감정을 쓰게 된다.
회사에선 순전히 감정 낭비만 하게 된다고 여겼던 적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꽤 좋은 감정도 쓰고 있었다. 불만을 함께 투덜거릴 수 있는 동기도 있고, 거래처의 무리한 요구를 대신 거절해 줄 수 있는 선배도 있다.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그 감정이 주는 삶의 활력이 꽤 큰 에너지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그래도 확실한 건 분명 업무 효율이 좋다. 회사에선 한 시간 정도 걸릴 일이라면 집에선 삼십 분이면 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하는 일에 한정해서 말이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대가 어서 끝나면 좋겠지만, 코로나 시대가 끝나더라도 재택근무가 많은 회사에 도입되면 좋겠다. 분명 코로나 시대의 순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