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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맘 은지 Sep 28. 2024

헛소리

치매 올까 두려웠는데...

남편과 수다를 떨다 보면 배꼽 잡고 웃을 때가 있다.

아기를 낳고 나서 기억력이 감퇴되고 헛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고 둘러대고 있는데 이제는 남편이 안 믿는 눈치다.



외출하려고 나갔는데 집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

아뿔사! 핸드폰을 가지러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집호수를 급하게 누르는데  미등록 세대라고 한다.

"자기야, 내가 608호 누르는데, 자꾸 아니래. "

" 어이쿠~603호겠지 "

(남편이 웃으며 볼을 꼬집는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후 남편과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나눈 대화 중.

“자기야 우리 다온이 꼭 마시멜로우 같지? 자기 눈이랑 비슷해”

“마시멜로우가 아니라 마시마로겠지. 마시멜로우는 먹는 거 아니야?”

              (마시마로 인형, 네이버)

“하하하하하하~ 맞아 그러네~!! 아 미치겠다. 내가 요즘 이래”



남편과  방에서 나눈 대화 중.

“자기야, 이쪽으로 오지 마. 얼른 나가. 스핑크스가 나타났어!

(방귀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스핑크스가 아니라 스컹크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 (배꼽을 잡으며) 맞아 그러네”



아니, 남편은 모르고 넘어갈 만도 한데 기똥차게 잡아낸다.

"나 나중에 치매 오는 거 아니야?"

"그러게~ 나중에 치매 걸려서 똥 싸는 거 아니야?" 하며 장난치는데 남편 농담에 한 번 웃는다.



이어 남편이 웃으면서 하는 말.

“나중에 나한테 ‘레미콘’ 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레미콘은 비싸서 못 준다. ‘리모컨’ 달라고 해야 돼.”

“하하하하하~ 자기는 어쩜 이렇게 잘 받아치냐~~

진짜 웃겨~~ ㅎㅎㅎ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아빠한테 늘 ‘부동산’ 사 오라고 했잖아.”

“아빠한테 부동산을 사달라고? 어렸을 때?”

“응! 부동산이 아니라 ‘맛동산’인데! 옛날 그 ‘맛동산’ 과자 알지?”

(맛동산 과자, 네이버)

“자기가 그랬어?”

“아니, 울 언니가 어렸을 때 그랬어~! 맨날 부동산 사 오라고”

“아, 이게 집안 내력이 고만! ㅎㅎㅎ”



다행이다.

치매 올까 두려웠는데... 집안 내력으로 끝난 게.

내가 잘못 던진 단어 하나도 기가 막히게 받아내는 남편이 있어 오늘도 웃는다.



♥︎에필로그♥︎

다온맘: 자기야~ 오늘 비도 오구, 나 막걸리 먹고 싶어^^

남편: 그래? 무슨 막걸리 먹고 싶어?

다온맘: 음..'증평 막걸리'! 증평 막걸리 사다 줘~!^^

남편: 응, 그래~ 알겠어^^

남편: (편의점에서) 증평 막걸리 있나요?

점원: '지평 막걸리' 아닌가요?

남편: 아... 그죠?!!

남편: ( 집에 돌아와서) 은지씨, 증평이 아니라 지평!!

어째 이상하더라~ ㅎㅎ

다온맘: 맞다, 지평 ㅎㅎㅎㅎㅎ 어쩐지 이상하더라~


부부는 그렇게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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