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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박 Pilot Jul 07. 202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고 톨스토이가 물었다

'왜 사는가','두려움' 등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3가지 질문을 하고, 3가지 대답을 합니다.

1. 사람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 사랑
2. 사람에게 없는 것은 무엇인가? ->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랑으로 산다

위대한 소설가이자 사상가가 남긴 인생에 대한 멋진 고찰을 통해 얻은 대답이지만, 현대는 톨스토이가 살던 시대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2020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기 때문에 굉장히 평범한 것들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은 '자신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 알지 못하지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몰라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언제 삶이 끝나는지 아는 것도 무서울 것 같아요.

요즘 세계적으로 질병, 폭우로 인한 물의 범람, 경제란 등으로 인해 두려워지는 세상입니다.


어떤 것이 가장 두려우신가요?

넷플릭스에 <인사이드 빌게이츠>란 다큐를 보면 돈과 명예 모두를 가진 빌게이츠는 ‘자신의 뇌가 멈추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은 자기의 뇌와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만약 저의 뇌가 멈추면 저를 병간호할 가족들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무섭습니다.)

사람들마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다르겠지요.

결국은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하는 문제의 답’은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가’라는 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 중요하고, '제인구달' 같은 환경운동가는 환경이나 자연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종교나 철학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존재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 합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해지면 아무 것도 지킬수도 없으니까요.

저는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설 때마다 걱정을 합니다.

만약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면 어떻하지?'하구요.

만일 오늘 제가 죽는다면 가족들이 저의 방을 정리하러 올텐데, 이렇게 정리 안된 것들을 보면 어떻하나 하구요.

부모님과 아내와 딸아이와 친구들에게 편지라도 미리 써 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느껴집니다.

다시 질문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어떤 하루를 살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는 사람마다 많이 다른 대답을 하실 것 같아요.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
마음껏 쇼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
누군가를 돕는 보람있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풍경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

오늘 페이스북에서 어떤 남자분이 자신의 소파에 낙하산을 장착하고, 절벽에서부터 소파에 앉아서 비행을 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페러 글라이딩 10년 경력이시라는데요. 안전벨트도 안 하시고, 소파 앞에 TV까지 장착하구요.

이 영상에서 이 남자분은 공중에서 슬리퍼로 갈아신으시고, 과자를 먹으면서 TV를 보십니다.

(물론, 전기가 없어서 TV는 꺼진 채로 말입니다.)

이 남자분은 두려움이 없거나, 용감하거나, 굉장히 심심하거나 3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하지만, 굉장히 인생을 즐기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보다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정신은 멀쩡한 것이 두렵습니다.

(뒷바라지 할 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잖아요. 제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데요)

예전에 택시에서 내리다가 갑자기 허리통증이 시작되어서 곧바로 입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신경쪽 문제라고 진단하셨는데요.

엠뷸란스로 병원을 가는 길에 차에 조금만 진동이 있어도 제가 괴로워 하니까 간호사님이 응급실 의사선생님께 전화로 허가를 얻으시고는 저에게 '모르핀'을 주사하셨습니다.

전쟁영화에서만 보았던 '모르핀'!

그 때까지 '총을 맞은 사람'에게 주사하는 강한 진통제가 모르핀이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이 주사를 맞다니요.

이 주사를 맞으면 정신은 혼미해 지는데요. 통증은 여전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선생님이 2번째 모르핀을 주사하셨습니다.

이어서, 3번째 모르핀 주사를 맞은 후에는 응급실 벽에 걸린 시계가 날아서 움직이는 환상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몇 일간 꼼짝도 못하고, 병실침대 천장만을 바라보고 누워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스스로가 너무 무기력하고 나약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충격파 치료, 찜질, 진통제를 반복해서 통증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몇 일을 보냈습니다.

몇 일만에 허리지지대를 하고 휠체어를 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담당의께서는 몇 일 안에 다시 걸을 수 있을 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조종사가 계속 앉아서 일을 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허리통증은 조종사에게 흔한 것입니다.

비행을 마치고, 조종석에서 비행가방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바로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거든요. 테니스, 헬스, 심지어는 실내 암벽등반도 배웠을 정도로요.

그렇지만 갑자기 하루만에 이렇게 아플 수도 있더라구요.

퇴원 후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지금은 다시 정상적인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건강은 하루아침에 나빠질 수도 있고, 사람은 생각보다 굉장히 연약하다는 사실을요.

정말 우리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는 질병으로, 폭우 등에 기상이변으로, 경기침제와 실직 등으로 고통받고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기 때문에 이런 전인류적인 위기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한다는 답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과거에 많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정신승리하면 된다'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이런 말씀들도 약간의 위안은 될 수는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저 제가 이렇게 힘든 위기에 있으신 분들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동감입니다' 정도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답해 드릴 수 있는 질문은 기껐해야 이런 것들이죠

1. 비행기는 어떻게 나는가

2. 방콕에서 제일 맛있는 태국음식점

3. 안드로이드폰 추천 어플리케이션


저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다'라는 다소 유치하고 황당한 이유로 조종사가 되었는데요.

요즈음은 많은 조종사들이 비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병과 경제침체로 2020년은 국제선 비행이 힘들어졌으니까요.

슬픈 일이지만, 전세계에 많은 수에 조종사들이 정리해고될 상황에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항공사도 힘든 상황이네요.

조종사가 날지 못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요?

오래된 에어라인 조종사 드라마 중에 <굿럭>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그 드라마 사진들을 몇 장 보여 드릴께요.

이 사진에 있는 기장님은 몸이 안 좋아지셔서, 마지막 은퇴 비행을 마친 모습입니다.

위에 보여드리는 사진에 2명의 조종사는 스승과 제자입니다.

여기 계신 기장님은 부기장님이 에어라인에 처음 입사했을 때, 훈련을 담당했던 교관기장님이시지요.

몇 일전에 이 기장님은 몸에 이상이 생겨서, 은퇴를 결심합니다.

오늘은 마지막 비행이었습니다.

정년 나이까지는 아직도 몇년이나 남으셨는데요.

갑작스럽게 조종석을 떠나게 되신 겁니다. 슬픈 일이죠.


기장님이 인생에 <마지막 착륙>을 너무나도 부드럽게 착지 하십니다.

부기장이 스승님을 칭찬하죠. "기장님. 나이스 랜딩"이라구요....

기장님에 대답이 정말 예술입니다.

"당연하지~!"

비행기 엔진 시동을 끄고, 승객분들이 모두 내리시면 조종사들에 임무가 끝납니다.

가방을 챙기기 전에, 기장님이 부기장에게 "기장 견장"을 선물합니다.(4줄짜리 기장의 상징)

부기장은 스승님이 주신 이 견장을 비행 나갈 때마다, 자켓 안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다닙니다.

(저도 부기장 때, 정년퇴임 하시는 기장님이 주신 견장을 소중히 가지고 다녔어요)

<굿럭> 이라는 드라마 첫 장면입니다. 하와이 해변에서 낮잠을 자는 부기장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그림자가...

조종사들은 긴 비행을 마치고, 외국에서 하루나 이틀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다음 비행을 위해 양질에 휴식을 취해야만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죠.

체류하는 호텔 근처에 해변이 있다면 해변에서 낮잠 자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자나 수건으로 눈만 가리면,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는 건 정말 최고의 휴식이죠.


저는 이 드라마를 5번 정도 보았습니다.

비행이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기에 보았지요.

시험, 평가가 많은 직업이라 공부도 계속 해야 하구요. 반복적인 일이지만, 공항에 새로운 접근절차나 새로운 항법기술, 항공법과 회사규정이 변하면 그에 맞게 다시 공부하고, 스스로의 비행절차를 바꿔야 합니다.

계속 노력해야만 하거든요.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게을러지거나, 지름길을 택하고 싶을 때, 이 드라마를 보고 다시 기억을 되살리는 거죠.

나는 부기장 때 이런 각오와 마음으로 비행을 시작했었구나 하구요.

이 드라마에서는 각 에피소드마다 건강, 비행실수 등으로 은퇴를 하는 기장이나, 절박한 사정으로 결항에 항의하는 승객, 위독한 응급수송 비행, 객실승무원들의 업무 등에 이야기들이 진행 됩니다.

주인공 부기장이 신체검사에 떨어지거나 비행정지처분을 받기도 하구요.

조종사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비행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모든 조종사들은 가능하면 오래 조종석에 앉아서, 저 하늘을 조금 더 바라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전세계적인 항공산업 침체로 많은 조종사들이 비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에게 있어, 혼자 있을 때 눈물이 나는 상황입니다.

조종사가 날지 못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요?

조종사 자격증은 비행외에 다른 일에는 사용할 데가 없습니다.(그냥 굉장히 비싼 플라스틱 조각이지요)

대부분은 비행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만약 90일 이내에 이착륙한 경험이 없으면, 조종사 면허가 장농면허가 됩니다.

(조종사는 유효한 신체검사 증명, 6개월 이내에 시뮬레이터 훈련,90이내 이착륙 경험,조종사 영어등급이 있어야 승객을 모시고 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난 조종사들은 다시 훈련을 받고, 회사 비행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90일 이상 비행경험이 없는 조종사가 다른 항공사에 시험을 보려면 자기비용으로 시뮬레이터를 타야 합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 부기장에 특이한 점은 3가지 정도인데요.

1. 비행 중에 자꾸 조종석을 나가서 객실에서 멋진 대사를 한다
2. 옳지 않은 회사의 조치를 보면 높은 검열관에게 할말을 다한다.
3. 자신이 '기장 승급하는 날'이 안 올 것 같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제가 일했던 항공사에도 정말 이렇게 "비행만 알고, 정의감에 불타는 비행바보?"들이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낭만 파일럿"이라고 할 수 있죠.

(저도 비행을 좋아하고, 하늘을 사랑하지만 저는 "생계형 조종사" 쪽에 가깝습니다)


제가 1년 정도 유튜브 영상들도 만들어 왔는데요.

<비행낭인 안 되는 법>이라는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조종사 지원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되기 힘들고, 비행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에어라인 입사 못해도 포기 안할 사람'만 비행 시작하시라는 내용에 영상이었습니다.

항공시장이 잘 될 때는 비행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제가 말리고 다닌 거죠.


하지만, 만일 제가 2020년에 조종사 자격증이 없이, 비행교육을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 된다면

저는 비행을 시작할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조종석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아 버렸거든요.

2020년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비행공부를 시작하기에 최악의 시기입니다.

계절로 비유하자면 혹독한 겨울입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면 다시 따듯한 해변 휴양지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도시, 다른 직업을 갖고, 다른 계절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계절은 반드시 언젠가는 끝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 오늘 힘들고, 고통스럽고, 실패하고, 외로운 하루를 보내셨나요?

'모든 계절은 반드시 끝난다'는 말을 기억하시고 힘내세요.

예전에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료한다는 말도 들었는데요.

내일은 더 나아지고, 모레는 '따뜻한 계절'이 찾아 오실 꺼에요.

오늘은 톨스토이 덕분에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죽기 전에 반드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 등등을 생각해 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물론 생각하는 사이사이 TV도 보고, 딸아이가 그린 그림도 감상하고, 설겆이도 하고, 밥도 먹었지요)

이제 새벽이 찾아오네요. 소소하지만 굉장히 소중한 또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과 '더이상 날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족들에게 남길 편지와 제가 타는 비행기 메뉴얼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제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편지쓰기를 나중으로 미루었다가는 절대로 쓰지 않을 것 같아서요.

미리 써 놔야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해야지"하고 미루어 놓은 일들이 있으신가요?
혹시 모르니까 오늘 시작해 보세요.

오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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