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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박 Pilot Jul 17. 2020

저기. 이사 몇 번 해 보셨어요?

저는 ‘또’ 이사 갑니다.

열심히 짐을 싸고 있습니다.

귀중품은 따로 챙기고, 손상되면 안될 가족사진이 저장된 외장하드 등은 수건 등으로 보호했습니다.

저는 이사를 굉장히 자주 해 보았습니다.


오늘 초등학생 딸아이랑 택시에서 이사를 몇 번 했었는지 세어 보았어요.

저에 사랑하는 딸아이는 이사를 6번째 하는 거더라구요.

저에 딸아이는 한국나이로 12살입니다.

평균 2년에 한번 이사를 한 셈이네요.


내일 딸아이는 6번째 이사를 하게 됩니다.

저에 사랑하는 아내와는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사를 2번 더 했었구요.

그러니까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이사를 8번 한 것이지요.

그럼 여기서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이사를 몇 번을 다녔을까요?

이 글에 마지막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방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전세라는 주거형태가 없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 월세로 살지요. 보증금이 쌉니다.

보증금은 2달치 월세 금액만 있으면 됩니다.

한국은 전세를 살건, 월세를 살건간에 보증금이라는 목돈이 필요해서 어려웠는데요.

태국에서는 한국에 비해서 생활비가 적게 듭니다.

벌써 방콕에서 생활한지 2년 반이 조금 지났네요.

오늘까지 지낸 월세집은 31층에 도심에 전망이 좋은 집이었습니다. 아래에 거실에서 보이는 풍경사진을 보여 드릴께요.

지금 해가 뜨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실에서 창문을 통해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이 아파트에서 아내랑 딸아이랑 행복하게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까지는 백화점과 전철역이 가까운 위치였는데요.

내일 이사갈 집은 시내에 있기는 하지만, 도심에서 조금 안쪽으로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이런 나무들이 있지요.

방콕은 날씨가 더워서인지 모든 식물,동물들이 금방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도심에서도 건물 벽을 보면 새끼손가락 만한 도마뱀들을 쉽게 볼 수 있구요.

새, 고양이도 한국에서 사는 아이들보다 휠씬 큼지막합니다.


오늘 짐을 싸면서, 아내와 딸은 이 집을 떠나는 것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사를 너무 자주 다녀서인지 떠나는 것이 익숙합니다.

남겨지는 이 집도 그리워지긴 하겠지만, 저는 내일부터 살 집에서에 새출발이 더 기대되거든요.

아내와 딸이 밤 늦게까지 잠을 안자고 추억들을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잔소리를 해서 재워 버렸습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거든요.

귀여운 아내와 딸아이 재워놓고, 저 혼자 깨어서 정든 집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지요 ㅠㅠ)


우리는 직장, 아이 학교, 주변 환경 등에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이사를 갑니다.

저는 항공사라는 직업적인 특성상 외박(?)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고, 딸아이 교육을 위해서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보니

더 이사를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까지는 에어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나라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국제정세상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어렸을 때, 저의 아버님께서는 열심히 일하셔서 좀 더 좋은 지역, 혹은 좀 더 큰 월세집으로 이사를 가시다가

어느 시점에서 ‘내집 마련’을 하셨었습니다.

경기도에 그 집에서 대학 때까지 살았습니다.

저도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해서 조만간 ‘내집 마련’도 해야 겠네요.

마흔이 넘으면서, 뭔가 생활도 안정되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게 저에 꿈인데요.

그 꿈을 이루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집들과 그 곳들에서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에 어릴 적, 그리고 젊은 시절에 추억들을 여기에 적어놓고 싶지만

그 이야기들은 <작가에 서랍>에 써 놓고, 저 혼자만 보아야 겠습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만 재미있어서 ‘킥킥’하구 웃을 것 같거든요.

대단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조각들이지요.

그러다보니 아침이 밝았네요.

마흔 중년이 되다보니 체력이 예전같지 않지요.

밤샌 후에도 쌩쌩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사 끝나면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한번 예전에 살았던 집들을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집 주변에 있던 것들과, 자주 가시던 단골식당, 카페, 학교나 직장에 다닐 때 지나시던 골목길.

그 때 만났던 사람들. 길가에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던 나무들.

구멍가게 사장님.

그 때 타셨던 자전거나 자동차까지도요.

예전에 살았던 집에는 우리에 인생과 역사들이 녹아들어 있지요.


그래서, 제가 몇 번이나 이사를 했을까요?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15번에 이사를 했습니다.

지금 저에 나이가 마흔이 조금 넘었으니, 앞으로도 몇 번 더 이사를 해야겠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사짐 정리가 끝나면 다음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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